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0월 30일 경북 울진군 한국수력원자력 한울원자력본부에서 열린 '신한울 원전 1·2호기 종합준공 및 3·4호기 착공식'에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이코리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이를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온 기후·환경 관련 정책을 재검토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 정부가 국정 동력을 사실상 상실한 만큼, 기후위기 대응에 나선 국제사회의 흐름에 역주행하는 기존 정책들을 폐기하고 탄소중립을 위한 새로운 청사진을 그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실제 윤석열 정부의 기후 정책에 대한 평가는 높지 않은 편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2022년 대선 당시 10대 공약 중 하나로 ‘실현 가능한 탄소중립과 맑고 깨끗한 환경’을 제시했고, 당선 후에는 11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탄소중립 실현으로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당시 모든 대선 후보가 기후위기 대응에 나서겠다고 약속했지만, 윤 대통령의 방향성은 다른 후보들과 차이가 있다. 탈원전 정책 폐기를 핵심 공약으로 제시한 만큼 원전 확대를 통해 에너지 부문의 탄소배출을 줄이고, 2030 국가 온실감축목표(NDC)는 준수하되 ‘현실적 감축수단’을 마련하겠다는 단서를 달았다. 재생에너지 확대 등 적극적인 기후위기 대응을 주장한 다른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내용이 담겼고, 주요 공약 중에서도 기후 관련 공약을 상대적으로 뒷 순번에, 적은 비중으로 배치했다.
이 때문에 윤석열 정부 출범 당시부터 기후정책에 대한 우려는 적지 않았다. 그린피스는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의 기후 정책에 대해 “기후위기가 국정 철학과 목표에서 뒷전으로 밀렸다”며 “기후위기가 우리 사회에 가져다 줄 경제∙외교∙사회적 파급력을 고려할 때 새 정부의 기후 인식은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고 지적했다.
특히 재생에너지보다 원전 확대를 통해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에 대해서는 “위험을 증가시키는 노후 원전 수명 연장과 신규 원전 건설로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다는 기대는 오산”이라며 “저장 포화 상태에 이르러 해결책이 없는 핵폐기물 문제를 고려하면 원전은 시급한 기후위기 대응의 효과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린피스는 “국정과제에서 재생에너지와 관련된 내용은 정말 찾아보기 힘들다”라며 “기후위기뿐만 아니라 RE100이나 탄소국경세 등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크게 늘어나야 한다”고 우려했다.
◇ 尹 정부 2년 반, 기후위기 대응 성적표는?
정부 출범 후 2년 반이 지난 지금 윤석열 정부의 기후 성적표는 예상대로 낙제에 가깝다. 출범 초 우려를 그대로 반영한 듯 기후정책에 대한 정부의 관심은 가장 뒷 순번으로 밀려났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인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정부의 기후 관련 재정지출은 2022년 4조8115억원에서 2025년 3조7538억원(정부안 기준)으로 3년 만에 22%가량 감소했다. 특히 ▲온실가스 감축 ▲재생에너지 및 에너지 신산업 활성화 부문 내년 예산은 각각 8606억7700만원, 6657억4100만원으로 올해보다 각각 1177억원(△12%), 668억원(△9%) 줄어들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핵심 재원인 ‘기후대응기금’도 사실상 줄어드는 추세다. 내년 기후대응기금 지출액은 2조3260억원으로 전년 대비 2.8% 증가했지만, 명목 성장률(5.5%)이나 정부 총지출 증가율(3.2%)보다는 증가율이 낮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기후대응기금이 감소한 셈이다.
기후위기 대응 역량을 키우기 위한 연구개발(R&D) 예산도 적극적으로 늘리기는커녕 오히려 줄이려고 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내년 탄소중립 관련 R&D 예산은 901억원으로 정부 출범 첫해인 2022년(1257억원) 대비 356억원(28%)이나 감소했다. 정부가 출범 초 제시한 “녹색기술을 육성해 과학적인 탄소중립 이행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국정 목표와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인 셈이다.
