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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현대차증권 유상증자에 투자자들 "이러니 상법 개정할 수밖에"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4. 1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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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현대차증권

현대차증권의 유상증자 소식에 투자자들이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과열된 시장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라는 해명이 나오는 반면, 주주와의 소통 없는 일방적 행보로 주주가치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앞서 현대차증권은 지난 26일 이사회를 열고 총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신주는 총 3012만482주로, 기존 주주에게 1주당 0.699주를 배정한 뒤 실권주가 나오면 일반 투자자에게 공모하는 방식이다. 예정 발행가액은 6640억원으로 최종 가액은 내년 2월 7일 확정될 예정이다. 

 

유상증자가 결정된 26일 종가 기준 현대차증권의 시가총액은 약 2800억원으로, 유상증자 규모가 시총의 70%가 넘는 수준이다. 이같은 대규모 유상증자 소식에 투자자들의 실망감이 확산하면서 현대차증권 주가는 27일 하루에만 1150원(△13.07%)이나 급락해 7650원까지 떨어졌다.

 

특히, 현대차증권 투자자들은 주주환원 확대에 나선 모기업 현대자동차와 정반대의 행보를 보였다는 점에서 더 큰 충격을 받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앞서 현대차는 27일 이사회를 열고 자사주 466만6000주(보통주 390만7000주, 기타주 75만9000주)를 1조원에 매입하는 안을 의결했다. 현대차는 자사주 매입에 투입되는 1조원은 주주가치 제고 목적 7000억원, 주식 기준 보상 3000억원을 합친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통상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하면 유통 주식 수가 감소해 주가가 상승한다.

 

모기업은 주주환원 확대를 위해 1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에 나서는 반면, 현대차증권은 시가총액과 맞먹는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선다는 소식에 투자자들의 불만은 높아지는 분위기다. 한 투자자는 “현대차 브랜드를 보고 투자했는데, 어떻게 주가 관리를 이런 식으로 하나”라며 “현대차 이름을 달고 주주들의 뒤통수를 칠 줄은 몰랐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투자자도 “유상증자로 주식 수가 2배로 늘었는데 배당도 의미가 없다”라며 “그냥 국장을 하지 않는게 답인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차증권은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자본확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증권사는 자기자본의 규모가 커질수록 영위할 수 있는 사업의 범위가 넓어진다. 금융투자업계 경쟁이 심화되고 대형사의 파이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사업만으로 현대차증권이 경쟁력을 갖추고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현대차증권의 자기자본 규모는 지난 2020년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선 뒤 올해 3분기 기준 1조2995억원까지 늘어났다. 자본 규모가 꾸준히 커지고 있지만 경쟁사에 비하면 속도가 더디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현대차증권은 국내 증권사 중 자기자본 기준 23위로 모기업의 이름에 비하면 덩치가 작은 편에 속한다. 현대차증권 입장에서는 사업을 다각화하고 수익창출력을 높이기 위해  자본확충이 시급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유상증자는 유통 주식 수 증가에 따른 기존 주주의 지분 가치 희석이 불가피한만큼 사전에 주주와의 충분한 소통이 필요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사내 유보금을 활용하는 방안을 우선 시행해 주주들에게 명분을 쌓는 작업이 필요했던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실제 현대차증권의 이익잉여금은 3분기 기준 6015억원으로 이번 유상증자 규모의 3배에 달한다. 

 

게다가 일각에서는 이번 자본확충이 실질적인 수익창출력 제고로 이어질지 장기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신용평가는 “부동산금융 시장 악화로 충당금 부담 등 재무 변동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이번 유상증자는 이에 대한 완화 요인”이라면서도 “향후 자본 활용과 사업경쟁력 및 이익창출력 강화, 시장지위 개선 여부, 재무안정성 관리 수준 등에 대한 중장기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이스신용평가 또한 “이번 자본확충을 통해 위험인수능력이 제고됨에 따라 향후 신규 영업활동 확대를 통한 수익기반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회사의 수익창출력이 저하된 가운데, 브릿지론 등 고위험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및 해외 부동산 관련 대손 부담이 존재하기 때문에, 유상증자가 회사 신용도에 미칠 즉각적인 영향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증권 관계자는 “디지털 전환 가속화와 자기자본 확대를 통해 리테일 및 기업금융(IB) 경쟁력 강화하고 수익성 및 기업가치를 제고할 계획”이라고 이번 유상증자의 취지를 설명했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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