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최근 폐막한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서 '에너지 저장 및 전력망 서약'에 공식 동참했다. 업계에서는 한국의 서약 참여로 침체된 국내 에너지저장시스템(ESS) 시장에 전력망 투자가 확산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25일 정부에 따르면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가 예정된 폐막일(11월 22일)에서 이틀이 지난 11월 24일 오전 10시 30분(한국 기준, 아제르바이잔 새벽 5시 30분) 경에 폐막했다.
COP29를 종합하면 평가할 만한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다. 한국을 포함한 주요 국가들이 재생에너지 확대에 필수적인 요소인 ‘에너지 전력망 및 전력망 서약(Global Energy Storage and Grid Pledge)’에 참여한 것이다.
에너지 저장 및 전력망 서약은 2030년까지 에너지 저장 용량을 2022년 대비 6배(1,500GW)로 늘리고, 2024년까지 8,000만km 길이의 전력망을 추가, 개선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는 지난해 COP28의 재생에너지 3배 확대 협약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후속 조치로 평가된다.
앞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재생에너지 3배 확대 목표가 경제성, 제조 역량, 정책지원 등으로 달성 가능하다고 분석했으나,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전력망 확충과 에너지 저장 시스템 보급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IEA는 2030년까지 1,500GW의 에너지 저장 용량 중 1,200GW가 배터리 형태로 충당되어야 하며, 이는 현재 보급되어 있는 ESS의 15배에 달하는 규모라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 대응이라는 긍정적 평가가 나오고 있다.
KB증권은 25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G7 국가들은 이미 지난 4월 토리노 회의에서 2022년 기준 230GW인 ESS의 용량을 2030년까지 1,500GW로 늘리기로 합의했으며, 이번 COP29에서 ESS 보급 및 전력망 투자 협약 참여국이 대폭 확대되었다”면서 “ESS 및 전력망 투자 수요 증가 측면에서 해당 뉴스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2023년 전 세계 ESS 신규 설치량은 44GW로, 전년 대비 3배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현재 글로벌 ESS 설치량은 미국(11.7GW), 중국(10.9GW), 독일(4.6GW) 순이다. 보고서는 “COP29의 내용을 감안하면 2030년까지 중국 175.1GW, 미국 123.2GW 등으로 크게 성장할 것이라는 시장의 전망은 설득력을 얻는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준섭·정혜정·차성원 KB증권 연구원은 “현재 한국 ESS 시장은 정부의 초기 지원 정책이 종료된 이후 급격히 침체된 상황이다. 2018년 최대치를 기록했던 ESS 신규 설치량은 2022년에는 1/15 수준으로 감소했으며, 누적 보급량도 4.1GW에 머물러 있다”며 “이번 서약을 이행하려면 2030년까지 ESS 용량을 25GW로 확대해야 하며, 이에 따른 정부의 지원 확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번 서약 참여는 한국의 재생에너지 확대 및 ESS 시장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되며, 환경단체와 정치권도 환영의 뜻을 밝혔다.
기후솔루션 에너지시장정책팀 한가희 팀장은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서는 에너지저장장치 확대가 필수이며,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서약에 동참한 것에 그치지 않고 서약을 바탕으로 에너지저장장치 확대 로드맵 및 이행계획을 구체적으로 수립해야 할 것”이라며 “또한 재생에너지의 에너지저장장치 설치 의무화 및 보조금 지급, 보상제도 개편 등 정책 추진을 통해 목표를 이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지혜 국회의원은 “정부의 '에너지 저장 및 전력망 서약' 참여를 환영한다. 국제사회가 다시 한번 재생에너지 시대로의 대전환에 목소리를 함께한 것”이라며 앞으로 우리 정부가 에너지 저장장치 확대를 위한 조치를 충실히 이행해 나가도록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COP29에서 핵심 쟁점인 ‘신규 기후재원 목표(NCQG)’를 두고 24일(바쿠 현지시각) 합의가 도출됐다.
COP29 폐막일을 이틀 넘긴 마라톤 협상 끝에 당사국들은 공동으로 2035년까지 연간 1조 3000억 달러(약 1800조 원)의 재원이 필요하다고 확인하고, 이 가운데 최소 3000억 달러는 선진국 정부가 주도해 마련하기로 했다.
선진국들의 이전 기후 재원 목표는 2020년까지 연 1000억 달러를 조달하는 것으로, 그보다 2년이 지난 2022년에 이 목표를 달성했다. 당사국들은 파리협정에 따라 종전 목표를 뛰어넘는 새로운 기후재원 목표를 내년까지 수립해야 한다.
또 국제 탄소시장 세부 운영규칙인 파리협정 제6조가 이행규칙 협상 시작 9년 만에 최종합의에 도달했다.
이와 더불어 강력한 온실가스인 메탄 감축을 위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35개 나라는 ‘유기성 폐기물 메탄 감축(COP29 Declaration on Reducing Methane from Organic Waste)’ 선언을 하고, NDC 수립 시 유기성 폐기물에서 메탄을 줄이기 위한 부문별 목표 및 구체적인 정책과 로드맵을 세우기로 했다.
환경부와 외교부는 이날 공동 보도자료를 내고 이번 합의로 “투명하고 건전한 국제탄소시장이 본격적으로 출범할 기반이 마련됐다”면서 “앞으로 실질적인 이행과 협력이 향후 핵심과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윤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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