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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WWF ‘2024 지구생명보고서’의 경고, 티핑포인트가 가까워졌다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4. 10.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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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WWF 2024 지구생명보고서, 제공-WWF]

세계자연기금(WWF)은 10일  ‘2024 지구생명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전 세계 야생동물 개체군의 규모가 지난 50년 동안 재앙적으로 감소했다”라며 “향후 5년이 기후와 생물다양성의 이중 위기를 극복할 마지막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WWF는 세계 100여 개국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3,800만 명 이상의 서포터즈와 함께 생명 다양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비영리 자연보전 기관이다. 

 

지구생명보고서는 WWF가 2년마다 발간하는 대표간행물로, ‘2024 지구생명보고서’는 런던동물학회(ZSL)와 공동연구를 통해 발간되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5495종을 대표하는 약 3만5천개의 야생동물 개체군이 1970부터 2020년까지 50년 동안 평균 73% 감소했다. 특히 담수 생태계의 경우 85%의 가장 큰 감소를 보였고, 육상(69%)과 해양(56%)생태계 순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야생동물 개체군 감소의 주된 원인으로는 식량 시스템으로 인한 서식지 파괴와 황폐화가 주된 원인으로 지목됐다. 박민혜 WWF 한국본부 사무총장은 “현재 모든 주거 가능한 면적의 40%가 인간을 위한 식량 생산에 사용되고 있고,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열대 및 아열대 지역에서는 산림 파괴의 90%가 농지 전환 때문에 초래되고 있다”라며 “이번 보고서를 통해 식량에 의한 훼손과 변화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하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사진-티핑포인트, 제공-WWF]

이번 보고서는 지구가 인류에게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는 티핑포인트(tipping point)에 가까워졌다고 경고하고 있다. 티핑포인트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토머스 셸링이 사용한 개념으로, ‘갑자기 뒤집히는 점’이란 뜻으로 보고서에선 ‘생태계가 한계를 넘어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겪는 상황’을 의미한다.

 

글로벌 티핑 포인트는 해당 지역 뿐 아니라 전 세계 식량 안보와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아마존은 기후변화와 산림 파괴로 인해 강수량이 감소하고 있으며, 과학자들은 이 현상이 티핑 포인트를 초래해 아마존의 환경이 열대우림에 부적합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화재와 식물고사로 인한 변화는 아마존을 탄소 흡수원에서 배출원으로 전환될 위험을 증가시킨다. 상상이 현실이 되는 순간, 최대 750억 톤(t)의 탄소가 대기로 배출되어 1.5℃ 감소 목표 달성은 불가능해진다.

 

[사진-박민혜 WWF 한국본부 사무총장, 제공-WWF]

WWF는 아직 늦지 않았다며 지구의 미래가 향후 5년 동안 우리가 내리는 결정과 대응하는 조치에 달려있다고 말한다. 박 사무총장은 “모든 솔루션은 국제사회가 이미 수립한 3개의 프레임워크 안에서 밀접하게 작용해야 한다.”라며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를 통해 생물다양성 손실을 멈추고 회복을 전환해야 하며 파리 협정을 통해 지구기온 상승 폭을 1.5℃ 제한해야하고, 지속가능한 목표 SDG를 통해 빈곤을 종식시켜 인간의 복리를 증진한다는 내용의 목표을 가져야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박 사무총장은 “보전방식, 식량, 에너지, 금융 시스템의 통합적인 변화만이 더 많고 보다 효과적인 해법으로 작용할 수 있다”라며 WWF의 4가지 솔루션을 제시했다. ▲첫 번째, 육지 16%, 해양의 8%에 불과한 전 세계의 보호지역을  확장, 개선, 연결하고, 적절한 재원을 지원해야 하며, ▲두 번째, 신속한 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해 소형자동차의 20~40%를 전기자동차로 대체하고 전 세계 에너지 공급망을 현대화해야 한다. ▲세 번째, 자연이 번성할 수 있도록 하면서 모든 이에게 충분한 식량이 제공되도록 ‘네이처 포지티브(nature-positive)’ 방식의 식량 생산을 확대해야 하며, ▲마지막으로 파이낸싱 그린(Financing Green)과 그리닝 파이낸스(Greening Finance) 등 생물다양성, 기후, 지속 가능한 발전에 대한 글로벌 목표 달성에 도움을 주는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해야 한다.

