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익명으로 노조에 가입하고 활동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온라인 노조가 그동안 기업별 노조 체계로 인해 가입하지 못했던 노동자들의 의견을 어떻게 담아낼지 주목된다.
사단법인 직장갑질119는 4일 “지난달 31일 ‘직장갑질119 온라인 노조가 고용노동부에서 노조 설립 신고증을 받아 법적으로 노조 지위를 획득했다”라고 밝혔다. 초대 위원장인 박성우 노무사는 온라인 노조 카페에서 “노동자에게 노동조합은 필수임에도 우리 사회 절대다수 노동자가 노동조합에 가입되어 있지 않은 게 현실이었다”라며 “누구나 쉽게 가입 및 활동을 할 수 있는 온라인 모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온라인으로 노조를 만든 이유는 간단하다. 박 노무사는 “노조 가입은 헌법상 기본권임에도 이름과 얼굴을 드러낸 노조 활동은 여전히 부담스럽고 불이익을 받을까 걱정되는 것이 현실이기때문”이라고 말한다. 온라인 노조는 가입과 활동을 통해 업종의 현실을 토론하고 업계의 문제를 한 목소리로 제기하고 사회적 의제로 만들어낼 목표를 가지고 있다.
온라인 노조는 기업별 노조 체계를 노동시장 양극화 문제를 만드는 원인으로 지적한다. 이에 어느 회사 소속인지를 뛰어넘어 같은 직종, 같은 업종 노동자들이 단결하고 연대해 전체 직종·업종의 노동환경을 함께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온라인 노조는 조합원 100명 규모로 사회복지사로 조직된 ‘사회복지지부’와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교육하는 ‘한국어교원지부’를 두고 있지만, 병·의원 간호노동자, 어린이집 교사, 강사·트레이너 등 다양한 업종·직종 노동자들도 가입돼있다. 향후 직종·업종 구분 없이 가입한 조합원이 업종별로 30명이 넘으면 업종별 지부를 만들고, 교섭 의제를 발굴해 업종별 사용자단체와 ‘업종별 교섭’을 할 예정이다.
온라인 노조는 온라인 카페에서 월 5000원 이상의 조합비를 내고 승인을 받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이미 퇴사한 사람이나 구직 중인 사람도 가입할 수 있다. 가입자는 노동 상담, 노동교육 등을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기업별 노조체계가 주를 이루는 것과 다르게 사회적 대화 등 노사관계 제도가 안정된 유럽은 산업별 단체교섭을 통해 미조직 노동자를 보호하고, 미국은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미가입 노동자를 조직화하고 있다.
스웨덴 최대 제조업 노조인 인더스트리패킷 메탈(IF-Metall)은 전국 수준에서 40개가 넘는 산업별 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IF-Metall의 조합원은 약 30만 명이지만, 단체협약당 평균 조합원수는 1만 명이 되지 않는다. 유럽에서는 노조조직은 하나일지라도, 단체교섭은 동종 산업이나 유사 업종 또는 기업 수준에서 다양한 형태로 이뤄진다.
미국의 ‘지역사회 기반 조직화’ 전략은 노동자들이 직장 안에서는 종업원이지만, 직장 밖에서는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지역사회와 연결돼 있다는 점을 근간으로 한다.
전미서비스노조(SEIU) 등 미국 노조들은 지역사회의 시민단체와 동맹을 구축해 지역사회의 주택·의료·교육과 같은 노동자와 지역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문제에 노조가 개입한다.
OOO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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