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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정책성 대출 두고 정부 진퇴양난, 가계부채 관리 실종?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4. 10.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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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우(왼쪽) 국토교통부 장관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의 국토교통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새만금개발청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의원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가계부채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정책성 대출 규제를 두고 정부의 비일관적인 태도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실수요자의 거센 반발로 디딤돌 대출 규제 계획을 철회한 만큼, 향후 가계부채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교통부가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주택도시기금을 재원으로 하는 정책대출인 디딤돌·버팀목대출은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총 42조847억원 집행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27조7868억원)보다 14조3979억원(51.5%) 증가한 것이다. 

 

특히, 주택구입자금 대출인 디딤돌대출은 올해 들어서만 22조3202억원 불어났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8조1196억원)보다 2.7배나 늘어난 규모다. 전세자금 대출인 버팀목대출이 19조7645억원으로 지난해(19조6672억원)와 비슷한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차이가 있다. 

 

디딤돌대출의 급증은 정부의 대출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의 영향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 6억원 이상 주택을 대상으로 한 특례보금자리론 공급이 중단되면서 지난해 42조원에 달했던 보금자리론 공급 규모는 10조원 수준으로 감소했다. 금융당국 또한 ‘관치’ 논란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시중은행에 가계대출 관리를 강력하게 요청하면서, 1금융권 대출 문턱이 상당히 높아졌다.

 

반면, 디딤돌대출은 연소득 6000만원 이하 무주택자가 5억원 이하 주택 구매 시연 2~3%대 금리로 최대 2억5000만원까지 빌려주는 서민 대상 정책성 대출 상품이다. 시중은행보다 금리가 낮은 데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도 적용되지 않는다. 게다가 지난해 말 신혼부부 등을 대상으로 소득요건까지 완화하면서, 디딤돌대출로 실수요자들이 몰리게 된 셈이다. 

문제는 정책성 대출 공급이 지나치게 늘어나면서, 정부의 갖은 시도에도 가계대출 규모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은 총 6.2조원 증가했는데, 이 가운데 디딤돌·버팀목대출은 3.8조원으로 은행 자체 증가분(4조원)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다. 

 

올해 상반기로만 봐도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은 지난해 말보다 16.2조원 늘어났는데, 이 가운데 정책성 대출을 제외한 은행 자체 증가액은 6.5조원에 불과하다. 정책성 대출 공급을 줄이지 않으면, 가계대출 관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문제는 정부가 정책성 대출 규제에 나서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서민의 내집마련을 위해 시행되는 디딤돌대출을 규제할 경우 반발 여론을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 장기·고정금리인 디딤돌대출을 규제하는 것이 가계대출 축소에 별다른 효과가 없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실제 국토교통부는 최근 디딤돌대출 한도를 축소하려다 실수요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계획을 잠정 연기한 바 있다. 앞서 지난 17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는 디딤돌대출 규제를 철회하라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청원인은 “기금대출을 취급하는 1금융에서 ‘국토교통부 및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주택도시기금대출 취급 제한 방침 협조’라는 명분을 내세워 사전 공지없이 무차별적인 디딤돌 취급을 중단하고 있다”라며 “디딤돌 대출 하나만 희망으로 생각하며 곧 내집을 기다리던 서민들에게 국토교통부와 금융권이 합심해 내집이 아닌 은행집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라고 말했다. 

 

결국 반발 여론에 부딪힌 국토부는 지난 23일 디딤돌대출 규제 계획을 잠정 연기하고 곧 개선안을 내놓겠다며 한 발 물러섰다. “디딤돌대출을 실수요 서민에 대해 차질 없이 지원하는 한편 가계부채 관리에 부담이 없도록 안정적으로 관리할 예정”이라며 “비수도권 적용 배제를 포함한 맞춤형 디딤돌대출 개선 방안을 빠른 시일 내에 확정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가계대출과 관련해 비일관적인 모습을 보여 시장에 혼선을 주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정부가 대출규제와 관련해 모순된 태도를 보인 사례는 이번 디딤돌대출 사태뿐만이 아니다. 지난 6월에는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을 며칠 앞두고 돌연 시행일을 2개월 미뤘다. 

 

하반기 들어서는 금융당국이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대출 조이기를 요청하는 과정에서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은행이 당국 요청에 따라 대출금리를 인상하자 “손쉬운 방법만 찾는다”는 질책이 이어졌고, 이어 대출심사를 강화하자 “실수요자는 알아서 배려하라”는 호통이 떨어졌다. 금융당국의 오락가락 메시지에 비판 여론이 확산되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7일 국정감사에서 사과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지난 2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디딤돌대출 규제 논란과 관련해 “국민들께 혼선과 불편을 드린 점에 대해 매우 송구하다”며 “현재 대출이 신청된 부분에 대해선 이번 조치가 적용되지 않고 추후 보완방안이 시행될 때에도 국민 불편이 없도록 사전에 충분히 안내드리겠다”고 말했다. 가계대출 관리에 나선 정부가 정책성 대출 공급 축소를 위한 설득력있는 해법을 찾아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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