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해보다 무덥던 여름이 물러가고, 아침과 저녁으로 제법 쌀쌀한 가을이 찾아왔다. 요즘같이 일교차가 크고 기온이 갑자기 낮아지면 우리 몸의 면역력이 떨어져 감기와 비염에 걸리기 쉽다고 한다. 우리 몸의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영양소가 풍부한 음식을 섭취해야 한다.
블루베리는 미국 타임지가 선정한 면역력을 높이는 10대 슈퍼푸드 중 하나이다. 작고 동그란 보라색 블루베리에는 항산화 물질과 안토시아닌이 풍부하여 노화와 질병 예방에 도움을 준다. 우리나라에도 토종 블루베리로 불리는 나무가 있는데, 바로 오늘 소개할 산앵도나무이다.
산앵도나무라는 이름은 ‘산에서 자라며 앵도나무 같은 열매를 맺는 나무’라는 뜻에서 유래되었다. 실제로 산앵도나무 열매는 앵두처럼 붉은색으로, 우리가 흔히 아는 흑자색의 블루베리와는 다르다. 그럼에도 산앵도나무의 영어 이름은 ‘Korean blueberry“ 즉 한국의 블루베리이다. 이렇게 열매색이 다른데도 어쩌다가 한국의 블루베리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그 이유는 산앵도나무가 블루베리와 동일한 속(Genus Vaccinium)에 속하는 나무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산앵도나무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분포하는 특산수종으로, 우리나라에서만 자라는 블루베리인 셈이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산앵도나무는 한국의 블루베리가 되었다. 전 세계적으로는 귀한 산앵도나무는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산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우리나무이다.
정금나무는 산앵도나무보다 블루베리와 닮은 점이 많다. 정금나무라는 이름은 열매의 모양이 머루(전남 지역 방언으로 머루를 ‘정금’이라고 함)를 닮은 나무란 뜻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이 있다. 실제로 정금나무는 머루 열매와 비슷하게 가지 끝에 검고 동그란 수십 개의 열매가 다닥다닥 붙어난다. 흑자색의 열매는 먹어보면 새콤한 맛이 강하게 느껴진다.
필자는 힘든 산행 중에 만났던 정금나무가 생각난다. 긴 산행으로 지치고 힘들었는데, 등산로 옆에서 만난 정금나무의 열매를 맛보고 새콤한 열매에 군침이 돌고 정신이 바짝 들어 기운을 내서 등산을 무사히 마쳤던 경험이 있다.
우리나라 산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산앵도나무, 정금나무와 다르게, 월귤은 설악산의 높은 곳이나 풍혈지대 일부에서 자란다. 월귤이라는 이름은 잎이 귤과 비슷하다는 뜻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월귤은 잎이 두껍고 상록성으로 겨울에도 푸름을 유지한다. 또한 나무 키가 채 30cm가 되지 않아 땅에 붙어 자라므로, 나무임에도 언뜻 풀로 오해하기 쉽다. 이러한 이유로 월귤을 ‘땅들쭉나무’라고 부르기도 한다. 월귤은 하얀색 꽃과 가을에 익는 열매가 붉은색으로 영롱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산앵도나무, 정금나무, 월귤은 가을의 산을 아름답게 수놓는 귀한 우리나무이다. 가을에 맺히는 열매는 붉은색, 흑자색으로 가을하늘과 견주어 아름다움을 뽐내며, 산앵도나무와 정금나무의 잎은 붉은색으로 곱게 물든다.
특히, 정금나무는 대표적인 ‘토종 블루베리’로 불리며 항산화물질이 많은 열매뿐만 아니라 줄기에는 항염증 및 골다공증 완화에 효과가 있는 물질이 있어 산업화로 활용 가치가 높은 우리나무이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세계 최초로 정금나무의 엽록체 DNA를 해독하고, 조직배양 기술을 개발하여 정금나무의 보급과 산업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가을의 우리 산에서 산앵도나무 3형제를 만난다면 고마운 마음을 담아 정성어린 응원을 보내주기를 바란다.
[필자소개]
임효인 박사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명정보연구과
임효인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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