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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발달장애인을 위한 금융 리터러시가 필요하다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4. 1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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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베이]

 

발달장애인의 은행대출을 위한 쉬운 안내서를 마련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장애인의 금융교육이 먼저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8월 국가인권위원회는 ‘발달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대출을 거부하는 것은 차별’이라며 발달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하여 대출 등 금융상품에 대해 알기 쉬운 안내서를 마련하도록 권고했다. 이번 안내서는 그 권고에 대한 후속 조치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적장애인의 대출 신청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담당자가 알기 쉬운 단어를 사용하여 질문하고 설명해 발달장애인의 의사능력 유무를 제대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전국은행연합회와 함께 은행과 발달장애인 모두 활용할 수 있는 ‘발달장애인을 위한 알기 쉬운 대출상품 안내서’를 마련하기로 했다. 발달장애인과 전문교사 등의 검수를 거쳐 2025년 3분기까지 안내서를 마련하고, 향후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소속기관 59개소 및 전국 은행 지점 등에 안내서를 배포하기로 했다. 

 

대출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알아야 할 기본적인 개념과 용어를 쉽게 설명하고, 실제 계약 과정에서 활용되는 상품 설명서 등 각종 서류를 발달장애인의 눈높이에 맞추어 보여줄 예정이다. 계약체결을 위해 적합성·적정성을 확인하는 절차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대출 승인을 위한 신용 관리 및 담보의 중요성도 포함할 계획이다.

 

다만, 안내서를 이해할 수 있는지 아닌지가 대출 승인의 조건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기본적으로 대출에 관련된 서류와 대출을 갚은 능력 보유 여부에 따라서 대출 승인이 나는 것은 비장애인과 같다.”라며 “다만, 발달장애인의 경우 의사소통의 애로가 있을 수 있고, 은행원 역시 고객이 정확히 이해했는지 알기 힘들어서 안내서를 통해 서로 알기 쉽게 소통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관계자는 “대부분 국내은행은 장애인 등 취약계층 대출 관련한 내부 규정을 두고 있지만 「금융소비자보호법」 상 차별금지 의무는 지켜져야 한다.”라며 “정당한 사유없이 성별·학력·장애 ·사회적 신분 등을 이유로 소비자를 부당하게 차별해서는 안된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에 변제능력이 충분함에도 발달장애라는 이유만으로 대출받지 못하는 일은 없도록 지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 금융 관계자는 “비장애인, 장애인이건 상관없이 고객이 상품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다면 회사는 상품을 팔면 안 된다.”라며 “시각장애인에게 점자 안내서가 필요하듯 발달장애인에게 쉬운 안내서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발달장애 학생을 대상으로 금융교육을 먼저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장애인의 독립적인 생활을 위해 필수적으로 알아야 할 지식 중 하나가 현실에서 돈을 관리, 계획, 사용을 위한 능력이다. 단순히 금융 지식을 이해하는 능력이 아닌 이를 실제 적용하고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향상하기 위해 금융교육이 필요하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자료에 따르면 ‘2022 장애인 통계’의 수단적 일상생활 활동 가운데 금전 관리 항목에서 장애의 심한 정도에 상관없이 전체 등록장애인 중 73.5%가량이 타인의 도움 없이 완전히 자립했지만, 70%에 달하는 발달장애인들은 실질적인 재정 계획이 전혀 없고 오직 5%가량의 장애인만 세부 재정 계획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이는 장애인의 재정 관리 능력을 길러주는 금융 문해 교육이 시급함을 보여주는 수치이다. 

 

구체적인 재정 계획이나 현명한 경제적 판단 없이 금전에 관한 재량권을 전부 가지면 소득과 지출 간의 불균형이 일어나 결국 개인파산으로 귀결될 수 있다. 더욱이, 장애인은 명의도용이나 대출사기 및 전화 금융사기 등 금융 범죄에 취약하고 반복적으로 피해를 보기에 금융 범죄의 위험을 판별할 수 있는 금융 문해력은 더욱 중요하다. 

 

그러나 현실은 장애인을 위한 금융 문해력 측정 도구조차 개발이 안 되어 있는 상황이다. 비장애 학생의 경우 기획재정부에서 경제이해력 테스트로 금융이해 수준을 측정하지만, 장애 학생 대상 금융 문해력 측정 도구는 없어서 금융 지식 이해 수준을 파악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유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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