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에 이어 인천까지 대북 전단 살포자의 출입을 통제하는 행정명령이 내려졌다. 지난해 9월 헌법재판소의 「대북 전단 금지법」에 대한 위헌 결정이 나온 상황에서 판결과 상반되는 행정명령이 효력이 있을 것인지에 대한 목소리가 나온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9월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의 남북합의서 위반행위로서 ‘전단 등 살포’를 금지하는 조항과 이를 위반한 경우 처벌하는 규정에 대해 ‘과잉 금지의 원칙에 위배되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즉 대북전단 살포를 아예 금지하는 건 과한 제한이라는 것.
그러나 경기도는 지난 15일 대북 전단 살포가 도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한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파주시, 연천군, 김포시 등 3개 시군·11개 지역을 위험구역으로 설정했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르면 시장·군수·구청장과 지역통제단장은 재난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대한 위해 방지나 질서의 유지를 위하여 필요하면 위험구역을 설정할 수 있다. 위험구역으로 설정되면 대북 전단 살포 관계자의 출입 및 행위를 금지할 수 있으며 제한 명령 위반 시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경기도에 이어 인천 강화군도 11월 1일 자로 강화군 전 지역을 위험구역으로 설정하고, 대북 전단 살포자의 출입 통제와 행위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강화군 관계자는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강화군의 경우 북한과의 거리가 바다를 사이에 두고 있지만 약 1.8㎞에 지나지 않는다”라며 “지난 7월부터 북한의 소음 방송으로 인해 지역주민들이 심각한 피해를 받고 있는데도, 탈북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 행위가 있으면 북한을 도발할 수 있다고 판단해 군민 보호를 위해 행정명령을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단에도 불구하고 행정명령을 내리게 된 이유에 대해 군청 관계자는 “군청도 헌법재판소의 판례에 대해 검토해보았으나,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에 따른 행위를 금지하는 것에 대해서만 위헌 판단이 나온 것으로 행정적으로 출입을 금하거나 관련된 행위를 못 하게 하는 것에 대해선 아직 나온 게 없다고 판단했다”라며 “실제 지자체로서 군민 보호를 위해 할 수 있는 방법이 이것밖에 없다고 생각해서 내린 결정”이라고 답했다.
이어 “군민들께선 대북 전단 살포로 인해 오물 풍선이 날아오고 그 이유로 대북 방송이 재개되고 대응 차원에서 다시 대남 방송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하고 계신다”라며 “군민들이 대북 전단을 살포한 것도 아닌데 피해는 지역주민들이 받고 있어서 항의하시는 일들이 많았다. 이번 조치로 인해 안심하시는 분들이 많다. 이후 대북관계 상황을 보고 위험구역 기간 설정에 대한 부분을 논의할 것”라고 했다.
다만 군청 관계자는 “위험구역 설정으로 인해 가끔 강화도 출입에 대해 문의하시는 분들도 있다.”라며 “대북 전단 살포 행위자의 출입만 제한하는 것이지 그 이외의 분들에겐 전과 다르게 제한하는 조치가 없다”라며 안심하고 방문하셔도 된다고 강조했다.
헌법재판소가 위헌결정을 내렸지만, 국민의 생명·신체의 안전을 보장하고 남북 간 긴장을 완화하며 평화통일을 지향하여야 하는 국가의 책무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며 입법목적은 정당하다고 보았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관련된 내용을 보완하여 대북 전단 살포 방지를 위한 10개가 넘는 개정안을 발의된 상태다. 개정안의 내용은 법안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북 전단 살포를 무조건 금지하는 규정 대신에 사전 신고토록 하는 게 주 내용이다.
반면에 국민의힘은 지난 6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자 남북합의서 위반행위를 금지하고 처벌하도록 한 현행법 규정 전체를 삭제해야 한다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권영세 의원이 대표발의한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북한에 대한 확성기 방송 및 게시물 게시 부분’에 대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성이 없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라며 “남북합의서 위반행위를 금지하고 처벌하도록 한 현행법 규정 전체를 삭제하여 위헌 요소를 해소하고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라고 제안한다.
연천군에선 지난 9월 의회가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연천군 남북협력 및 접경지역 안전에 관한 조례안’이 폐기되는 상황도 나왔다. 윤재구 의원이 발의한 조례안은 군수가 접경지역에서 부유물 살포 등 주민의 생명과 신체 재산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행위와 접경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해칠 우려가 있는 행위를 방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있었다.
김덕현 군수는 헌법재판소 결정 취지 위배, 소관 사무 원칙 위배, 법률의 위임 없는 주민의 권리 제한 등의 소지가 있다는 이유를 들어 거부권을 행사하며 재의를 요구했다. 결국 의회에서 재의결을 거치며 조례안은 폐기됐다. 연천군 의회는 대북 전단 살포를 무조건 금지하는 규정 대신에 사전 신고토록 하는 조례를 다시 발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유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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