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유니클로가 불매운동의 여파를 극복하고 국내 시장에서 매출 1조 원을 넘겼다. ‘듀프(dupe) 소비’, 드뮤어룩 등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했던 것이 유니클로의 매출을 끌어올린 것이 아닌가하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유니클로의 운영사 에프알엘코리아의 2024년 회계연도 매출은 1조601억 원이다. 이는 전년과 비교해 15% 늘어난 수치로, 영업이익도 지난해보다 5.4% 증가한 1489억 원에 달했다. 이는 2019년 일본 정부의 반도체 수출 규제 조치로 인한 불매운동 이후 6년 만이다.
듀프 소비는 명품 브랜드 제품과 디자인과 품질은 비슷하면서도 가격은 훨씬 저렴한 제품을 찾는 트렌드로, 복제를 뜻하는 단어 ‘DUPLICATE’에서 파생된 말이다. 원래는 모방품을 듀프라고 했지만, 요즘엔 저렴한 가격에 유명 브랜드만큼의 성능을 보여주는 제품을 의미한다.
듀프는 제품의 디자인이나 특성을 반영하되 ‘그 브랜드의 맛이 난다’는 이른바 영감을 받은 제품들을 소비하는 트렌드를 칭할한다. 완전히 똑같다고 보기 어려워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카피’제품으로 분류하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유니클로의 U라인은 이러한 트렌드를 잘 반영한 컬렉션으로 럭셔리 패션 브랜드 ‘르메르’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크리스토퍼 르메르와 그의 팀이 유니클로와 협업해 기존 르메르와 비슷한 느낌으로 선보이고 있다. 실제 르메르와 비슷한 분위기를 자아내 새 컬렉션 발매 때마다 오픈런이 벌어질 정도다.
그 밖에도 유니클로는 크리스토퍼 르메르, JW앤더슨, 질샌더, 마르니에 이어 최근 지방시 출신 유명 패션 디자이너인 클레어 웨이트 켈러 등과 협업한 제품 'UNIQLO:C'를 선보였다. 클레어 웨이트 켈러는 지방시뿐만 아니라 럭셔리 브랜드 끌로에에서도 브랜드 아트 디렉터로 활동하며 이름을 알렸다.
고가의 브랜드와만 협업하는 것이 아니다. 속옷, 디자인 등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해 유니클로에서만 볼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 낸다. 유니클로는 2024년 가을 겨울 컬렉션으로 프랑스 브랜드인 꼼뜨와 데 꼬또니에(COMPTOIR DES COTONNIERS), 영국의 럭셔리 브랜드인 안야 힌드마치(Anya Hindmarch), 핀란드의 디자인하우스인 마리메꼬(Marimekko), 런던의 혁신적인 디자이너 조나단 앤더슨이 설립한 제이더블유 앤더슨(JW ANDERSON), 프랑스의 이너웨어 브랜드 프린세스 탐 탐(PRINCESSE tam tam) 등과 콜라보해 한정된 상품으로 소비자의 구매욕구를 자극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올해의 또 다른 패션 트렌드인 ‘드뮤어룩’도 영향을 미쳤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드뮤어는 얌전하고 차분한 절제된 패션 스타일을 의미하는데, SPA 브랜드 특성상 로고를 크게 사용하지 않은 것이 판매고를 올릴 수 있는 이유라고 분석한다.
유니클로 뿐 아니라 우리나라 SPA 브랜드도 좋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신성통상이 운영하는 ‘탑텐’은 작년에 약 9,0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 뒤 올해 국내 SPA 브랜드 최초로 매출 1조 원 달성을 바라보고 있다. 탑텐은 2020년 400개였던 매장을 4년만인 현재 730개까지 불렸을 정도로 점포망을 빠르게 확대하며 사업을 키우는 중이다.
이랜드월드의 스파오는 올해 6000억 원의 매출을 낼 것으로 예상한다. 작년 매출 4800억 원보다 25% 증가했다. 스파오도 올해 19개 매장을 오픈하며 현재 127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누적 판매량 200만장, 누적 매출 1000억원을 기록한 스파오의 대표 상품 ‘푸퍼’를 주제로 한 팝업스토어엔 누적 방문객 2만명이 다녀가는 등 젊은 층에서도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무신사 스탠다드의 성장세도 무섭다. 지난 11월 오픈서베이에 의뢰해 6개월 내 SPA 브랜드 의류를 구매한 만 19세~29세 남녀 800명 대상으로 진행한 ‘SPA 브랜드 선호도 조사’에서 무신사 스탠다드는 패션 브랜드 가운데 20대 소비자가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 1위를 차지했다. 무신사 스탠다드가 올해 10월 한 달간 오프라인 스토어 매출을 분석한 결과 약 120억 원으로 집계됐다. 업계는 무신사 스탠다드가 올해 오프라인에서만 1,000억 원대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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