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47대 대통령에 재선되면서 게임산업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게임 관련 정책을 직접 공약으로 내놓진 않았지만, 그의 보호무역 성향, AI 등 첨단기술 분야에 대한 정책, 그리고 과거 게임에 대한 발언 등이 종합적으로 업계에 미칠 영향을 두고 업계와 전문가들의 예측이 엇갈리고 있다.
우선 해외 게임 매체에서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으로 인해 게임 이용자들의 소비 금액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예측이 잇따라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60%의 고율 관세를 도입하겠다고 언급했는데, 이에 따라 미국 내 게임 콘솔, PC 부품 등 전자기기 가격이 최대 40%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싱크탱크 피터슨 국제경제정책연구소(PIIE)에 따르면 2022년 8월 기준 미국이 수입하는 콘솔 게임기의 90%는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다.
ICT 매체 기즈모도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적용될 경우 '플레이스테이션 5 프로' 게임기의 가격은 1,000달러를 넘을 수 있으며, 닌텐도 스위치 2 등 다른 게임기 역시 가격이 훨씬 비싸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외에도 조립식 PC를 포함해 헤드폰, 노트북 등 전자기기의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미국 소비자 기술 협회(CTA)의 에드 브지트와(Ed Brzytwa) 국제 무역 부문 부사장은 톰스하드웨어와의 인터뷰에서 "관세는 미국인들이 부담하는 역진적 세금이다. 외국 정부가 내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하며, 이러한 가격 상승은 부유층보다 저소득층과 서민층에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브지트와는 이어서 트럼프와 바이든 행정부의 관세가 소비자 부담 증가로 이어졌던 것처럼, 이번 관세 역시 게임과 IT 제품 수요 감소로 업계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여러 차례 게임 내 폭력성이 청소년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언급하며 규제 가능성을 시사해 왔다는 점 역시 주목받는다. 트럼프 행정부 2기에서 게임의 폭력성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IGN 등 해외 주요 게임 매체들은 트럼프가 지난 2018년 플로리다 총기 난사 사건 이후, 주요 게임사 경영진들과 간담회를 열어 게임 속 폭력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등 '반 게임'적 행보를 보인 부분에 주목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비디오 게임의 폭력 수준이 실제로 젊은이들의 사고방식을 형성하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라며 폭력적인 매체에 대해 비판한 바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적인 게임 관련 공약을 내놓지 않은 만큼, 이러한 우려가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트럼프 대통령이 게임의 폭력성을 규제할 것이라는 주장은 그의 과거 발언을 맥락 없이 재활용한 것일 뿐이라고 지적하며, 트럼프가 최근 게임 규제에 대해 언급하거나 공약으로 삼은 적이 없었다고 반박했다.
트럼프 재선으로 미중 무역 갈등이 재점화될 경우, 최근 해외 진출에 주력중인 국내 게임사들의 게임 수출이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중국 정부가 국내 게임에 대한 외자 판호 발급을 본격적으로 재개하며 한한령이 해제되고 있지만, 미국이 중국 제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등 고강도 압박으로 무역전쟁이 재개될 경우, 게임 등 콘텐츠 산업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다.
모든 전망이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AI 등 각종 첨단기술에 대한 규제 완화와 투자 활성화를 내세우는 만큼, 게임업계가 이러한 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해외 게임 매체 IGN은 "트럼프 행정부가 AI 기술에 대한 규제를 완화한다면, 게임 산업을 포함해 더 많은 산업에서 AI에 대한 투자와 사용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AI 규제보다 육성에 방점을 둔 만큼, 게임업계에서 AI를 활용한 새로운 콘텐츠 생산과 개발비용 절감 등 혁신적인 사업 모델 구축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 완화를 시사한 만큼, 국내 게임 업계에서 P2E 게임 규제 완화에 대한 논의가 다시 활성화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현재 국내에서는 관련법에 따라 게임 내 재화를 현금으로 환전하는 행위를 환금성 및 사행성을 이유로 금지하고 있다.
한편 미중 무역갈등이 격화되더라도, 콘텐츠 산업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동양대학교 김정태 교수는 11일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실리 외교를 중시하는 성향으로, 콘텐츠 산업에는 큰 타격을 주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젊은 층의 관심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으며, 가상자산 등 첨단기술에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이고 있는 만큼, 긍정적인 요인 역시 존재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이 가져올 변화에 대비하는 한편, 이를 레버리지 삼아 중국 을 포함해 해외 시장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며, 정부와 게임사들이 이러한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현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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