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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책무구조도 시행 눈앞, 규제 사각지대 ‘상호금융’은?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4. 1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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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무구조도 개념도. 자료=금융위원회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 및 은행이 책무구조도를 조기 제출했다. 빈번했던 금융사고가 줄어들 거라는 기대가 높아지는 가운데, 실질적인 효과를 내려면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상호금융권 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까지 책무구조도 시범운영 참여신청을 접수한 결과 신한·하나·KB·우리·NH·DGB·BNK·JB·메리츠 등 금융지주사 9곳과 신한·하나·국민·우리·농협·iM·부산·전북·IBK 등 은행 9곳이 책무구조도를 조기 제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책무구조도를 제출해야 하는 금융회사는 금융지주사 10곳, 은행 54곳으로, 금융지주사는 한국투자금융지주를 제외한 모든 지주사가 조기 제출에 동참했다. 은행의 경우 참여율이 17%로 저조했지만, 불참한 은행은 대부분 규모가 작은 외국계 은행이다. 자산규모로만 따지만 5대 은행 및 3대 지방은행이 모두 참여한 만큼 참여율이 낮다고 보기는 어렵다. 

 

책무구조도는 금융회사 임원이 책임져야 할 내부통제 업무의 범위·내용 등을 명확하게 배분해놓은 문서다. 내부통제 업무의 최고책임자를 규정해 금융사고 발생 시 최고경영자 및 임원 등이 책임을 피해갈 수 없도록 했다. 

 

책무구조도가 도입된 이유는 국내 금융사고 규모가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올해 8월까지 발생한 금융사고는 총 463건으로 사고금액은 6616억7300만원에 달한다. 금융사고 규모는 2018년 936억원에서 2020년 281억5300만원으로 줄어들었으나, 이후 급증해 2022년 1488억1500만원, 2023년 1422억1600만원 등 1000억원대에 진입했다.

 

올해 8월까지 발생한 금융사고 규모는 1337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사고금액과 비슷한 수준이다. 업권별로 보면 은행 금융사고가 4097억500만원, 264건으로 전체 사고금액의 60%가 넘었다. 

 

금융권에서는 책무구조도 도입을 통해 빈번했던 금융사고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은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에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할 의무는 규정돼있지만 ‘준수’할 의무는 규정되지 않아 내부통제 부실로 인한 금융사고의 책임을 묻기 어려웠다. 하지만 책무구조도를 통해 임원 개개인의 내부통제 책임이 명확하게 규정된 만큼, 내부통제 기준 미준수 및 관리 부실에 대한 책임을 물어 행정제재를 부과할 수 있게 됐다. 

 

금융사고의 심각성 등에 따라 최고경영자(CEO)까지도 중징계를 받을 수 있게 된 만큼, 금융회사로서는 자발적으로 내부통제 강화에 나설 수밖에 없다. 다만 금융당국은 책무구조도를 조기 제출하고 시범운영에 참여한 금융지주사·은행에 대해서는 실제 시행일인 내년 1월 2일 전까지는 내부통제 관리의무가 완벽하게 수행되지 않더라도 지배구조법에 따른 책임을 묻지 않을 계획이다. 

 

책무구조도의 금융사고 예방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반면, 여전히 남아있는 규제 사각지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상호금융권의 경우 책무구조도 제출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내부통제 부실로 인한 문제는 은행권 못지않게 심각한 상황이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감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올해 8월까지 농협·수협·신협·산림조합 등 4개 상호금융사에서 발생한 금융사고는 총 242건, 사고금액은 1526억원에 달한다. 집계 기간이 1년 짧은데도 증권사(1113억원)나 저축은행(648억원)보다 금융사고 규모가 컸다. 특히 이 기간 농협의 금융사고 규모는 1087억원으로 증권업계 전체와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상호금융은 금융회사지배구조법 상 금융회사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에 지배구조법 적용을 받지 않고 책무구조도 제출 의무에서도 제외됐다. 게다가 주무부처 또한 제각각이라 일원화된 관리·감독도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농협법 등 개별 법령에 내부통제 관련 의무가 규정돼있지만, 중앙회에 대해서만 적용될 뿐, 단위조합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상호금융은 다른 금융업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책무구조도 적용 대상을 상호금융권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 또한 이 때문이다. 

 

다만 금융회사 기준으로 설정된 지배구조법을 특성이 다른 상호금융에 일괄 적용하기는 어려운 만큼, 상호금융에 적합한 일원화된 규제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구정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7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대형 조합은 자산규모 측면에서 중소형 저축은행보다 크지만 대부분의 금융업권에 적용되는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의 적용을 받지 않고 있어 동일기능-동일규제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다만 지배구조법은 주식회사인 금융회사를 전제로 마련돼 있고, 특히 지배구조 관련 내용은 비영리법인인 상호금융 조합에 적용하기에 적합하지 않아 지배구조법을 상호금융 조합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구 위원은 이어 “대부분의 금융업권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금융회사지배구조법과 유사하게 모든 상호금융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통일된 내부통제 규율체계를 마련해 이러한 비효율성을 제거하고 동일기능-동일규제 원칙을 공고히 할 필요가 있다”라며 “내부통제·지배구조·위험관리 등을 모두 포괄하는 규율체계를 마련해 상호금융의 건전경영, 위험관리 강화, 신뢰성 제고 등을 유도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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