 

2024 지구생명보고서 발표 후 기자간담회에서는 국내 담수 생태계와 식량 시스템, 지속가능 금융의 현황에 대해 발표하며, 한국의 생물다양성 및 보전 과제를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진-이상훈 국립생태원 습지연구팀 팀장, 촬영-유호경기자]

이상훈 국립생태원 습지연구팀 팀장은 국내 담수 생태계의 위험요인과 대응 현황에 대해 발표했다. 이 팀장은 “우리나라 담수 생태계 대부분이 습지지만, 환경부와 지자체에서 지정한 습지가 40여 개, 국토 면적의 0.14%에 불과하다.”라면서 “습지는 태풍. 해일 같은 기상재해의 피해를 줄이는 자연의 방파제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습지식물의 경우 숲보다 온실가스 흡수 효과가 2~7배 정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우리나라 멸종위기종 282종 중 환경부 지정 습지 25곳에만 약 90종의 멸종위기종, 약 32%가 습지에 서식하고 있다.”라며 습지 보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팀장은 “영국의 경우 기후 실패, 기후 비상사태라는 말을 공공연하게 쓸 정도로 기후변화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고 있는 반면에 우리나라는 기후 위기란 표현도 사용하지 말아 달라는 요청을 받기도 한다.”라며 “습지보호지역을 지정해도 반드시 보호된다고 보장할 수 없다. 특히 보호지역 주변의 주민과 정책결정자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라며 지속적인 홍보와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진-윤지현 서울대 생활과학대학 식품영양학과 교수, 촬영-유호경기자]

윤지현 서울대 생활과학대학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전 세계적인 흐름이 식량 시스템 전환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그동안 그러한 변화를 주목하지 못했다”라며 “전 세계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의 1/4 정도가 식량 시스템(생산, 가공, 유통, 폐기의 모든 과정)에서 나오고 있으며, 담수의 70% 정도가 식량 시스템을 위해 쓰이고 있지만, 생산된 식량의 1/3은 손실·폐기되고 있다. 식량 시스템의 전환을 통해 낭비되는 음식을 줄이는 것이 식량부족 문제 해결방안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식생활을 위한 기본계획’을 정책으로 세우고 시행하고 있지만, 지속가능한 식생활을 위해 생산·가공·유통단계에서의 시스템적인 고민 보다 국민 인식·실천 교육에 대해 중점을 두고 있다”라며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으면서 인식의 전환만을 강조한다면 지속가능한 변환을 이룰 수 없다. 시스템 구축과 정부의 지속적인 R&D 지원이 식량시스템의 전환을 앞당길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조대현 아시아기후변화투자자그룹(AIGCC) 한국 매니저, 촬영-유호경기자]

조대현 아시아기후변화투자자그룹(AIGCC) 한국 매니저는 한국의 생물다양성 관련된 금융사례를 들며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조 매니저는 “파이낸싱 그린(Financing Green)은 채권, 주식과 같은 금융상품을 활용하여 그린에 직접 투자하는 것이고, 그리닝 파이낸스(Greening Finance)는 금융시장의 경제적인 주체들의 인식을 바꾸는 파이낸셜 그린보다 더 궁극적인 목표를 향해가는 것”이라며 “그러나 아쉽게도 한국에서는 미국과는 다르게 생물다양성 상품에 대해 녹색 채권 외에 사례를 찾아볼 수 없고, 인식 수준도 낮은 편”이라고 평가했다. 

 

조 매니저는 “AIGCC와 세계적인 회계·경영컨설팅 업체인 PWC에서 분석한 나라별 자연 의존도에 따르면 한국의 자연 의존도는 한국증권거래소 상장기업 시가총액 중 21%가 고(高)의존, 50%가 중(中)의존에 해당한다.”라며 “한국은 아시아 국가 중 뉴질랜드, 대만에 이어 3위에 해당한다. 이는 에너지, 식음료, 담배 섹터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라며 한국이 생물다양성에 대해 신경 써야 하는 이유에 관해 설명했다.

 

이어 조 매니저는 “현재 한국의 녹색 채권을 분석해본 결과, 대부분이 청정 운송, 신재생에너지, 에너지효율 이렇게 3가지 분야에만 많이 집중되어 있다”라면서 “최근 금융위원회에서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금융지원 확대 방안으로 420조 투자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포괄적으로 ‘그린’에 투자하다 보면 위에 3가지 분야에만 또 집중되어 생물다양성 분야가 소외당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생물다양성 관련하여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추가됐으면 한다”라고 제안했다.

 

박 사무총장은 “올해 열리는 국제 생물다양성과 기후 정상회담인 제16차 유엔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OP16)와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는 각국이 문제의 규모와 심각성에 걸맞게 대응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회의의 결과가 낙관적이지만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많다. 그러나 WWF는 현실적으로 대체재가 있는 불필요한 플라스틱에 대해서라도 구체적인 합의를 이루어 내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답했다.

 

유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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