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려아연이 보유한 이차전지 양극재 핵심 원료인 전구체 제조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했다.
18일 고려아연은 이차전지 핵심 소재 기술인 전구체 원천 기술이 정부로부터 국가핵심기술로 최종 판정됐으며, 또 국가첨단산업기술로도 지정됐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이 국가핵심기술과 국가첨단산업기술로 판정받은 기술은 구체적으로 '리튬이차전지 니켈(Ni) 함량 80% 초과 양극 활물질 전구체 제조 및 공정 기술'이다. 하이니켈 전구체는 양극재 전단계인 전구체에서 니켈 비중을 80% 이상으로 높여 에너지 밀도와 출력을 높인 것으로, 주로 고급 배터리용으로 쓰인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가핵심기술 분야에서는 전기·전자 분야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며, 국가첨단전략기술 분야에서는 이차전지 분야 국가첨단전략기술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국가핵심기술은 산업기술보호법을 통해 '해외 유출될 경우 국가 안전보장 및 국민 경제의 발전에 중대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기술'로서 정부가 특별 관리한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전기·전자, 조선, 원자력 등 분야의 70여 건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다.
또 국가첨단전략산업법을 통해서는 국가·경제 안보에 미치는 영향과 수출·고용 등 국민 경제적 효과가 크고 연관 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현저한 기술을 '국가첨단전략기술'로 지정한다.
정부의 이번 판정으로 고려아연의 해당 기술은 엄격한 관리를 받게 된다. 우선 고려아연은 산업기술보호법 제10조와 국가첨단전략산업법 제14조에 따라 보호 조치를 실시할 계획이다. 아울러 산업기술보호법 제11조와 국가첨단전략산업법 제12조에 따라 해당 기술을 수출하거나, 해외 인수합병, 합작 투자 등 외국인 투자를 진행하려는 경우 산업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국내 이차전지 기업들은 그간 중국에 전구체를 비롯한 양극재 소재를 거의 전적으로 의존해 왔다.
한국무역보험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국내 전구체의 대중 수입 의존도가 무려 97%에 달하면서 국가 경제 안보 차원에서 위기감이 상당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은 우리나라 국가첨단전략산업인 이차전지의 국내 자체 공급망 확보를 위해 하이니켈 전구체의 국내 대량 양산 체제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11월 자회사 켐코를 통해 울산시에 '올인원 니켈 제련소'를 착공했으며, 내년 중 시운전을 할 예정이다.
또 지난 2022년에는 켐코와 LG화학이 합작법인 '한국전구체 주식회사'를 설립했으며, 한국전구체는 지난 3월 전 세계 최초로 혁신 공정을 적용한 연간 2만 톤 규모의 전구체 생산 공장을 완공하고, 시험 가동 2주 만에 시제품 생산에도 성공했다. 특히 시험 가동 및 시제품 생산 과정에서 세계 최대 용량의 반응기를 사용하는 등 전구체 생산을 위한 공정 능력을 획기적으로 높인 공법을 전 세계 최초로 적용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고려아연과 자회사 켐코가 함께 보유한 전구체 원천 기술이 국내외 시장에서 차지하는 기술적·경제적 가치가 높고, 관련 산업의 성장 잠재력이 높다는 점을 인정받은 것”이라며 “관련 기술이 해외로 유출될 경우 국가 안전보장이나 국민 경제의 발전에 중대한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고려아연의 국가핵심기술 지정은 경영권 분쟁에서 방어 논리를 강화하며, 첨단 산업 기술 보호라는 정부의 기조와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
현재 고려아연과 MBK·영풍 연합은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의결권 싸움을 벌이고 있다.
앞서 고려아연은 산업통상자원부와의 협의를 통해 두 분야 기술 판정에 대한 신청서를 지난 9월 제출한 바 있다. 이후 두 차례의 산업기술보호전문가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최근 판정이 확정됐다. 앞서 고려아연은 MBK파트너스·영풍 연합과 경영권 분쟁이 격화된 상황에서 지난 9월 해당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인정해 달라고 산업부에 요청한 바 있다. 이후 두 차례의 산업기술보호전문가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최근 판정이 확정됐다. 정부의 이번 결정은 첨단 산업기술 보호라는 정부의 기조와 맞물려 경영권 분쟁에서 고려아연 측의 명분을 강화하는 데 활용될 전망이다.
업계는 이번 결정이 MBK의 인수 시도에 타격을 주고, 첨단 산업을 지키기 위한 정부와 기업의 의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 정부의 결정으로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의 향후 행방은 어떻게 될까.
업계에서는 이번 결정이 MBK의 고려아연 인수 시도 자체를 막지는 않으나, 고려아연이 일반 주주와 기관투자자의 지지를 얻는 데 긍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MBK는 그간 ‘한국 토종 사모펀드’임을 강조하며 중국계 자본설을 부인했다.
경영권 분쟁은 연말 임시 주주총회에서 의결권 대결로 결판 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국민연금(7.48% 지분) 등 중립적 주주의 표심이 경영권 향방을 결정할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의 박주근 대표는 18일 <이코리아>와 한 통화에서 “MBK가 이전에도 두산공작기계를 사서 해외로 매각하려다 실패했다. 그게 아마 국가기간산업이기 때문에 안 됐을 거다. 그래서 MBK가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가져오더라도 국가기간산업 지정으로 인해 해외 매각은 불가능하게 되는 것”이라며 “HMM이 6조 정도 매각을 하려다 번번이 실패하고 있는데, 고려아연의 경우 최소 15조원 이상의 덩치라 국내 매각이 쉽지 않을을 거다. MBK 입장에선 고민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관투자자나 국민연금의 입장에서는 중장기 투자의 기준을 가지고 표를 행사해야 될 것이고, 중장기 투자의 기준은 국가 핵심기간산업으로 지정된 곳에 표를 던질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수은 기자
저작권자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 많은 기사는 '이코리아'(http://www.ekoreanews.co.kr/)
'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형 손보사, 의료자문 통한 보험금 지급 거부 급증... 왜? (2) | 2024.11.19 |
---|---|
미국, 韓 환율관찰 대상국 재지정...원·달러 환율 전망은? (1) | 2024.11.18 |
아마존의 사회공헌 활동이 주목받는 까닭은? (1) | 2024.11.18 |
SK증권, 다울투자 증권 실적 부진에 CEO 연임 불확실 (0) | 2024.11.18 |
삼성전자 자사주 매입에 주가 급등, 향후 전망은? (1) | 2024.11.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