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사업에 방점을 둔 연말 사장단 인사를 시행했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직접 '위기설을 언급했던 만큼 이번 인력재편에 특히 관심이 쏠렸는데, 전문경영인 체제 강화와 경영 공백 최소화가 이번 인사의 주요 배경으로 평가된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27일 사장 승진 2명, 위촉업무 변경 7명 등 총 9명의 2025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2인 대표이사 체제를 복원하여 부문별 사업책임제 확립과 핵심사업의 경쟁력 강화, 지속성장 가능한 기반 구축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존 한종희 부회장 1인 대표 체제에서, 반도체 수장 전영현 부회장이 대표이사를 함께 맡는 2인 체제로 전환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인사와 관련해 “반도체 기술 경쟁력 강화 및 조직 분위기 일신을 위해 ▲파운드리 사업부에 사장급 CTO 보직과 ▲DS부문 직속의 사장급 경영전략담당 보직을 신설했다”며 “글로벌 리더십과 우수한 경영역량이 입증된 시니어 사장들에게 브랜드/소비자경험 혁신 등의 도전과제를 부여하여 회사의 중장기 가치 제고에 주력하게 했다”고 전했다.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이 메모리사업부장을 겸임하기로 했다. 메모리 사업은 별도의 사장 없이 대표이사 부회장이 직접 챙기는 것이다. 특히 전 부회장은 핵심 사업인 메모리사업부를 대표이사 직할로 관장한다. 최근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AI(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에서 뒤처지자 대표이사가 직접 사업을 챙기는 구조로 개편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삼성종합기술원(SAIT)도 함께 이끌며 메모리 경쟁력 회복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인 한종희 부회장은 유임돼 기존처럼 디지털가전(DA) 사업부장을 겸임한다. 삼성전자는 “이번 인사시 품질혁신위원회를 신설하고 위원장으로 한종희 부회장을 선임하여 품질 분야의 근본적인 혁신을 이끌어 내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수조 원의 적자를 면치 못한 파운드리 사업부도 수장이 교체됐다. 미국에서 반도체 사업을 이끌던 한진만 DS부문 미주 총괄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맡았다.
한진만 사장은 D램과 플래시설계팀을 거쳐 SSD(대용량저장장치)개발팀장, 전략마케팅실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 2022년 말 미주총괄을 맡아 현재까지 미국에서 반도체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또 파운드리사업부에선 사장급 최고기술책임자(CTO) 보직을 신설하고 남석우 DS 부문 글로벌제조&인프라총괄 제조&기술담당 사장을 임명했다. DS 부문에는 사장급 경영전략담당 보직도 신설됐다. 김용관 사업지원TF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 배치됐다.
사장단 인사의 공통 키워드는 '메모리'와 '안정'이었다.
전 부회장은 D램 개발을, 한 부사장도 D램 설계팀을 거쳤고, 새롭게 신설된 최고기술책임자(CTO) 보직에 오른 남석우 사장도 메모리 공정개발을 주도한 인물이다.
사업지원TF는 이재용 회장 최측근 인사로 꼽히는 정현호 부회장을 중심으로, 박학규 DX부문 경영지원실장 사장이 담당 사장으로 합류해 현재 체제를 유지하게 됐다.
시장에서는 안정적 경영 체제를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반도체 사업 위기 속에 더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적자인 파운드리의 경우 외부에서 새로운 인사를 영입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초격차' 회복을 이끌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삼성전자 주가는 27일 인사 발표 후 전일 대비 3.43% 내린 5만6300원에 마감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8일 오후 1시 23분 기준 1.07% 내린 5만5700원에 거래되고 있다.
한편, 삼성글로벌리서치는 이날 관계사 경영진단과 컨설팅 기능을 수행하는 사장급 조직인 ‘경영진단실’을 신설하고, 삼성SDI 최윤호 대표이사 사장을 신임 경영진단실장으로 임명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경영진단실은 관계사의 요청에 의해 경영/조직/업무 프로세스 등을 진단하고 개선 방안 도출을 지원하는 전문 컨설팅 조직”이라면서 “경영진단실 신설은 불확실한 경영 환경을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관계사의 사업경쟁력 제고와 경영 건전성 확보 미션을 수행하게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부사장 이하 2025년도 정기 임원인사와 조직개편도 조만간 확정하여 발표할 예정이다.
윤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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