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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기가 사이버폭력 예방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제 4회 푸른코끼리 포럼'을 개최했다. 2020년을 시작으로 그동안 온라인으로 개최되었으며 오프라인 포럼은 올해가 처음이다.
푸른코끼리 사업에는 삼성전기를 비롯한 삼성 관계사 및 푸른나무재단과 교육부, 여성가족부, 경찰청, 사랑의 열매 등 민간 기관, 정부가 함께 참여하고 있다. 삼성은 ‘함께가요 미래로! Enabling People’이라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비전 아래 청소년 교육과 상생협력의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날 포럼에는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조지호 경찰청장이 영상으로 축사를 전했고, 신영숙 여성가족부 차관, 조주은 경찰청 여성안전학교폭력대책관, 김형철 사랑의 열매 부회장, 박길성 푸른나무재단 이사장,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과 학생, 교사, 전문가 등 250여 명이 참석했다.
본격적인 포럼 시작에 앞서 최근에 이슈가 되었던 학교내 딥페이크 피해를 직접 느낄 수 있는 상황을 연출하면서 딥페이크 가해자, 피해자와 목격자 혹은 방관자로서의 청소년의 생각을 알 수 있게 해 포럼의 몰입도를 높였다. 이어 전국의 17개교의 학교장이 나와 교내 비폭력 문화를 확산하고 청소년이 사이버폭력으로부터 안전한 학교를 조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올해 푸른코끼리 포럼에서는 ‘사이버폭력의 일상화, 지속가능한 대응과 비전’을 주제로 학교 사이버폭력에 관여하는 다양한 관계자들이 모여 사이버폭력 실태를 공유하고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삼성전기 장덕현 사장은 포럼의 첫 인사말에서 “삼성은 청소년들이 사이버 세상에 대응하는 역량을 키우고, 안전하게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에 푸른코끼리 사업을 시작했다”며 “정부 및 시민단체와 함께 청소년 사이버폭력 예방 및 근절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박길성 푸른나무재단 이사장은 기조연설을 시작하며 “우리 아이들은 기성세대가 경험한 인터넷 세대하고는 매우 다르다”라며 “요즘 아이들의 삶은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경계가 없다. 예전과 같이 ‘온·오프라인의 정체성이 같아야 한다’라는 교육은 옛것이 되어 버리고, 이젠 부캐가 일상화되어버렸다.”라고 말했다.
어 “온·오프라인의 다른 정체성을 지닌 우리 아이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선한 행동이 자신의 성공과 가족의 행복, 나아가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되는 확신과 자신에게도 이익과 보상이 생긴다는 믿음,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하는 것, 즉 ‘친사회성’을 갖춰야 한다”라며 “태도와 습관, 회복탄력성은 꾸준한 교육으로 키울 수 있다. 관대함, 자부심 같은 품성은 관계를 통해 보고 배운다. 시간이 다소 오래 걸려도 교육이 가장 빠른 길이다”라고 지속 가능한 대응과 해법은 교육뿐임을 강조했다.
UN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의 우르술라 윈호벤(Ursula Wynhoven) 대표는 “전세계 청소년 3명 중 1명이 사이버폭력을 경험한다”며 “사이버폭력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초국경적 협력이 필요하다. 피해자 지원, 포괄적 교육 캠페인 등 국제적 협력을 통해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사이버폭력의 피해자와 가해자였던 당사자가 나와 사이버폭력 경험과 극복의 과정을 전하기도 했다. 사이버폭력 피해 학생 홍모(고2 재학) 군은 “새로운 삶을 다시 시작할 용기를 얻을 수 있었던 건 ‘네 잘못이 아니다. 학교를 그만두지 않고, 목숨을 끊지 않고 잘 이겨내 주고 살아 있어 줘서 고맙다’라는 선생님의 말씀이었다”라며 “나와 같이 사이버폭력 피해로 힘들어하는 학생을 진심으로 살펴보고 마음을 다해 피해자의 이야기를 들어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학교전담경찰관을 통해 사이버폭력의 가해자였던 청소년이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게 된 사례도 있었다. 청소년 시절 사이버폭력 가해 학생이었던 김모(27) 씨는 “경찰서에 잡혀가 인생이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 떠오른 사람이 학교전담 경찰관님이었다. 경찰관님께 전화를 걸어 가해 사실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도움을 청했을 때 비로소 다른 삶을 살 수 있었다”라며 “제 이야기를 듣고 누군가는 손가락질할 수 있지만, 누군가는 용기를 얻고 옳은 행동을 선택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라고 말했다.
현재 학교 현장이 각종 폭력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에는 ‘부모교육이 선행되지 않아서’라며 부모교육도 꼭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신혜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부장검사는 “최근 보도를 통해 한 학부모가 디지털 장의사를 통해 자녀가 제작·배포한 불법 합성물 자료를 삭제하고 숨기려는 일련의 행태가 알려진 적이 있다”라며 “이는 부모가 자녀의 잘못을 실수 내지는 장난으로 평가해 일어난 일이다. 결국 부모의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아 자녀들이 비행을 저질렀을 때 느끼는 책임의 의식 정도가 매우 낮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설명했다.
신 부장검사는 특히 “사이버 폭력에 대한 부모 교육은 더 강조되어야 한다. 현실에서의 폭력이 사이버폭력으로 확대되고 동시에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라며 “사이버공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부모들이 이러한 중대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보이는 태도가 자녀들에게 악영향을 미치게 되고 죄의식을 갖지 않게 되는 결과를 야기할 것”이라고 부모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어 “학생들에게 형사처벌보다 더 무서워할 만한 것이 사이버공간에서의 격리”라며 “새로운 사회적 격리 조치처분의 입법을 생각해 봐야 한다. 게시물에 대한 접근 차단, 삭제 조치에 그칠 것이 아니라 가해자에 대한 계정 정지라는 강력한 조치 마련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번 푸른코끼리 포럼에서는 푸른코끼리 사업의 사이버폭력 예방 효과성과 사회·경제적 효과에 대한 연구결과도 발표됐다.
박종효 건국대 교수는 ‘푸른코끼리 예방교육의 혼합 및 다층분석 연구를 통한 효과성 검증’ 논문을 통해 예방교육의 효과에 대해 밝혔다. 박 교수는 “푸른코끼리 예방교육을 받은 학생과 받지 않은 학생에게서 확연한 차이가 나타났다. 예방교육을 받은 학생은 친사회적 역량과 사이버폭력 대처 효능감이 향상됐고, 실제로 사이버폭력 상황에서 방어행동을 실천한 비율도 크게 증가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박 교수는 “푸른코끼리는 폭력 예방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었다”며 “재미있고 몰입하게 만드는 교육, 직접 참여하는 교육으로 학생들의 인식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라고 말했다.
이용기 세종대 교수는 ‘사이버폭력 예방 사업 푸른코끼리의 사회적 및 경제적 가치 연구’ 논문을 발표하면서 푸른코끼리 사업의 전면 확대를 제안했다. 이 교수는 “푸른코끼리 사업은 치료와 사법처리 등 사이버폭력 때문에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며 “푸른코끼리 예방교육에 투자된 비용 대비 6배 이상의 경제적 가치가 창출될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유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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