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추진 중인 기업가치 제고 계획(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상장사의 참여율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비금융 대기업 및 증권사를 중심으로 밸류업 공시를 내는 상장사 수가 늘어나고 있지만, 좀 더 적극적인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당근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5월부터 추진 중인 밸류업 프로그램과 관련해 지금까지 총 30개 상장사가 35건의 밸류업 자율·안내공시를 낸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8월 들어 기업들의 밸류업 공시가 눈에 띄게 늘었다. 실제 지난 5월 27일 KB금융지주를 시작으로 7월까지 약 두 달간 총 11개 상장사가 13건의 밸류업 자율·안내공시를 냈으나, 8월 이후에는 약 한 달 만에 19개 상장사가 22건의 밸류업 공시를 냈다.
8월 말부터는 기존에 참여가 저조했던 비금융 대기업의 밸류업 공시도 늘어나는 추세다. 실제 8월 중순까지는 KB·신한·하나·우리·BNK·메리츠 등 금융지주사를 비롯해 키움·미래에셋증권, 카카오뱅크 등 금융회사들이 밸류업 공시 흐름을 이끌었다. 하지만 지난달 21일 LG전자를 시작으로 현대자동차,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홀딩스, 포스코퓨처엠, LG, 기아, 현대모비스 등 비금융 대기업 및 계열사들이 순서대로 밸류업 공시 대열에 합류하기 시작했다.
금융권에서도 상대적으로 참여가 저조했던 증권사의 밸류업 공시가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실제 NH투자증권과 DB금융투자는 지난달 30일 나란히 연내 밸류업 계획을 발표하겠다는 내용의 안내공시를 냈다. 실제 기존에는 키움·미래에셋증권 등 증권사 2곳만이 밸류업 공시를 내, 정책의 최대 수혜기업으로 꼽히는 증권사들이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NH투자증권과 DB금융투자가 합류하면서 증권사들의 밸류업 공시도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상장사들의 밸류업 공시가 점차 늘어나고 있음에도 여전히 참여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국내 상장사 2595개 중 밸류업 공시를 낸 상장사는 30개로 전체의 1.2%에 불과하다. 정부가 강력한 정책 추진 의지를 보이며 밸류업 참여를 독려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참여율이 상당히 저조한 수준이다.
게다가 밸류업 공시의 대부분은 언제 밸류업 계획을 발표하겠다는 내용의 안내공시로, 구체적인 밸류업 계획을 발표한 곳은 더 적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4일 현재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한 상장사는 총 10곳으로 전체 상장사의 0.4%에 불과했다.
일각에서는 불분명한 인센티브가 저조한 참여율의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세법개정안에는 ▲직전 3개년 평균치 대비 5% 이상 주주환원을 확대한 기업에 대해 초과분의 5%만큼 법인세를 세액공제하고 ▲해당 기업에 투자한 개인 주주에게는 배당소득세를 경감해는 내용 등이 담겼다. 하지만 여소야대 국면에서 세법개정안이 정부의 기대대로 국회를 순조롭게 통과하기는 쉽지 않다.
게다가 세법개정안이 통과된다 하더라도 정부가 약속한 세제혜택은 내년부터 적용된다. 상장사들로서는 굳이 올해 서둘러서 밸류업 계획 발표에 나설 이유가 없다는 것. 실제 한국경제인협회는 지난달 20일 보도자료를 내고 “(밸류업 기업에 대한 세제혜택은) 2025년부터 시행되어, 올해 정부 정책에 부응하여 주주환원을 확대한 기업들은 사실상 혜택이 없다”라며 세제혜택을 내년이 아닌 올해부터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거래소도 지난 2일 제7차 기업 밸류업 자문단 회의를 열고 밸류업 공시 이행 기업과 밸류업 표창 기업에 대한 밸류업 지수 편입 우대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상장사들의 밸류업 공시 참여를 이끌기 위해 어떤 당근책을 준비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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