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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우리은행 행장 후보에 임종룡 측근 정진완 구원투수로 투입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4. 1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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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완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 사진=우리은행

 

 

[이코리아] 정진완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가 2일 첫 출근길에 올랐다. 반복된 금융사고로 어수선한 분위기를 수습하고 조직 쇄신과 실적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앞서 우리금융그룹은 지난달 29일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자추위)를 열고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로 정진완 중소기업그룹 부행장을 추천했다.

 

자추위는 “최근 불거진 내부통제 이슈 등을 감안해 ‘조직 쇄신’과 ‘세대 교체’에 주안점을 두고 은행장 선임 절차를 진행해 왔다”라며 “기업문화 혁신 등 조직 쇄신과 기업금융 중심 영업전략을 추진할 수 있는 최고의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선임 이유을 밝혔다.

 

우리은행의 새 리더로 내정된 정 후보는 1968년생으로 경북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1995년 입행해 종로3가지점장, 기관영업전략부장, 중소기업전략부장, 삼성동금융센터장, 테헤란로금융센터 본부장, 본점영업부 본부장을 거쳐 현재 중소기업그룹 부행장을 맡고 있다.

 

정 후보는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런던 인맥’의 두 번째 인사로 꼽힌다. 실제 정 후보는 과거 우리은행 런던지점에서 일하던 당시 영국대사관 재경관 재직 중이던 임 회장과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마찬가지로 당시 대우증권 런던현지법인장으로 일하며 임 회장과 인연을 맺은 남기천 전 멀티에셋자산운용 대표는 올해 재출범한 우리투자증권의 초대 대표로 발탁됐다. 

 

우리금융은 정 후보가 국내외 영업 현장을 두루 경험해 뛰어난 영업력을 갖췄고, 특히 중소기업금융 분야에서 오랜 경험과 탁월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뛰어난 전략 마인드와 추진력을 보유했다고 높게 평가했다.

 

정 후보는 “최근 일련의 금융사고로 실추된 은행 신뢰회복을 위해 내부통제 전면적 혁신과 기업문화의 재정비에 우선적 목표를 두겠다”며, “혁신형 조직개편, 성과중심의 인사쇄신을 통해 우리은행만의 핵심 경쟁력을 제고해 신뢰받는 우리은행으로 거듭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각종 금융사고로 뒤숭숭한 우리은행의 구원투수로 등판한 정 후보가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는 역시 ‘내부통제 강화’다. 실제 우리은행은 올해 들어 네 차례나 대형 금융사고가 발생하는 등 내부통제 부실로 인해 곤욕을 치르고 있다. 지난 6월 경남지역 영업점에서 100억원대 횡령이 발생했고, 9월·11월에는 허위서류를 걸러내지 못해 각각 56억원, 25억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게다가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의혹으로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을 대상으로 한 검찰 수사까지 진행되고 있다. 올해 말 임기가 만료되는 조병규 현 행장 또한 부당대출 사실을 인지하고서도 금융당국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혐의로 인해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되면서, 실적 성장을 이끌고도 결국 연임을 포기했다. 

 

정 후보는 2일 첫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이론적으로는 우리은행의 내부통제 체계도 우수한 편”이라면서도 “내부통제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인 만큼, 직원들이 일할 때 과부하가 걸리는 부분을 덜어내 내부통제 업무를 우선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직원을 대상으로 한 단기 상대평가를 폐지해 실적 우선주의에 따른 내부통제 위반 우려도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정 후보는 “어느 조직이 6개월마다 상대평가를 하는데 버틸 수 있겠나”라며 “직원들이 단기 실적에 몰리면 내부통제 규정을 슬쩍슬쩍 위반할 수 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정 후보는 이어 “당장 다른 은행 손익을 따라잡지 못해도 절대평가를 도입할 것”이라며 “영업 실적이 좋은 직원과 고객을 만족시킨 직원을 5대5로 칭찬하겠다”고 덧붙였다.

 

오랜 계파 갈등 논란을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것 또한 새 행장에게 기대되는 역할 중 하나다. 우리은행은 외환위기 직후인 지난 1999년 한국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대등합병해 출범한 은행으로, 25년이 지난 현재까지 두 은행 출신 간의 파벌싸움이 계속된다는 의혹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실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0월 29일 임원회의에서 “조직문화의 기저를 이루는 파벌주의”을 우리금융의 잠재적 리스크 요인으로 꼽은 바 있다. 이 원장은 지난달 28일 은행지주 이사회의장 간담회에서도 “아직도 금융회사 내에 온정주의적 조직문화가 광범위하게 존재하며 구성원의 윤리의식 저하로 인해 금융사고를 지속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또한 지난 10월 10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파벌문화 해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임 회장은 “우리은행은 통합은행 성격이 짙고 오랫동안 민영화되지 못한 문제 때문에 분파적이고 소극적인 문화가 있다”라며 “이런 음지의 문화를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정 후보는 한일·상업은행 출신 간의 파벌싸움에 대해 “실제 파벌싸움 사람은 일부이고 영업에 매진하는 사람이 90% 이상”이라며 출신은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정 후보는 이어 “어느 은행 출신이라고 영업을 더 잘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일 잘하는 사람을 쓸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 행장이 연초 제시했던 ‘연간 순이익 1위’ 목표를 정 후보가 이어받을지도 주목된다. 우리은행은 지난 2009년 9538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은행권 순익 1위를 기록한 이후, 줄곧 4대 은행 말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2조5310억원으로 지난해 부진을 벗어나 반등에 성공했지만, ‘홍콩 ELS 사태’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KB국민은행(2조6180억원, △8.3%)에 이어 여전히 4위에 머물렀다. 

 

정 후보는 기업금융을 중심으로 실적 성장을 이끌겠다는 계획이다. 정 후보는 “우리은행의 모태는 조선 상인들을 위해 시작된 기업금융”이라며 “우리나라같이 수출입을 많이 하고 자원이 없는 나라에서는 직원들이 기업금융과 개인사업자 등의 토대가 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다만 정 후보는 단기 실적보다는 내부 정비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정 후보는 “내년에는 어차피 자본비율 때문에 그렇게 많이 성장하지 못하는 만큼 내부 정비를 해야 할 때”라며 “단기 실적이나 성과에 집착하지 않고 바닥부터 체질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정 후보는 이달 중 우리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자격 요건 및 적합성을 검증받은 후 주주총회에서 공식 선임돼 내년 1월부터 은행장으로서 2년 임기의 공식업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금융사고로 흔들리는 우리은행에 구원투수로 등판한 정 후보가 각종 논란을 진화하고 조직 쇄신에 성공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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