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생성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주요 기술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신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4일 메타가 텍스트만으로 영상을 생성할 수 있는AI 모델 '무비젠'을 공개했다.
무비젠은 이용자가 텍스트를 입력하면 이에 맞는 영상을 생성하는 영상 생성 AI 모델이다. 텍스트로 명령을 입력하면 최대 16FPS (초당 프레임)의 16초 길이의 영상을 생성할 수 있으며, 배경음악이나 효과음을 추가할 수 있다. 또 영상 속 인물의 의상, 배경, 주변 사물 등 영상 속 세부 요소를 편집할 수도 있다.
메타가 공개한 시연 영상에서는 황무지를 달리는 사람의 뒷모습이 등장하는 영상에서 입고 있는 의상을 변경하거나 배경에 선인장을 추가하고, 강아지가 놀고 있는 영상에서 강아지의 색을 변경하거나 옷을 입히는 등의 예시를 보여준다.
메타는 무비젠이 경쟁사의 모델보다 우수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영상의 품질, 동작의 자연스러움, 그리고 일관성 측면에서 오픈AI의 ‘소라(Sora)’와 런웨이의 ‘젠3(Gen3)’를 앞선다고 설명했다. 메타는 이 모델을 자사의 소셜 미디어 플랫폼인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에 탑재해 사용자가 직접 영상을 생성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다만 무비젠은 아직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상용화는 준비되지 않은 상태다. 크리스 콕스 메타 최고 제품 책임자는 무비젠은 아직 생성 비용이 많이 들고, 시간도 오래걸리기 때문에 제품으로 출시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영상 생성 AI 개발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특히 오픈 AI가 지난 2월에 공개한 '소라(Sora)'의 경우, 최대 1분 길이의 영상을 제작할 수 있는데, 카메라로 촬영한 듯한 영상을 자연스럽게 생성하는 등 압도적인 기술력을 보여주며, 영상 AI 기술 경쟁을 촉발시켰다.
구글은 지난 5월 영상 생성 AI '비오(Veo)'를 공개했다. 비오는 1080p 해상도의 고품질 영상을 생성할 수 있으며, 특히 기존의 동영상 생성 AI와 달리 일관적인 영상을 생성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구글은 올해 말부터 유튜브 쇼츠 등 자사의 다른 서비스에 비오의 기능을 도입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스태빌리티 AI의 '스테이블 비디오 디퓨전', '런웨이', '루마 AI', '피카랩스' 등 중소규모 스타트업이 개발한 영상 생성 AI들 역시 경쟁에 뛰어든 상황이다.
한편, 이러한 기술의 빠른 발전과 함께 오용에 대한 우려도 점점 커지고 있다. 최근 딥페이크 기술이 가짜뉴스나 허위 정보를 확산시키는 데 사용되는 문제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영상 생성 AI가 이러한 문제를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를 들면 메타가 소개한 무비젠의 기능 중 '개인화된 비디오 제작 기능'의 경우, 사람의 사진을 명령어와 함께 입력하면 사진 속 인물이 특정 행동을 하는 딥페이크 영상을 손쉽게 생성할 수 있다.
IT 매체 아스 테크니카는 무비젠의 '개인화된 비디오 제작' 기능이 사실상 딥페이크 기술의 연장선이라고 지적하며, 이 기술이 허위 영상을 쉽게 만들어낼 수 있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딥페이크 기술이 실제 촬영된 것처럼 보이는 영상을 만들어 사람들을 자신이 하지 않은 행동을 하는 것처럼 조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명해왔다.
특히 무비젠은 단순히 인물의 사진과 텍스트 명령어만으로 해당 인물이 특정 장소에서 특정 행동을 하는 영상을 생성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해, 딥페이크 영상의 생성이 매우 용이하다는 문제점이 지적된다. 아스 테크니카는 이러한 딥페이크 기술이 결국 진실과 허구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어, 깊이 있는 맥락 없이는 사실을 식별하기 어려운 "문화적 특이점"으로 다가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뉴욕타임즈는 메타의 무비젠 발표에 대해 "이 거대 기술기업은 할리우드를 재창조하거나 허위 정보를 퍼뜨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많은 회사 중 하나"라고 보도했다. 생성형 AI 기술이 영상 제작을 혁신할 가능성도 있지만, 동시에 허위 정보를 확산시키는 데 악용될 가능성도 있다는 경고다. 오픈AI의 '소라' 역시 이러한 우려로 인해 제한된 소규모 그룹에게만 제공되고 있으며, 아직 대중에게는 공개되지 않았다.
저작권 문제도 있다. AI가 무단으로 사용된 데이터나 콘텐츠를 학습해 영상을 생성할 경우 저작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의 주요 AI 기업들은 생성 AI의 학습 데이터와 관련된 여러 건의 저작권 소송에 직면하고 있다. 작가, 언론사, 만화가 등 다양한 창작자들은 AI 기업들이 자신들의 저작물을 무단으로 학습해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또한, AI가 편향되거나 잘못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영상을 생성할 경우, 그 영향은 사회적 문제로 확대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현기호 기자
저작권자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 많은 기사는 '이코리아'(http://www.ekoreanews.co.kr/)
'ICT'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글로벌 스마트폰시장 AI 신기술이 좌우 (4) | 2024.10.16 |
---|---|
시놀로지, 한국 매출 두 배 성장...비결은? (3) | 2024.10.10 |
'영리기업' 된 오픈AI...우려 잇따라 나오는 이유는? (10) | 2024.10.04 |
동남아로 몰려가는 빅테크...이유는? (1) | 2024.10.03 |
딥페이크 입법 찬반 논쟁 치열 (1) | 2024.10.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