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으로 창업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은 미국 반도체기업 인텔이 대규모 구조조정에 착수할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을 접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세계 파운드리 2위 삼성전자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로이터통신은 2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인텔이 사업 분할과 매각 등 다양한 구조조정안을 이달 중순으로 예정된 이사회에서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인텔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옵션으로 반도체 칩 생산업체 알테라 매각, 독일 투자 프로젝트 중단,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매각 등의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이 지난 2분기 실적 발표 당시 16억1100만달러의 대규모 순손실을 밝히며 1만 5000여 명의 대규모 감원 소식을 전했고, 발표 당일인 8월 2일(현지시간) 주가가 하루 만에 26% 하락했다.
인텔 실적 악화의 주요 원인은 크게 인공지능(AI)이 대세로 떠오르며 인텔이 만드는 CPU보다 엔비디아 등이 만드는 GPU의 수요가 더 많아진 것과 파운드리 사업의 부진이 꼽히고 있다. 인텔의 올 2분기 파운드리의 영업 손실은 1년 전보다 93.3% 불어난 19억 6400만 달러였다.
애초 알려진 것과 달리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부를 매각하는 계획은 이번 구조조정안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다만 이러한 구조조정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만큼 발표 전에 변경될 수도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으며, 인텔은 이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
인텔은 2012년 파운드리 사업을 시작해 2018년 철수했다. 하지만 인공지능을 비롯한 산업 전반에 반도체가 필수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2021년 파운드리 부문 재진출을 선언했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 경영자(CEO)는 2030년까지 파운드리 2위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올해 2분기 최악의 실적을 기록하면서, 지난달 직원 1만 5000명을 해고하고 연간 자본 지출을 20% 이상 줄이는 등 구조조정에 나섰다.
현재 업계에서는 인텔이 만약 파운드리 부문을 매각한다면 누가 인수할지에 대해서 다양한 예측이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을 반도체 설계 사업과 매각해 분리하는 시나리오에서 삼성전자와 TSMC가 이를 인수할 만한 기업으로 거론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반도체 위탁제조업체인 글로벌파운드리가 인텔 파운드리의 인수자가 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글로벌파운드리는 지난 2분기 파운드리 점유율 4.9%로 TSMC와 삼성전자를 뒤이어 글로벌 5위권이다. 올해 2월 미국 정부는 칩스법(CHIPS ACT)의 일환으로 글로벌 파운드리에 15억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미국 정부가 반도체 핵심 기술력을 경쟁국인 한국과 대만 기업에 넘기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인데, 다만 첨단 미세공정을 다룬 적은 없는 회사라 매각이 이루어진다면 실제 인수자가 누가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국내 투자자들에게는 인텔의 파운드리 매각이 삼성전자의 기회가 될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점유율은 TSMC가 62%로 1위, 삼성전자가 13%로 2위에 올랐다. 파운드리 시장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23% 늘었지만 점유율 격차를 좁히지 못하는 상황이다. 인텔이 경쟁에 뛰어들면서 2위 자리다툼이 시작됐지만 대규모 직원 감축 등을 감안하면 인텔의 파운드리 부문의 경쟁력 저하는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또 지난해 글로벌 9위에 오르며 가능성을 보였던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IFS)는 올해 2분기 43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지만 -66%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며 상위 10위권 밖으로 떨어졌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IFS 매출 중 99%개 내부 고객으로부터 발생한다”며 “외부 판매 비중이 1%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인텔의 몰락으로 파운드리 2위 삼성전자가 점유율 확대와 함께, 인텔 몫의 보조금을 가져올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미국 테일러시에 건설 중인 새로운 파운드리 시설에서 메모리 반도체부터 파운드리를 비롯해 반도체 생산과 패키징까지 아우르는 '토털 솔루션' 기업의 장점을 내세워 점유율 확대를 노릴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매출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모바일 분야를 대체할 매출처를 빨리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S24에 자사 엑시노스와 퀄컴의 스냅드래곤 탑재를 병행한 것과 달리, 내년 출시 예정인 갤럭시 S25에는 퀄컴 스냅드래곤만 탑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당분간 엑시노스의 수율과 성능 안정화에 초점을 맞출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반도체 전문연구원은 4일 <이코리아>와 한 통화에서 “인텔이 예전처럼 자기네 CPU는 그대로 내재해서 만들고 따로 순수 파운드리만 분리할 경우 사실 그 분야는 인텔의 시장점유율이 상당히 낮다”면서 “순수 파운드리 부분만 매각시 시장 전체 판도에 그렇게 큰 영향을 끼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인텔 파운드리가 매각이 된다면 아무래도 미국 기업 쪽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은) 미국에서 지금 투자하는 부분이라 미국의 반도체 제조업 강화는 그대로 유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인텔의 파운드리는)지금까지 크게 경쟁이 없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국내 파운드리에 큰 지장이 없을 수도 있지만 향후 파운드리 부문의 과도한 경쟁이 발생할 우려는 사라지지 않는다 정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윤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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