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이후 다시금 원·달러 환율이 치솟고 있다. 여기에 미국 재무부가 한국을 다시 환율관찰 대상국으로 지정했다.
미 재무부는 14일(현지시간) 의회에 보고한 ‘주요 교역 대상국의 거시경제 및 환율 정책’ 반기 보고서에서 한국, 중국, 일본, 싱가포르, 대만, 베트남, 독일 등 7개국을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했다.
미국은 2015년 제정된 무역 촉진법에 따라 자국과의 교역 규모가 큰 상위 20개국의 거시경제와 환율 정책을 평가하고 일정 기준에 해당할 경우 심층분석국 내지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하고 있다.
현재 평가 기준은 △ 150억 달러 이상의 대미 무역 흑자 △ 국내총생산(GDP)의 3% 이상에 해당하는 경상수지 흑자 △ 12개월 중 최소 8개월간 달러를 순매수하고 그 금액이 GDP의 2% 이상인 경우다.
이 중 3가지 기준에 모두 해당하면 심층분석 대상이 되며, 2가지만 해당하면 관찰대상국이 된다.
우리나라는 2016년 4월 이후 7년여 만인 2023년 11월 환율관찰 대상국에서 빠졌고, 지난 6월 보고서에서도 제외됐지만 이번에 다시 포함됐다.
한국은 이번에 대미 무역 흑자와 경상수지 흑자 기준을 충족해 다시 관찰대상국에 포함되었으며, 2024년 6월 기준으로 경상수지 흑자가 GDP의 3.7%에 이르고 대미 무역 흑자는 500억 달러에 달했다.
한편, 미국 대선 이후 달러 강세가 지속되면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4일 오전 긴급 거시경제 간담회를 열고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과도하게 확대되는 경우에는 적극적 시장 안정 조치를 적기에 신속히 시행해달라”고 구두개입에 나섰다. 하지만 1400원 밑으로 떨어지지 않고 고환율이 고착화되는 모습이다.
1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9원 오른 1,408.0원에 거래를 출발했다.
시장에서는 미국 공화당이 상원과 하원을 모두 휩쓰는 ‘레드 스위프(red sweep)’가 현실화되면서 달러화가 더 강세를 보인 영향이 컸다고 분석한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4일(현지시간) 오후 7시9분 기준 106.89를 기록하고 있다. 이날 한때 107까지 치솟았는데, 지난해 10월 초 이후 13개월 만에 최고치다.
우리나라가 미국의 환율관찰 대상국 되면 원·달러 환율은 어떻게 될까.
시장에서는 한국이 미국의 환율관찰 대상국에 포함되면 원·달러 환율에 대한 영향이 있을 수 있지만, 즉각적인 큰 변동을 초래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관찰대상국 지정은 한국에 대한 경고성 조치에 가깝고, 실질적인 환율 개입이나 제재 조치가 뒤따르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면서도 “관찰대상국 지정으로 한국 정부는 원화의 급격한 환율 변동을 억제하는 개입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환율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을 높일 수 있으며, 외환 시장에서 원화가 달러에 대해 다소 약세를 보일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지난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5년 세계경제전망’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근 원·달러 환율이 세계적 추세를 반영한 것이라며 고환율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정영식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거시금융실장은 “최근 1400원은 글로벌 달러 흐름을 반영하고 있고 원화는 유로·엔화 등 통화에 비해 약세가 덜하다. 하반기로 갈수록 1400원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며 내년 환율이 ‘상고하저’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이주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국 서비스물가가 하방경직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금번 FOMC에서 연준이 중립금리에 도달하고 있다고 언급하는 등 인플레이션 고착화에 대한 우려가 남아있다. 또 이란은 미대선 이후 이스라엘에 보복하겠다고 언급하는 등 아직 지정학 불안 요인 또한 남아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미 경기 펀더멘털과 인하 사이클을 감안했을 때, 현재 환율은 여전히 과도하게 높은 것으로 판단하나, 이러한 점들은 단기적으로 환율 하락폭을 제한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미국으로의 투자가 많은 시기에는 당연히 ‘달러화 강세’일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실제로 달러인덱스는 강세를 보였다”며 “미국으로의 투자 확대는 원·달러 환율에 정확히 반영된다. 한국의 지역별 해외직접투자를 10년 단위로 구분해보면, 2020년대는 북미로의 투자가 급증하는 시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2010년대부터 보면, 한국의 대미국 직접투자 확대 흐름이 원·달러 환율의 상승과 같이 하고 있다”며 “미국으로의 투자가 확대되는 흐름이 깨지지 않는다면, 환율은 의미 있게 하락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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