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기술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산업 전반에 걸쳐 막대한 전력 소모가 발생하는 가운데, 주요 기술 기업들이 원자력에 주목하고 있다.
우선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1979년 원전 사고가 발생했던 것으로 유명한 스리마일 원자력발전소를 재가동해 독점적으로 전력을 공급받기 위한 계약을 21일 체결하며 주목받고 있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는 미국의 전력공급 업체 콘스텔레이션과 20년간 전력 공급 계약을 맺어 2028년부터 자사의 AI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할 계획이다.
스리마일 발전소의 재가동은 원자력발전소가 폐쇄된 후 처음으로 재가동되는 사례로,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전력을 통해 AI 운영에 필요한 막대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바비 홀리스 MS 에너지부문 부사장은 성명을 통해 "이번 계약은 탄소 네거티브를 실천하겠다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약속을 지원하는 중요한 이정표다."라고 밝혔다.
한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설립한 원자력 기업 '테라파워'는 지난 6월 본격적인 소형 모듈 원자력 발전소의 건설을 시작했다. 빌 게이츠는 현재 10억 달러(약 1조 3,800억 원)를 들여 SMR 건설에 착수한 상황이며, 앞으로 수십억 달러를 더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픈AI 역시 막대한 전력 수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원자력에 주목하고 있다. 오픈AI의 CEO인 샘 알트만은 소형 모듈 원자로(SMR)를 통해 2027년부터 AI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받을 계획이라고 지난 7월 밝혔다. 오픈 AI는 이를 위해 핵에너지 업체 '오클로(Oklo)'에 투자했으며, 2027년 가동을 목표로 개발을 진행 중이다.
오클로는 자사가 개발중인 SMR이 기존 원자로보다 훨씬 작은 규모로, 지속 가능하고 신뢰성 있는 전력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이콥 드위트 오클로 CEO는 현재의 원자로는 핵 연료에 포함된 에너지 함량의 약 5%만 사용하고 있으며, 자사의 SMR은 나머지 95%의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도록 효율을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아마존웹서비스는 지난 3월 미국의 에너지 기업 탈렌에너지와 6억 5000만 달러 규모의 게약을 체결해 '큐물러스(Cumulus)' 원자력 발전 데이터센터 단지를 인수했다.
이 단지는 펜실베니아에 위치한 1,200에이커 규모의 캠퍼스에 자리 잡고 있으며, 인근의 서스퀘해나 원자력 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전력을 직접 공급받는다. 서스퀘해나 발전소는 2.5기가와트의 전력을 생산하며, AWS의 데이터센터는 이를 통해 AI 및 클라우드 컴퓨팅 운영에 필요한 막대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주요 기술기업들이 원자력에 주목하는 이유는 AI 산업이 필요로 하는 막대한 전력 수요를 기존의 신재생에너지만으로 충족하기에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태양광이나 풍력은 시간, 날씨 등 조건에 따라 발전량이 일정하지 않으며 에너지 저장의 한계 역시 안고 있지만, 원자력은 탄소 배출 없이 지속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로버트 에클스 미국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교수는 지난 8월 포브스에 기고한 글을 통해 AI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과 함께 원자력, 특히 소형 모듈 원자로(SMR)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에클스 교수는 재생에너지만으로는 AI가 필요로 하는 막대한 전력을 충족할 수 없으며,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탈탄소 에너지원이 원자력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에클스 교수는 특히 "원자력은 높은 가동률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기저 부하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며, 이를 다른 에너지원과 비교하여 강조했다.
그는 원자력 발전소는 92%의 가동률을 기록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에너지원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이는 천연가스(55%), 석탄(54%), 수력(37%), 풍력(35%), 태양광(27%)보다 훨씬 높은 수치라고 설명했다. 에클스 교수는 이러한 안정적인 전력 공급 능력이 대규모 AI 데이터 센터 운영에 필수적이며, 이는 AI 기술을 지원하는 데 있어 원자력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그는 SMR이 기존 원자력 발전보다 더욱 적합한 이유로 소형화, 모듈화, 그리고 경제성을 꼽았다. SMR은 전통적인 원자력 발전소보다 건설 비용과 시간이 절감되며, 부지 면적이 작고 환경적 위험이 적다는 장점이 있어 데이터 센터와 같은 고전력 소비 시설과 쉽게 연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원자력 발전이 주목받는 상황에 대해 우려하는 의견도 있다. 미국 핵과학자회(Bulletin of the Atomic Scientists)는 지난 7월 원자력 활용과 관련된 중요한 위험 요소로 핵물질의 확산 가능성을 지적하는 글을 게제했다. 오클로(Oklo)와 같은 신생 기업이 추진하는 소형 모듈 원자로(SMR)등의 새로운 기술이 핵물질 확산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오클로의 원자로는 높은 농도의 우라늄-235를 사용하며, 이는 전통적인 원자력 발전소에서 사용하는 연료보다 무기급 우라늄에 더 가까운 농도를 가진다고 설명했다. 이는 악의적인 행위자가 비교적 적은 양의 물질로도 핵무기를 제작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오클로의 원자로는 플루토늄-239를 생성하는 데 매우 적합한 나트륨 냉각 고속 중성자 방식으로 운영되는데, 이는 플루토늄이 재처리되어 핵무기 제작에 사용될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고도 덧붙혔다. 이러한 위험 요소는 원자력 에너지를 AI와 같은 첨단 산업에 사용하는 과정에서 핵 확산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핵과학자회는 이와 같은 기술적 위험뿐만 아니라, 원자력 에너지 기술이 정책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위험도 언급했다. 미국은 1970년대 이후 상업적 재처리를 금지해왔으며, 이는 핵무기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중요한 정책이었다. 하지만, 오클로와 같은 회사들이 상업적 재처리 기술을 다시 활성화하려는 시도는 미국의 기존 정책을 약화시킬 수 있으며, 이는 국제적으로 핵확산을 억제하는 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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