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대한항공
[이코리아] 대한항공이 2020년 11월 16일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결의한지 4년여 만에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했다. 2년 뒤 물리적, 화학적 결합까지 마무리되면 국내에서 유일한 세계 10위권의 '초대형 항공사(메가 캐리어)'가 탄생한다.
12일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의 신주 1억3157만8947주(지분율 63.88%)를 취득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대한항공은 앞서 지난 11일 아시아나항공에 8000억원의 잔금을 지급하며 아시아나항공과의 신주인수거래를 종결했다. 이로써 대한항공은 기 지급한 계약금 3000억 원과 중도금 4000억 원을 포함해 총 1조5000억 원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대금 납입을 완료했다.
아시아나항공은 내년 1월 16일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해 신임 이사진을 선임한다. 이를 통해 아시아나항공의 새로운 비상을 위한 밑바탕을 공고히 한다는 계획이다.
대한항공은 앞으로 약 2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아시아나항공과 합병할 계획이다. 합병 과정에서도 정부기관 및 산업은행과 긴밀히 협의하며 진행할 예정이다. 합병 이후 대한항공은 명실공히 글로벌 네트워크 항공사로 도약해, 다른 글로벌 초대형 항공사들과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된다.
대한항공은 통합 항공사의 출범으로 ▲국가 항공산업 경쟁력 보존 ▲인천공항의 허브 기능 강화 ▲글로벌 네트워크 확대 등 통합 본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통합 항공사 자산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42조8000억 원, 매출은 21조1000억 원으로 불어난다. 통합 항공사의 보유 항공기 수는 대한항공 158대, 아시아나항공 80대를 합쳐 총 238대에 이르게 된다.이와 함께 진에어와 에어부산, 에어서울이 합쳐지면서 보유 기단은 58대(진에어 30대, 에어부산 22대, 에어서울 6대)로 기존 1위인 제주항공(41대)을 넘어 LCC 선두에 올라서게 된다.
대한항공의 직원은 1만9425명이고 아시아나는 8045명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날 “그 동안 밝혔던 바와 같이 인위적 인력 구조조정도 없다”며 “향후 증가할 사업량에 따라 인력 소요도 함께 자연스럽게 늘어나게 되며, 일부 중복 인력도 필요 부문으로 재배치하면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지난 38년간 우리나라 양대 국적 항공사 지위를 이어오며 라이벌 구도를 이어왔던 만큼 양사의 조종사 간 기수 정리를 비롯해 조직문화 융합, 통합 기업이미지(CI) 변화가 나타날 전망이다. 또 두 항공사의 통합은 기내 서비스 및 지상 서비스의 표준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대한항공은 이번 양사 결합의 기본 취지인 국내 항공산업 구조개편의 사명감을 갖고 통합을 차근차근 준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그렇다면 12일부터 소비자들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변화로는 뭐가 있을까.
우선 두 항공사가 통합됨에 따라 기존에 중복되던 일부 노선이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양사는 장거리 노선 12개를 비롯해 38개의 국제노선에 중복으로 취항하고 있다. 유럽 노선의 경우 티웨이항공이 대체 항공사로 진입한 로마, 바르셀로나, 파리, 프랑크푸르트 등 4개 노선에서 대한항공이 운항을 축소했다. 경쟁 노선이었던 경우 통합 이후에는 단일 항공사만 운항할 수 있어 선택의 폭이 줄어들 수 있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통합 후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중복 노선의 시간대를 다양화하고, 신규 노선에 취항함으로써 고객 서비스 선택의 폭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또 안전 운항을 위한 투자도 늘려 나갈 예정이다.
양사의 마일리지 프로그램의 통합도 소비자들의 관심사다. 이로 인해 기존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를 보유한 소비자들은 대한항공의 스카이패스 프로그램으로 이관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대한항공 마일리지가 아시아나 마일리지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어서, 1대 1 통합은 어려울 것으로 업계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 2022년 아시아나항공과의 마일리지 통합 비율이 1 대 0.7 정도가 타당하다는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실화여부는 미지수다.
마일리지의 가치나 전환 비율 등에 대해 대한항공 측은 “공정거래위원회에 2025년 6월까지 양사간 마일리지 전환 비율을 보고하고, 이후 면밀한 협의를 거쳐 고객 대상으로 이를 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양사의 결합이 항공 요금에 미칠 영향도 관심사다. 경쟁이 줄어들면서 일부 노선의 요금이 상승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항공운송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우선 독과점이 우려되는 양사의 68개 중복 국제노선 중 38%에 대해 운임 인상을 제한하기로 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22년 2월 양사 기업결합을 조건부로 승인하면서 노선 운임을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대비 물가상승률 이상으로 인상하는 것을 제한하고, 공급 좌석 수를 2019년 수준의 일정 비율 미만으로 축소하는 것을 금지한 바 있다. 당시 공정위는 축소 금지의 기준이 되는 일정 비율은 추후 기업결합일 전에 정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또 저가항공사, LCC도 키워 독과점을 견제할 방침이다. 서남아시아·유럽 운수권 증대분을 LCC 중심으로 배분하고, 국내외 경쟁당국의 시정조치로 대체 항공사 진입이 필요한 노선도 LCC가 우선 진입하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글로벌 항공 동맹 체계 조정도 있을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스카이팀(SkyTeam)의 회원사이고, 아시아나항공은 스타얼라이언스(Star Alliance)의 회원사이다. 통합 이후 아시아나항공의 스타얼라이언스 탈퇴가 예상되며, 이로 인해 소비자들이 이용하던 글로벌 동맹 혜택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은 국내 항공산업의 새로운 지형을 그릴 중요한 사건으로 평가된다. 소비자 입장에서 긍정적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양사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윤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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