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미래연구원의 ‘2022년 한국인의 행복조사’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년이 체감하는 삶의 만족도는 OECD 회원국 중 최하위다. 2022년 기준 OECD 회원국의 청년 삶의 만족도 평균은 6.69점인데 우리나라는 6.1점이다. 이러한 점수는 서울,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울산 등 특별시와 광역시의 7개 지역에 거주하는 20-39세 청년 2151명을 대상으로 표본을 선정해 모집단 가중치를 적용한 후 분석했다.
청년들의 만족도는 일, 생활수준, 안전감, 미래안정성 등과 상대적으로 높은 상관관계를 나타난다. 보고서는 특히 서울에 거주하는 청년들의 동네환경 만족도가 지방 대도시 청년들의 만족도 수준보다 낮게 나타나는 이유로 높은 주거 비용에 대해 기대 수준에 못 미치는 여건으로 판단했다.
청년층의 출산 포기 문제의 핵심으로 ‘주거 문제’로 지목되는 이유다. 지난 27일 서울시청에서 ‘2024 서울주거포럼’에선 저출생과 신혼부부 주택 문제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주택 마련에 대한 경제적 부담이 청년들의 결혼 기피와 출산 포기로 이어진다고 진단한다. 높은 집값은 이미 오래전부터 저출생 문제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됐다.
결혼을 결심한 청년들조차 내 집 마련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결혼을 포기 또는 미루거나 결혼 후에도 대출 등 경제적 문제로 혼인신고도 하지 않는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혼인신고를 안 하는 건 기본적으론 대출 문제 등 경제적 요인이 크다”고 말한다.
서울시의 경우, ‘장기전세주택’을 신혼부부 맞춤형 주택 정책으로 제안하고 있다.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주거 공간을 제공함으로 신혼부부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김준형 명지대학교 교수는 “단순히 임대주택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신혼부부들이 자산을 축적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전례없는 저출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창의적 접근을 해야 한다”면서 “전수조사를 통해 신혼부부 대기자 명부를 도입해 필요한 물량을 정확히 파악하고, 개발사업, 정비사업에 의존하는 수동적 구조를 탈피해 신혼부부가 정착, 장기적으로 거주하기에 적합한 대상지를 선정하고 신혼부부를 위한 사업을 일으키는 능동적 접근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주거 문제 뿐 아니라 저출생을 야기하는 청년들의 직업 안정성, 일과 가정의 양립 문제 등에도 다각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민보경 국회미래연구원 삶의질그룹장은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청년층이 느끼는 직업적 불안과 경제적 부담이 출산을 포기하는 중요한 이유로 작용하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주거비 완화와 더불어 일자리 안정성 확보와 같은 종합적인 대책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민 그룹장은 “국회미래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MZ세대는 기성세대에 비해 여가를 중시하는 경향을 보이며 동시에 결혼에 대한 선호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노동시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낼 경우 출산과 양육을 기피할 우려가 보인다.”라며 “MZ세대의 만족도 향상을 위해서는 재택근무, 유연근무제, 워케이션(work+vacation) 등 다양한 정책 등을 함께 혼인, 혈연, 법률적 관계를 중심으로 한 전통적 가족개념을 넘어 다양한 관계를 포괄하는 확장된 개념과 제도적 고찰해야할 시점이다.”라고 분석했다.
실제 해외 여러나라에선 저출산 극복을 위해 단순한 지원의 형태가 아닌 생애주기 차원의 국가주도적 주거정책을 마련해 지원하고 있다. 일본은 지방의 인구소멸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공공임대주택을 지원하고 있다. 홋카이도의 미카사시는 지역 상품권을 지원함으로 주택 임대료의 일부를 지원한다. 이는 주거 지원과 동시에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겠다는 의도다.
싱가포르는 다민족·다인종 국가로 이민정책을 통해 전체 인구수는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합계출산율은 1.1명으로 2022년 기준 전 세계에서 3번째로 낮다. 이에 싱가포르 정부는 낮은 출산율과 이로 인한 인구감소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1987년부터 다양한 정책을 시도해왔다.
신혼부부에게 공공주택 우선권을 주고, 대출도 집값의 80%까지 해준다. 어린 자녀가 있는 경우 신규 주택을 우선 분양받을 수 있다. 특이한 점은 부모나 조부모 집으로부터 2㎞ 안에 있는 주택에 대해서는 근거리 거주자에게 분양 우선권을 준다는 것이다. 이는 출산 후 보육에 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가족 공동체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시행하고 있다.
유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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