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리아] 비상계엄 여파로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지면서 금융당국의 제재절차도 연기되는 모양새다. 부당대출 사태로 곤욕을 겪고 있는 우리금융 또한 한숨을 돌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1일 열린 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현 경제상황과 금융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우리은행 등 금융권의 주요 검사결과 발표를 내년 초로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지난 10월 7일부터 우리금융지주 및 우리은행에 대한 정기검사에 돌입했다. 당초 예상 검사기간은 6주였으나 두 차례나 연장한 끝에 지난달 29일 검사를 마무리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달 중 검사 결과를 발표하겠다는 입장이었으나, 최근 계엄 사태로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지면서 발표 일정을 뒤로 미뤘다.
우리은행은 지난 2020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 관련 법인 등에 350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을 해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이미 지난 9월 손 전 회장의 처남 김모씨가, 10월에는 부당대출을 주도한 혐의를 받는 우리은행 본부장 출신 임모씨가 구속됐다.
검찰은 지난달 22일 손 전 회장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같은달 26일 방어권 보장을 이유로 이를 기각했다. 검찰은 현재 2주 간의 보완수사를 거쳐 두 번째 구속영장을 청구한 상태다.
금융당국과 검찰은 현 경영진이 부당대출 사실을 알고도 보고 의무를 게을리했다며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에게까지 수사 범위를 확대한 상태다. 실제 검찰의 우리금융지주 압수수색 영장에는 임 회장과 조 행장이 우리은행 실무진으로부터 부당대출 사실을 보고받은 적이 있다는 사실이 명시됐다.
이 원장 또한 정기검사 종료 하루 전인 지난달 28일 “(임종룡) 현 회장과 (조병규) 현 행장 재임 시에도 유사한 형태의 불법이 확인됐다”며 “불법이나 위규 비리에는 무관용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의 수사가 현 경영진으로 확대됨에 따라 임종룡 회장의 처지도 매우 곤란해졌다. 임 회장은 아직 2년의 임기가 남아있지만,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된 조병규 행장이 연임 포기 의사를 밝힌 만큼 거취에 대한 압박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라는 뜻밖의 변수가 발생하면서 상황이 바뀔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계엄 여파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에 대응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바빠진 데다, 사실상 정책 공백 상태가 이어지면서 금융당국의 ‘컨트롤 타워’ 역할이 약화돼 금융권 인사에 대한 개입도 줄어들 수 있다는 것.
실제 주요 금융지주사들은 현 회장의 색깔이 드러나는 행장 인사를 선보이고 있다. 신한금융은 진옥동 회장이 신한은행장 재임 시절 첫 비서실장을 맡았던 정상혁 현 행장에게 이례적으로 2년의 추가 임기를 보장했다. KB금융 또한 양종희 회장 취임 전 행장으로 선임된 이재근 행장 대신 양 회장이 발탁한 인물인 이환주 KB라이프 대표를 새 행장으로 추천했다. 이환주 국민은행장 내정자는 주택은행 출신이자 KB금융 보험계열사 대표를 역임했다는 점에서 양 회장의 행보와 닮아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농협금융 또한 윤석열 대통령의 사람으로 평가되는 이석준 금융지주 회장이 연임 전망이 사실상 어두워지면서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의 측근이 중용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우리금융도 이미 조 행장의 후임으로 임종룡 회장의 ‘런던 인맥’으로 꼽히는 정진완 중소기업그룹 부행장을 추천한 상태다. 정 내정자는 과거 우리은행 런던지점에서 일하던 당시 영국대사관 재경관으로 재직 중이던 임 회장과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계엄 사태로 인한 정치적 혼란이 장기화되면서 금융당국의 통제력이 계속 약화된다면, 금융회사에 대한 검사 및 제재조치 또한 흐지부지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현재 부당대출 사태로 곤란에 빠진 우리금융이 가장 큰 수혜자가 될 거란 전망도 나온다.
다만 탄핵정국과 관계없이 금융당국이 예정대로 제재조치를 추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임기만료를 6개월 앞둔 이 원장은 최근 부서장 75명 중 74명을 바꾸는 대규모 인사를 단행하며 조직 장악에 나섰다. 탄핵 정국 속에서도 대대적인 인적 쇄신에 조직 정비를 마친 만큼, 그동안 추진해온 금융권 지배구조 개선 등의 작업을 끝까지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임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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