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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벨상 휩쓴 AI 연구, 찬반 논쟁 치열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4.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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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벨상 X 갈무리

 2024년 노벨상에서 물리학상과 화학상을 모두 AI 분야가 수상한 가운데, 학계에서는 AI 연구자들이 물리학상, 화학상을 수상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올해의 노벨 물리학상은 '딥러닝의 대부' 제프리 힌튼 토론토대 교수와 존 홉필드 프린스턴대 교수에게 수여되었으며, 이들은 인공 신경망의 학습 방식에 대한 기초 연구로 수상했다. 화학상은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AI 프로그램 '알파폴드'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 존 점퍼, 그리고 미국의 생화학자 데이비드 베이커에게 수여되었다. AI 연구가 과학의 주요 발견으로 인정받으며 AI가 과학 분야에 미치는 영향력을 재확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일부 학자들 사이에서 AI 연구가 물리학이나 화학에서 수상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일부 과학자들은 AI 연구가 기존의 물리학 및 화학 분야에서 수상한 것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표명하며, AI 연구는 노벨상이 아닌 컴퓨터 과학이나 정보 기술 분야의 시상식에서 다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물리학 수상자인 제프리 힌튼 역시 기자회견에서 "물리학에 대해 높은 존경심을 가지고 있지만, 내가 물리학상을 받게 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라고 자신의 수상에 대한 놀라움을 표현했다. 또 데미스 허사비스 역시 수상 후 인터뷰에서 "내 연구는 컴퓨터 과학 부문에서 더 적절했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런던왕립학회의 천체물리학자 조나단 프리처드는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나는 인공지능과 신경망을 좋아하지만, 이것을 물리학적 발견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라며 "노벨상도 AI 열풍에 휩쓸렸다"라고 비판하는 글을 게시했다. 또 'AI의 아버지'로 불리는 유르겐 슈미트후버 사우디 왕립과학기술대 교수는 "2024년 노벨 물리학상은 컴퓨터 과학에서의 표절과 잘못된 인용을 보상하는 것"이라며, 아마리 슈이치의 연구가 인공지능의 기초를 다졌음에도 이번 수상에서 그의 공로가 간과되었다고 지적했다.

 

긍정적인 반응도 나온다. 버지니아 디그넘 스웨덴 우메오대 교수는 "AI는 연구자들이 광대한 데이터 세트를 분석하고, 결과를 예측하며, 새로운 가설을 제안할 수 있게 함으로써 생물학, 물리학, 화학, 의학과 같은 분야의 연구를 가속화하는 도구가 되었다"며 "이번 상들은 AI가 노벨상에서 자리 잡기 위한 것이 아니라, 과학자들이 서로 존중하며 배우는 태도를 기리는 것이다. 이제는 노벨상이 전통적인 학문 구분을 넘어 중요한 발견들을 인정할 때가 됐을지도 모른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미국 물리학 연구소(AIP)의 CEO 마이클 몰로니는 성명문을 통해 AI 연구자들이 2024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것을 "학제간 연구를 기념하는 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 상은 물리학 요소들이 생물학적 학습을 모방하는 컴퓨터 알고리즘 개발을 어떻게 이끌었는지를 보여준다"라며, "과학적 이해의 근본적인 변화가 더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려면 수십 년이 걸릴 수 있음을 시사한다"라고 덧붙였다. 몰로니는 또한 물리학과 신경과학, 심리학을 결합한 인공 신경망 연구가 오늘날의 기계 학습과 인공지능 분야에서 폭발적인 발전을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한편 AI 연구자들이 전통적인 과학 분야에서 노벨상을 수상한 이번 일을 계기로, 노벨상 부문을 현대 과학의 발전을 반영하도록 개편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일부 과학자들은 노벨상이 설립된 1895년에는 컴퓨터 과학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의 AI 연구가 물리학이나 화학 부문에서 수상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노벨상이 물리학, 화학, 생리학과 의학, 평화, 문학 등의 기존 범주에 한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AI, 컴퓨터 과학과 같은 새로운 학문 분야를 반영할 수 있도록 부문을 확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노벨 경제학상의 경우 알프레드 노벨이 유언으로 정한 분야가 아닌, 1968년 스웨덴 중앙은행의 기금으로 새롭게 추가된 분야다. 이에 따라 노벨재단에서 상금이 지급되지는 않지만,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그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공개 서한 원문 = '뉴사이언티스트' 갈무리, [ https://www.newscientist.com/article/dn17863-open-letter-to-the-nobel-prize-committee/]

지난 2009년에는 노벨 생리학상 수상자 팀 헌트를 포함한 10명의 연구자들이 노벨재단에 공개 서한을 보내, 지구 환경 및 공공 보건, 기초 생물학, 행동 과학 등 새롭게 떠오르는 학문 분야를 인정할 수 있도록 부문을 개편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서한에서 그들은 "과학이 처음 노벨상으로 인정받던 시기 이후 많은 변화가 있었다"라며, 특히 기후 변화나 에이즈와 같은 현대의 도전 과제는 기존의 노벨상 부문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세계보건기구(WHO)가 말라리아를 박멸하더라도 현재의 노벨상 부문으로는 그 성과를 인정받지 못할 수도 있다고 예를 들며, 노벨상이 현대 과학의 다양한 분야를 포괄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연구자들은 기초 과학뿐만 아니라 응용 과학 분야에서 성과를 인정할 수 있는 '글로벌 환경'과 '공공 보건' 부문을 신설하고, 생리학 또는 의학 부문을 확장해 생물학과 행동 과학 같은 새로운 분야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부문이 추가되지는 않았다

 

 

현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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