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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케이뱅크, 연내 상장 무산... 대주주 재무적 부담↑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4. 10.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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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뱅크의 연내 상장 계획이 결국 무산됐다. 하반기 기업공개(IPO) 시장 최대어로 기대를 받았던 만큼 시장에 미칠 여파도 작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케이뱅크는 지난 18일 “최근 실시한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결과에서 성공적인 상장을 위한 충분한 수요를 확인하지 못해 이번 공모를 철회하는 것으로 결정했다”며 금융위원회에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 

 

실제 케이뱅크는 지난 10일부터 16일까지 국내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했으나 흥행에 실패했다. 희망공모가 범위는 9500원~1만2000원이었으나 수요예측이 부진하자 상장주관사인 NH투자증권과 KB증권이 공모가를 하단보다 낮은 8500원까지 내리는 방안을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케이뱅크의 상장 철회의 원인으로 기업가치 고평가 논란을 꼽는다. 케이뱅크는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 카카오뱅크와 SBI스미신넷뱅크· 뱅코프 등을 비교군으로 선정한 뒤, 이들의 주가순자산비율(PBR) 평균인 2.56배를 적용했다. 

 

하지만 케이뱅크의 직접적인 비교 대상으로 꼽히는 카카오뱅크의 PBR이 1.72배에 불과한데다, 국내 은행 중 PBR 1배를 넘는 곳을 찾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할 때 케이뱅크의 기업가치가 지나치게 부풀려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케이뱅크보다 PBR이 낮은 카카오뱅크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2314억원, 자본총계는 6조2895억원으로 케이뱅크(854억원, 1조9556억원)와는 상당한 격차가 있다.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우려도 케이뱅크 수요예측이 부진했던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실제 케이뱅크의 전체 공모주 8200만주 중 구주매출(기존 주주 지분 매각) 비중이 절반(4100만주)을 차지하는 데다, 상장 직후 유통가능 주식 비중 또한 37%로 적지 않다. 

 

수요예측 첫날 열린 국정감사에서 케이뱅크의 업비트 의존도가 지적받은 점도 흥행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10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케이뱅크의 전체 예수금 22조원 중 4조원 가량이 업비트 고객 예치금으로 거의 20%를 차지한다”라며 “업비트가 케이뱅크와 거래를 단절하면 케이뱅크에 뱅크런 사태가 일어나게 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최우형 케이뱅크 행장은 지난 15일 열린 케이뱅크 IPO 간담회에서 “케이뱅크 전체 수신 22조원 중 업비트 예수금은 3조1000억원~3조2000억원 수준”이라며 “이자율이 오른 부분은 다른 사업으로 감당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최 행장은 뱅크런 우려에 대해서도 “업비트 예치금은 대출 재원으로는 한 푼도 쓰고 있지 않다”라며 별도 관리 중이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다만 이번 수요예측 부진으로 볼 때, 최 행장의 해명이 시장을 설득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케이뱅크의 연내 상장이 무산되면서 투자자들의 실망감도 커지게 됐다. 무엇보다 최대주주인 비씨카드의 경우 케이뱅크 상장 지연으로 재무적 부담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케이뱅크는 지난 2021년 1조2500억원의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MBK파트너스, 베인캐피탈 등의 재무적투자자(FI)에게 7250억원을 투자받았는데, 여기에는 동반매각청구권(드래그얼롱)이 붙어있다.

 

만약 케이뱅크가 오는 2026년 7월까지 상장을 하지 못해 FI가 이를 행사할 경우 비씨카드는 이들의 지분을 되사야 한다. 상장이 기한 내 완료되더라도 공모가가 FI의 주당 매입가인 6500원을 넘지 못하면 FI의 환매 요구를 받을 수 있다. 

 

2대 주주인 우리은행 또한 케이뱅크 상장 시 발생할 예정이었던 회계상 이익이 사라지게 됐다. 케이뱅크 상장에 따른 신주발행으로 우리은행 지분율이 하락하면 그에 따른 간주 처분 이익이 발생하게 되는데, 공모가 범위로 단순 계산하면 최대 200억원에 달한다. 올해 국내 은행 연간 순이익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는 우리은행으로서는 작은 규모의 이익이더라도 아쉬울 수 있다. 

 

한편, 케이뱅크는 내년 초 상장을 재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연내 상장이 무산된 케이뱅크가 각종 의혹을 해소하고 예정대로 상장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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