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1일, 숫자 1이 네 개의 빼빼로를 세워 놓은 모양을 닮았다고 해 흔히 빼빼로데이로 불리고 있다. 그러나 11월 11일은 또 다른 날의 법정기념일이기도 하다. 바로 농업인의 날이다.
농업인의 날이 11월 11일인 이유는 흙에서 나서 흙을 벗 삼아 살다가 흙으로 돌아간다는 의미에서 흙 ‘土’(토) 자가 겹친 ‘土月土日(토월토일)’을 상정하였고, 흙 토(土)를 풀면 한자 11(十一)이 된다는 것에 착안하였다.
농림수산식품부에선 쌀 소비 촉진을 위해 2006년 11월 11일을 가래떡데이로 지정하며 기념하고 있지만, 호응도는 낮은 편이다.
통계청의 ‘2023년 양곡 소비량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역대 최저치인 56.4kg이다. 이는 30년 전인 1993년(110.2kg)의 절반 수준으로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1984년(130.1kg) 이후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정부는 쌀 소비량을 늘리기 위해 지난해부터 가루 쌀 정책을 펴며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일각에선 정책이 실패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이원택 의원은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가루 쌀의 10a당 소득은 1천95만 원으로 일반 쌀의 1천325만 원보다 230만 원이나 적었다고 밝혔다. 또 가루 쌀 매입가는 kg당 2천535원이지만 재고를 1kg에 440원에 불과한 주정용으로 처리하도록 해 막대한 손실이 예상된다고 지적하며, 생산과 도정, 판매 등 모든 단계에서 손실이 발생하는 가루 쌀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현실에서 쌀로 식품이 아닌 제품을 만드는 대안을 제시하는 곳이 있어 눈길을 끈다. 유틸라이스(UtilRice)는 연세대학교 실전경영학회 인액터스 소속의 학생 창업팀으로, 쌀을 원재료로 하는 제품을 만들어 쌀의 새로운 쓰임을 발견하고 소비를 촉진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코리아>는 유틸라이스 팀(김해리 (경영학, 프로젝트 매니저), 박민웅 (행정학, 홍보 콘텐츠), 윤서린 (사회복지학, 데이터 분석), 이나은 (사회복지학, 영업), 조하나 (경영학, 대외협력), 박시현 (경영학, 데이터 분석), 손서영 (UD ECON, 홍보 콘텐츠))을 직접 만나 쌀을 사용하여 제품을 만들게 된 이유와 사업의 비전 등을 알아봤다.
◇ 유틸라이스란 팀을 창업하게 된 계기와 이름의 의미가 궁금합니다.
지난해부터 정부가 만성적인 쌀 공급과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루쌀 재배 및 식품 개발 위주의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 그래서 쌀을 식품이 아닌 제품으로 한번 소비를 해보자는 다짐을 가지게 되었다. 식습관 등의 변화로 인해 식품으로서의 쌀 소비에 한계가 있음을 인지하고 식품 외의 용도를 활용하고자 한 것이다. 쌀로 다양한 제품을 만들겠다는 의미로 팀의 이름을 활용하다란 뜻을 가진 유틸라이즈(utilize)와 쌀인 라이스(rice)를 합쳐 유틸라이스라고 이름짓게 되었다.
◇ 유어커피메이트는 어떻게 개발하게 된 제품인가요?
지난 5월 출시된 커피 그라인더 세정제 ‘유어커피메이트’는 쌀의 특성을 조사하다 보니 태국이나 인도네시아 쌀보다 우리나라 쌀이 녹말의 그물구조가 가진 흡착력이 높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찾다보니 실제 커피 그라인더 청소를 생쌀로 하시는 분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생쌀이 원두보다 단단해 그라인더에 손상간다는 문제점도 알게 되어 청소와 손상에 대한 문제를 모두 해결해 줄 수 있는 ‘유어커피메이트’를 개발하게 되었다.
◇ 기존의 커피 그라인더 세정제와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현재 시장에서 찾아볼 수 있는 그라인더 세정제의 경우 주로 해외 제품으로 옥수수를 이용해서 만든 어넥스의 그린즈 등이 있다. 우리나라 제품으로는 유어커피메이트가 유일하다. 수입제품의 경우 운송과정에서 가격이 높아질 수밖에 없고, 쌀을 가공해 만들기 때문에 혹 제품이 그라인더에 남아있어 섭취하게되더라도 인체에 무해하고, 방부제를 넣지 않았기 때문에 안심하고 쓰실 수 있다. 또 자체 테스트를 했을 때, 타 제품에 비해 저희 제품이 약 2.5배 정도 더 성능이 좋은 것으로 확인됐다.
◇ 제품을 만들 때 사용되는 쌀은 어떻게 조달되고 있나요?
현재는 물량이 많지 않아 유틸라이스팀과 함께 유어커피메이트를 만드는 OEM업체를 통해 쌀을 구매하고 있다. 그러나 물량이 많아질 경우 농가를 지정해서 직접 받는 방식으로 제품을 받을 계획도 가지고 있다. 정부가 수매한 쌀을 구매할 수 있는지도 알아보았지만, 민간 기업의 경우 구매할 수 있는 자격이 까다로워 구매할 수 없었다.
◇ 제품의 판매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연세대학교 내부에 있는 교내 카페에 납품을 진행하고 있고, 온라인에서도 판매되고 있다. 교내 카페인 트레비앙 브랜드 5개점에 전부 납품되고 있는 상황이고, 교내 백다방에서도 제품을 구매해 사용하고 계신다. 창업 이후 현재 800만원 정도 매출을 올리고 있다. 우리팀은 제품을 위한 쌀 사용을 1톤으로 목표하고 있는데 현재 판매되는 속도를 봤을 때, 1년안에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앞으로 다른 제품을 만들 계획도 있나요
저희 팀은 쌀을 많이 사용해서 쌀의 공급과잉 문제를 해소시킬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래서 펫비누나 고양이 모래 등 좀 더 많이 쌀을 소비할 수 있는 품목들을 연구 중이다.
◇ 마지막으로 하고싶으신 말씀이 있으십니까
정부의 지원사업이나 활동이 가루쌀 같은 쌀 소비를 식품으로 하려는 것에 집중되어 있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된다. 저희 제품력이 좋다고 자부하지만 정책적으로 지원이 쉽지 않아 판로를 찾기 어려운 상황도 있다. 저희 제품으로 정부기관과의 협업이나 기업의 ESG활동에도 동참해 쌀 소비가 많이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유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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