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데이터 분석 업체 토터스 미디어가 23일 발표한 '2024년 글로벌 AI 인덱스'에서 한국의 글로벌 AI 국가 역량이 세계 6위라는 결과가 나왔다. 토터스미디어는 2019년부터 매년 정부보고서, 국제기구, 싱크탱크, 공공 데이터베이스 등을 활용해 국가 AI 수준을 측정, 발표해오고 있다. 실행, 혁신, 투자 3가지 항목을 인재, 인프라, 운영환경, 연구, 개발, 정부전략, 생태계 등 하위 항목으로 나누어 평가한다.
한국은 지난해와 동일하게 6위를 기록했다. 특히 개발(3위), 정부 전략(4위), 인프라(6위)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며, AI 기술 발전과 정부의 전략적 지원이 강점으로 작용했다. 미국과 중국은 각각 압도적인 1위와 2위를 차지했으며 그 뒤를 싱가포르, 영국, 프랑스가 이었다.
특히 올해의 조사 결과에서는 프랑스의 순위 급상승이 눈에 띄었다. 프랑스는 지난해의 조사 결과에서 13위에 머물렀지만, 올해는 순식간에 한국을 제치고 5위로 올라섰다. 프랑스는 마크롱 행정부의 주도로 AI 분야의 규제를 완화하고 적극적으로 지원을 늘려나가고 있다. 또 최근 미스트랄 AI, H 등 세계적인 수준의 AI 스타트업을 배출하는 등 AI 분야에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한편 한국의 경우 관련 법제도 수립의 지연으로 인해 운영 환경(35위) 부분에서 지난해와 동일하게 낮은 순위를 기록했다. 이는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만큼 이를 지원할 법적 기반이 미흡하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2023년 조사에서도 비슷한 문제점이 드러났으며 결국 정부가 미국, 중국의 뒤를 이은 3대 AI 강국을 목표로 'AI-반도체 이니셔티브' 등의 정책을 추진중임에도 불구하고 지난해의 조사결과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게 되었다는 해석이다.
한국의 AI 준비도가 부족하다는 평가는 지난번 IMF의 조사에서도 드러났다. 지난 6월 IMF에서 발표한 176개국의 AI 준비 지수(AI Preparedness Index)에서 한국은 세계 15위를 기록했다. AI 준비지수는 디지털 인프라, 인적 자본, 기술 혁신, 법적 프레임워크 4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각국 정부의 AI 준비 수준을 평가하는 지수다. 개별 국가의 기술 발전 수준보다는 사회적, 제도적 AI 채택 준비 수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1위는 AI 대비 지수 0.8의 싱가포르가 차지했으며 덴마크(0.78)와 미국(0.77)이 각각 2위와 3위를 기록했다. 한국의 경우 0.73을 기록했다.
지난 4월 미국 스탠퍼드대 '인간 중심 AI 연구소'(HAI)가 발표한 연례 AI 보고서 'AI 인덱스 2024’도 살펴봤다. AI 인덱스는 스탠퍼드대가 매년 AI와 관련된 데이터를 추적, 수집, 추출 및 시각화해 발표하는 보고서다. 연구소는 정책 입안자, 연구자, 경영진, 언론인, 일반 대중이 복잡한 AI 분야를 보다 철저하고 미묘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편향되지 않고 엄격하게 검증된 광범위한 출처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조사에서 한국은 2022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AI 특허의 수는 10.26으로 조사 대상국 중 1위를 차지했다. 이는 룩셈부르크(8.73), 미국(4.23), 일본(2.53)보다 높은 수치다. 또 AI 분야에 대한 민간투자 금액 규모 역시 조사 대상 국가 중 9위를 차지했다.
다만 HAI 연구소는 한국 AI 분야의 인재 유출 문제를 지적했다. 한국은 링크드인 기준 AI 인재 이동 지표가 –0.3을 기록했는데 이는 한국을 빠져나가는 AI 인재가 한국에 들어오는 인재보다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0.76을 기록한 인도와 –0.57을 기록한 이스라엘 역시 인재 유출 문제가 심각했으며 룩셈부르크(3.67)와 아랍에미리트(1.48) 은 가장 높은 인재 유입을 기록했다.
지난 1월 유럽에서 세계 최초의 AI 법이 통과되고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세계 주요국들이 앞다퉈 AI 거버넌스를 확립해가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역시 하루 빨리 AI 기본법을 제정하고 범부처 AI 규제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는 AI와 관련된 법안이 총 12건이 발의되었다. 이 중 7개의 법안이 '인공지능 산업 육성 및 신뢰 기반 조성에 관한 법률안'으로 병합되어 지난해 2월 국회 과방위 법안소위를 통과했다. 하지만 ‘우선 허용, 사후 규제’를 원칙으로 삼는 등 위험 규제보다는 산업 육성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지적이 잇따라 나오며 반발이 이어졌고, 논의가 지연되다가 결국 회기 만료로 법안이 폐기되었다.
현재 22대 국회에서는 AI 관련 법안이 10건 발의되어 있는 상황으로, 현재 여야의 논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연내 AI 기본법 제정이 가능할지는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현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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