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세계 각국의 교육에 AI 기술이 빠르게 스며드는 가운데, AI 교육정책의 확장과 함께 우려의 목소리도 함께 나오고 있다.
교육부는 17일 지난 주말 킨텍스에서 열린 2024 대한민국 교육혁신 박람회에서 AI 디지털교과서 수업 참관을 진행한 결과 학부모와 교사들의 만족도가 전반적으로 상승했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시연을 본 교사 356명은 8개 문항에 대한 만족도 점수가 참관 전 3.97점(5점 만점)에서 참관 후 4.33점으로 상승했으며, 학부모 만족도 역시 6개 항목 평균이 3.53점에서 4.23점으로 올랐다. 교육부는 AI 디지털교과서가 학생의 자기주도적 학습, 맞춤 교육 실현, 교사의 수업 혁신에 도움이 되는지를 정밀하게 확인하기 위해 전문 기관에 위탁 설문조사를 추가로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교육부의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에 반대하는 목소리 역시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공동성명을 통해 AI 디지털 교과서가 학생들의 정보인권을 침해할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AI 교과서가 학습 시간, 패턴, 문제 풀이 현황 등 학생들의 상세한 개인정보를 수집하게 되면서 중대한 개인정보 침해 위협을 야기하고, 이러한 정보가 유출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또 디지털교과서의 AI 기능이 적절하게 작동할지, 차별이나 편향을 야기할 가능성은 없는지도 우려했다. 디지털교과서를 제작하는 업체가 AI 알고리즘의 편향성을 방지하고 데이터에 대한 무결성을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등 개발 가이드라인을 지키면서 교과서를 개발할 기술적 역량이 있는지, 교육부가 이러한 원칙 이행 여부를 판단할 역량이 있는지 우려된다는 주장이다.
단체들은 학생들의 개인정보를 처리하고, 학생들을 평가하며, 이에 기반하여 향후 교육자료를 제시하는 AI 디지털교과서가 유럽 인공지능법에 따라 ‘고위험 AI’로 분류된다고 지적하며, 학생 정보인권을 침해하는 AI 디지털교과서 사업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 외에도 전국 각지의 교사 노동조합, 교육 시민단체들이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내고 있다. 이번 달만 해도 11일에는 전교조 경남지부 등 19개 교육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경남교육연대가, 13일에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충남지부가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으며 10일에는 전교조가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디지털 교과서 추진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6월에는 디지털 교과서 도입에 반대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5만6천505명이 동의하기도 했다.
17일에는 국회 법사위에서 야당 주도로 디지털교과서를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의결되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예산, 개인정보 유출 우려, 문해력 하락 우려 등의 이유로 개정안을 추진해왔으며 여당의 경우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교과서와 달리 교육자료는 사용 의무가 없어 디지털교과서 보급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며 반대해왔다.
해외의 상황은 어떨까. 세계 각국에서도 AI 교육을 강화하는 가운데, 우려의 목소리도 함께 나오고 있다. 중국의 경우 AI 교육을 가장 적극적으로 강화하고 있는 국가 중 하나다. 중국 교육부는 최근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AI 교육을 강화하라는 통지문을 발표했으며, 이에 따라 초등학교 저학년은 체험형 학습, 중학교는 응용 중심 학습, 고등학교는 프로젝트 기반의 AI 학습을 추진 중이다. 또 국가 스마트 교육 플랫폼에 AI 교육 섹션을 도입했으며 도시와 농촌 지역 간의 격차를 메우기 위해 도시와 농촌 학교 간의 협력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각 주 단위로 AI 교육을 도입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지난 9월 캘리포니아 교육 위원회가 커리큘럼에 AI 교육을 포함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안(AB 2876)을 통과시켰다. 학생들이 AI를 비판적이고 윤리적으로 활용하도록 돕고, AI 기술의 잠재력과 한계를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필라델피아 교육청은 펜실베이니아대와 협력해 PASS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은 교육 관리자, 학교 리더, 교사를 위한 단계별 AI 교육을 제공하며, 학생들에게 맞춤형 학습 환경을 조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교육 관리자에게는 AI 정책과 교육 목표를 설계하는 전략적 계획 훈련을, 학교 리더에게는 학교 단위 AI 도입 교육을, 교사에게는 AI 도구를 통한 수업 혁신과 학습 데이터 활용 훈련을 제공한다.
한편 유네스코는 AI 교육이 가져올 잠재적 혜택과 함께, 그에 따른 윤리적 문제와 규제 필요성을 강조하며 각국 정부에 신중한 접근을 촉구하고 있다. 유네스코는 AI 교육이 학생 개인정보 보호를 보장하고, 교육의 본질을 인간 중심 가치에 두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스테파니아 지아니니 유네스코 교육국장은 “AI 기술은 학생들에게 맞춤형 학습 경험을 제공할 수 있지만,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정보인권 침해와 기술 의존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네스코는 AI를 학습 보조 도구로만 한정하며, 인간 교사의 역할이 여전히 교육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AI 교과서와 같은 고위험군 AI 기술은 철저한 검증과 규제 아래 도입되어야 하며, 학생들의 정보인권과 학습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9월 유네스코는 학생과 교사를 위한 AI 역량 프레임워크를 출범시켰다. 이 프레임워크는 AI가 가져올 잠재력과 위험을 이해하고, 이를 교육 현장에서 안전하고 윤리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글로벌 가이드라인이다. 해당 프레임워크는 디지털 학습 주간(Digital Learning Week 2024)의 일환으로 발표되었다.
학생용 프레임워크의 경우 AI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인간 중심 사고 △AI 윤리 △AI 기술과 응용 △AI 시스템 설계 등 네 가지 핵심 역량을 제시했으며 교사용 프레임워크는 AI를 활용한 혁신적 교수법과 함께 교사들이 AI 기술을 책임감 있고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유네스코는 이 프레임워크가 각국의 교육 정책에 통합되어 AI가 교육 불평등을 심화시키지 않도록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AI 활용을 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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