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BCI(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술 개발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가운데, 상용화가 가까워졌다는 전망이 나오며 주목받는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8일 내놓은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주간 동향 리포트'보고서는 미국 내 BCI 시장 규모를 약 4000억달러(약 540조원)로 예상하는 모건스탠리의 분석을 인용해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이 향후 5년 내 상용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BCI 기술은 크게 뇌 내부에 장치를 삽입하여 신경 신호를 직접적으로 수집하고 처리하는 '침습적 BCI'와 외과적 수술 없이 뇌 외부에서 신경 신호를 분석하는 '비침습적 BCI'로 나뉜다.
침습적 BCI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는 대표주자는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Neuralink)다. 지난 5월 FDA로부터 임상시험 허가를 획득한 뉴럴링크는 이미 올해 두 차례 사지마비 환자에게 칩을 이식해 어깨 아래 전신이 마비되었던 환자가 생각만으로 컴퓨터 게임을 플레이하는 등의 영상을 공개하며 주목받았다.
뉴럴링크는 최근 캐나다 보건부로부터 임상시험 승인을 받아, 전신마비 환자를 대상으로 한 첫 실험을 준비 중이다. 뉴럴링크의 침습적 BCI 기술은 뇌에 직접 초고대역폭 인터페이스를 삽입해 신경 신호를 디지털화하고, 이를 통해 환자가 생각만으로 기기를 제어할 수 있도록 돕는다. 미 FDA는 뉴럴링크의 이 기술을 '혁신 장치'로 지정하며, 신경과학 분야의 획기적 진전으로 평가했다.
싱크론(Synchron) 역시 침습적 BCI를 연구하는 뉴럴링크의 경쟁사 중 하나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의 지원을 받으며 주목받고 있다. 싱크론은 두개골을 뜷고 칩을 이식하는 뉴럴링크와는 다르게 목을 최소한으로 절개해 그물형 스텐트로드를 혈관을 통해 주입하는 방식을 연구 중이며, 자사의 기술이 뉴럴링크보다 위험성이 적다고 주장하고 있다.
싱크론은 지난 2021년 뉴럴링크보다 한발 앞서 FDA의 임상실험 승인을 받아 6명의 환자에게 장치를 이식해 실험을 진행 중이며, 오픈AI의 'GPT-4o'를 장치에 적용해 일반인의 두뇌 능력을 향상시키는 기술 역시 연구중이다.
패러드로믹스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혁신 장치로 지정받은 '코넥서스' 기기를 개발했으며, 말을 할 수 없는 사람의 뇌 신호를 읽어 의도대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BCI 장치를 개발중이다. 421개의 미세 전극을 뇌에 배치해 가슴에 이식된 내부 트랜시버에 정보를 전달한다. 패러드로믹스는 내년에 본격적으로 임상시험을 개시해, 2029년 이전에 제품을 상용화하는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최근 뇌파 기술 및 웨어러블 기기의 발전으로 인해 비침습적 BCI 기술의 소비자 시장 역시 확대되고 있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은 VR 헤드셋 및 스마트 안경과 같은 제품이 사회적으로 더욱 확산될 수록 비침습적 BCI 기술의 성장 기회가 증가할 것으로 보이며, 관련 기업들은 비침습적 BCI 기술을 향상시키기 위해 광학 및 자기장 센서와 같은 다양한 감지 방식을 개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비침습적 BCI의 주요 기업으로는 오픈 BCI, 넥스트마인드 등이 있다. 오픈 BCI는 지난 2014년 시작된 오픈소스 기반 BCI 기업으로, 지난 2023년에는 척수성 근위축증 환자가 드론을 조종하는 것을 시연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이용자의 다양한 신체 반응을 감지하는 센서가 부착된 헤드셋 '갈레아 베타' 장치를 출시했다.
넥스트마인드는 헤드밴드, 모자, 헤드셋에 내장될 수 있는 소형 BCI 장치를 개발했으며, 이는 EEG 전극을 사용하여 사람의 뇌 활동을 감지하고 이를 원하는 기기에서 동작으로 전환할 수 있다. 지난 2022년 스냅챗의 개발사 스냅에 인수되었으며, 스냅은 앞으로 자사가 개발하는 헤드셋에 넥스트마인드의 BCI 기술을 적용할 예정이다.
한편 보고서는 최근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된 만큼, 미국의 BCI 기술에 대한 규제 프레임워크가 큰 변화를 겪을 수 있을 것으로도 평가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를 보건복지부 장관에 임명하고, FDA 부서 재정비를 시사하는 등 향후 규제 절차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BCI 기술의 미래에 대해 낙관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으며 의료 분야 고위공무원에 BCI 의 중요성 및 잠재적 이점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사가 발탁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국내 정책은 어떨까. 국내의 경우 비침습형 BCI를 위주로 개발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LG전자가 실시간으로 뇌파를 측정해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수면을 돕는 ‘브리즈’를, 현대모비스가 운전자의 뇌파를 분석해 피곤‧졸음 등을 방지하는 ‘엠브레인’을 출시하는 등 대기업들 역시 기술 개발에 뛰어든 상황이다.
침습형 BCI의 경우 국내에서는 안전 규정이 없어 기술 개발이 상대적으로 뒤쳐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7대 규제 혁신 분야에 BCI를 포함시킨 만큼, 조만간 임상시험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복지부는 BMI 연구에 대한 윤리·과학적 타당성을 심의하는 자율기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현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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