이 때문에 정부의 기후 정책에 대한 평가는 전반적으로 부정적이다. 환경운동연합은 윤석열 정부 출범 2주년인 지난 5월 논평을 내고 “윤석열 정부 취임 2년 만에 기후·에너지·화학물질 정책의 퇴행은 심화됐다”며 “윤석열 정부의 기후에너지 정책의 총체적인 후퇴는 폭염•홍수•물가라는 기후위기의 모습으로, 핵 위협의 모습으로 시민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어 ▲재생에너지 축소 및 원전 확대 ▲화학안전3법 후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추진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문제 무대응 ▲일회용품 규제 완화 등을 지적하며 “ 윤석열 정부의 환경 인식은 참담할 지경”이라고 비판했다.
환경운동연합은 계엄 사태가 발생한 이후 다시 성명을 내고 “안전하고 깨끗한 환경에서 일상을 지키며, 평온하게 서로를 돌보는 미래를 꿈꾸고픈 국민들의 요구를 저버렸다”라며 “임기 내내 기후위기와 환경파괴를 조장해온 윤석열 정부의 일원에게 더이상의 기회는 사치”라고 말했다.
◇ 탄핵정국, 기후정책 재검토 기회 삼아야...
기후위기 대응에 소극적이었던 윤석열 정부가 사실상 국정동력을 상실하면서 기존 기후·에너지 정책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질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원전 비중을 높이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줄인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하 전기본)이 전면 수정될 가능성이 생겼다.
11차 전기본은 2038년까지 최대 3기의 신규 대형원전을 건설하고 2035년부터는 소형모듈원자로(SMR)을 도입해 원전 발전량을 확대하는 한편, 노후 석탄발전소를 LNG 발전소로 전환해 탄소배출을 줄이면서 전력수요에 대응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을 지속해 10.6GW의 추가 전력수요에 대응할 방침이다.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그대로 두고 석탄발전 비중 감소분을 원전과 LNG로 대체하겠다는 것.
이 때문에 11차 전기본 발표 당시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강한 반발이 나오기도 했다. 기후위기비상행동은 지난 6월 성명을 내고 “이번 11차 전기본이 노후핵발전소의 수명연장, 신규 핵발전소 추가 건설과 상용화되지 않은 SMR을 통해서 핵발전 비중을 확대하고자 하는 윤석열정부의 정책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탄핵정국이 시작된 만큼, 11차 전기본이 연내 국회를 통과하고 예정대로 시행될 가능성은 거의 사라졌다. 정부의 친원전 정책도 동력을 상실할 만큼, 향후 전기본의 핵심 내용이 재논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내년 2월 유엔(UN)에 제출할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의 세부 내용도 수정될 가능성이 크다. 관계부처가 모여 각 부문별로 얼마나 많은 온실가스를 감축할 것인지 논의해야 하는데, 국내 기업의 사정을 고려해 산업 부문 감축률을 낮춰야 한다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주장이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반영될 수 있다. 다만 국무위원이 일괄 사퇴해 논의 자체가 중단된 만큼, 향후 언제 NDC 관련 논의가 재개될지는 아직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임해원 기자
저작권자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 많은 기사는 '이코리아'(http://www.ekoreanews.co.kr/)
'사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친정어머니도 산후도우미 신청, 내년 1월 1일부터 가능 (0) | 2024.12.20 |
---|---|
첨가당 함유 스테비아 커피, 당뇨환자 조심해야 (3) | 2024.12.20 |
'소멸 위기' 농촌을 살린 해외 사례 살펴보니 (3) | 2024.12.20 |
韓 전력시장 용량요금제도 ‘복잡·비효율’, 개선 방안은? (0) | 2024.12.20 |
산림파괴 탄소배출 가속하는 바이오매스 발전, 해결책은? (0) | 2024.12.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