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새해 산업 전망은 인공지능(AI) 산업의 성장세와 트럼프 2기 행정부 정책의 영향을 크게 받을 것으로 보인다.
12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요 업종별 협회와 함께 실시한 ‘2025년 산업 전망 조사’ 에 따르면, 반도체·디스플레이·조선·바이오·기계 업종은 ‘맑음’, 자동차·이차전지·섬유패션·철강·석유화학·건설 분야는 ‘흐림’으로 예보되었다.
반도체 산업은 데이터센터와 서버 등 AI 관련 인프라 투자와 AI 기기 출시로 고부가가치 반도체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대중 수출 규제와 관세 인상 같은 불확실성이 있지만 급격한 시황 악화는 없을 것으로 보고서는 전망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올해 수출은 전년 대비 41% 증가한 약 139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이며, 2025년에는 1350억 달러로 소폭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디스플레이 산업은 스마트폰의 AI 기능 도입과 프리미엄 OLED 제품의 출하 증가로 긍정적이다. 특히, 아이폰17 전 모델에 저전력 디스플레이(LTPO) 패널이 적용될 예정이어서 국내 디스플레이 기업이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는 “2025년 디스플레이 수출은 올해 대비 4% 증가한 약 194.8억 달러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다만, 미·중 무역 분쟁에 따른 고객사의 중국 내 점유율 감소는 리스크로 꼽힌다.
조선업은 화석연료 관련 정책에 따른 에너지 운반선 발주 증가와 미국과의 협력 기대감으로 성장세를 전망했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2025년 선박 수출액이 올해 대비 9.1% 증가한 약 267.6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온실가스 배출 저감 정책 약화와 관세 정책은 하방 요인으로 꼽혔다.
바이오 산업은 약가 인하 정책, 바이오시밀러의 글로벌 시장 확대, 콜레라 백신 수요 급증 등으로 긍정적 전망을 보였다. 한국바이오협회는 “바이오의약품 제조와 관련한 세제 지원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계산업은 미국의 대중 무역정책에 따른 중국산 대체 효과와 글로벌 반도체 설비 투자 증가로 소폭 수출 증가가 기대된다. 반면, 국내 설비투자 부진은 약점으로 지적되었다.
자동차 산업은 대미 흑자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추가 관세 도입 가능성, 중국 자동차 산업의 급성장, 보호무역 정책 등으로 불확실성이 크다. 상의는 “2025년 자동차 수출은 전년 대비 3.1% 감소한 270만대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철강 산업도 관세와 수입 쿼터 축소 가능성, 중국의 공급 과잉 등으로 인해 부진할 전망이다. 하지만 철강 기업들의 신시장 개척 노력으로 수출은 약간의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산업은 중국의 저가 제품 공급 증가로 글로벌 시장 경쟁이 심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에너지 저장 장치(ESS) 수요 확대와 반사이익은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석유화학은 글로벌 공급 과잉 상황이 지속되며 에틸렌 생산능력 증가율이 수요를 초과하고 있다. 다만,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와 유가 안정화는 긍정적이다.
섬유패션 산업은 국내 증산과 해외 판매 증가가 기대되지만 중국산 덤핑 물량 증가 우려와 K-패션 수요 감소 가능성이 위험 요소다.
건설업은 공공 수주는 증가하지만 민간 부문의 감소로 인해 약세가 예상된다. SOC 예산 감소와 공사비 상승도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혔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한층 격화될 미중 무역갈등과 중국의 저가공세에 더해 국내 정치혼란에 따른 불확실성 지속이 업종 전반의 성장세 하락을 부추기지 않을까 업계의 우려가 큰 상황”이라며 “정부의 실리적 외교 노력은 물론, 첨단산업 인프라 구축 지원 등 시급한 경제법안들의 국회 처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산업연구원도 지난달 25일 발표한 ‘2025년 경제·산업 전망’을 통해 반도체·바이오헬스가 내년에도 호실적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산업연은 내년에도 정보통신기기, 반도체, 바이오헬스 산업은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는 반면, 자동차, 철강, 섬유 산업은 여전히 침체 국면에 머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일반기계, 석유화학, 정유 산업은 점진적으로 회복세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 측면에서는 올해에 이어 IT 산업이 13대 주력 산업의 성장을 주도할 전망이다. 반도체(8.5%), 정보통신기기(8.4%), 바이오헬스(4.9%) 등에서 수출 증가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자동차와 일반기계 등 기계산업군(-0.8%)과 철강, 석유화학 등 소재산업군(-1.5%)은 부진한 성적을 기록할 것으로 우려된다.
내수 시장에서는 소비 심리 개선과 신제품 출시 효과로 대부분 산업에서 수요가 올해보다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제조업 전반의 투자 확대와 내수 중심의 판매 전략 강화에 따라 일반기계(1.1%)와 자동차(3.6%) 등 주요 산업의 내수는 증가세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기차 생산 및 판매 둔화로 인해 이차전지(-21.8%)는 감소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수입 측면에서는 내수 회복이 예상되는 IT 신산업군과 전기차 수입 증가 등의 영향을 받아 전체 수입이 3.6%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일반기계는 제조업 경기 회복, 조선은 중국 선박 수입 증가의 영향을 받아 수입 증가가 예상된다. 그러나 철강, 석유화학, 섬유 분야는 내수 성장 정체로 인해 수입 증가가 제한될 것으로 전망된다.
권남훈 산업연구원장은 “내년도 수출 성장세는 확실히 둔화되고, 내수 시장은 침체 상황에 있다가 다소 안정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이 두 가지 사실을 종합해 보면 올해보다는 둔화된 경제 성장률이 예상된다”며 “트럼프 2기 행정부 등으로 인해 지나치게 패닉에 빠질 필요는 없다. 각각 플러스와 마이너스가 존재하지만, 결국 우리 산업이 새로운 경쟁력을 향해 나아가는 한 해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윤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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