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비소프트가 지난해 12월 온라인 레이싱 게임 '더 크루'의 서비스 종료한 여파가 법적 소송으로 이어지고 있다. 유비소프트가 소비자의 게임 접근을 막았다는 반발이 나오며 글로벌 게이머들 사이에서 게임 소유권 논쟁이 커지는 가운데, 캘리포니아 게이머들이 유비소프트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더 크루는 지난 2014년 출시된 오픈월드 레이싱 게임으로, 온라인 서버를 통해 멀티플레이를 지원하는 구조였으나, 서버 종료 이후 오프라인 모드가 제공되지 않아 게임을 완전히 이용할 수 없게 되었다. 게다가 해당 게임은 완전한 멀티플레이 게임이 아닌 싱글플레이와 멀티플레이가 혼합된 형태의 게임으로, 유비소프트가 서버를 종료하며 싱글플레이조차 불가능해져 이용자들의 불만은 더 커졌다.
이번 소송은 '더 크루'의 이용자들이 유비소프트가 게임 소유권에 대한 정보를 왜곡해 소비자를 오도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되었다. 이전에 '더 크루'의 실물 디스크를 구매한 두 소비자는 유비소프트가 ‘게임 이용 권한'을 판매하면서 게임의 소유권을 판매하는 것처럼 속였다고 주장했다. 또 유비소프트가 최근 발매한 더 크루 2와 더 크루 모터페스트에는 오프라인 모드를 제공하면서도 더 크루는 동일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도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한편 '더 크루'의 서비스 종료는 단일 게임의 서비스 종료를 넘어서서 글로벌 게임 이용자들 사이에서 디지털 콘텐츠 소유권을 둘러싼 논쟁으로 커지고 있다. 유럽에서는 게임 인플루언서 로스 스콧이 시작한 ‘Stop Killing Games’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더 크루 종료 사건을 계기로 시작된 이 운동은 게임사가 일방적으로 온라인 게임 서비스를 종료하면서 소비자의 접근권을 차단하는 것을 비판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약 20만 명 이상의 유럽 이용자들이 '유럽 시민 이니셔티프 (The European Citizens' Initiative)' 시민 청원에 참여해 게임 퍼블리셔들이 콘텐츠 서비스 종료 시 이용자가 오프라인으로라도 게임에 접근할 수 있는 방안을 제공하도록 촉구하기도 했다.
해외 게임 매체들도 'Stop killing Games' 운동에 주목하고 있다. 포브스는 이러한 게이머들의 움직임이 프랑스와 같은 강력한 소비자 보호법이 있는 국가에서 법적 대응을 통해 게임 퍼블리셔들의 책임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유로게이머는 "Stop Killing Games 운동은 오프라인 게임의 관행에 정치적, 법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라며 "이들이 채택하고 있는 방법 중 다수가 성공할 가능성은 낮지만, 이들의 목표는 어딘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공동 캠페인을 통해 게이머들의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다."라고 짚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디지털 콘텐츠의 소유권과 사용권을 명확히 구분하는 AB 2426 법안을 통과시켜 디지털 콘텐츠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는 조치를 취했다. AB 2426 법안은 게임, 영화, E북, 음원 등 디지털 콘텐츠 판매자가 콘텐츠를 판매할 때 더 이상 '구매'라는 용어를 사용할 수 없으며, 대신 소비자에게 '사용 권한'을 제공하는 것임을 명확히 고지해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허위 광고로 간주되어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해당 법안은 소비자들이 디지털 콘텐츠를 구매할 때 실제로는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 권한'만을 부여받는다는 사실을 명확히 함으로써, 게임 소유권 논쟁에 새로운 국면을 열게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의 경우에는 PC 게임의 디지털 다운로드가 일반화된데다 주요 게임사들이 이용자들에게 게임을 '소유'가 아닌 '이용권' 형태로 명확히 제공하고 있어 해외와 같은 소유권을 둘러싼 논쟁이 본격화되지는 않고 있지만, 그 대신 이용자 사망 시 계정이나 게임 아이템 상속에 대한 문제가 주목받고 있다.
넥슨, 엔씨소프트 등 일부 게임사들은 친족 관계 증빙을 통해 계정 명의 이전을 지원하고 있으며, 지난 9월에는 스마일게이트의 '로스트아크'에서 한 이용자가 사별한 남편의 로스트아크 계정을 이전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하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스마일게이트는 고인의 직계 가족에 대한 명의 이전 프로세스를 점검하고 대응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입법이 추진되다가 회기만료로 폐기된 '디지털 유산법'(정보통신망법 일부개정안) 역시 이러한 논의와 무관하지 않다. 해당 법안은 디지털 계정이 이용자의 사망, 실종 등으로 휴면계정으로 전환될 경우, 이용약관에 따라 승계인을 지정해 이를 넘겨줄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다.
현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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