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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일본의 자동차 굴기 전략] 혼다와 닛산 합병이 불러올 지각변동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5.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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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산의 스포츠카. 출처=픽사베이.

[이코리아] 자동차는 매년 1월초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개최되는 CES에서 가전제품 위치에 등극한지 오래이다. 여러 자동차회사들은 소프트웨어로 정의되는 새로운 자동차의 개념을 정립하고 있다.

세계1위의 자동차기업인 도요타는 일본 후지산 기슭에 건설하고 있는 우븐시티를 짓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자율주행과 지속가능성, 첨단 융합기술과 공동체 활성화 프로그램이 통합된 스마트시티가 핵심이다. 도요타는 자동차산업과 건설, 에너지, IT를 결합하여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이미 판매규모 세계 3위의 위상을 차지하고 있으나 최근 들려온 혼다와 닛산의 합병소식은 한국 자동차업계를 요동치게 만들고 있다. 업계는 혼다, 닛산, 미쓰비시 통합 그룹이 세계 3위로 뛰어오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이고 있는데 이글에서는 한국에 미칠 파급력을 살펴보고자 한다.

닛산은 작년 337만대 혼다는 398만대를 판매했는데 이들의 판매댓수를 합치면 현대차의 730만대를 수준을 넘어선다. 닛산이 지분을 가진 미쓰비시는 한국인에게는 생소하지만 동남아시아에서는 가성비가 좋은 모델로 인기를 얻고 있으며 세계적으로 한해 78만대가 팔렸다.

지난 31일 일본의 증권거래소는 휴장했는데, 12월 30일 종가로 닛산의 시가총액은 약17조, 혼다의 시총은 76조에 달한다. 이를 살펴보면 합병비율은 4:1로 추정되는데 양사는 2026년 8월까지 합병을 할 예정이다. 회사의 경영은 혼다가 담당할 가능성이 높다.

필자는 15년전 미국법인을 운영하며 자동차를 구매하러 갔더니 미국의 자동차 딜러들은 먼저 도요타를 추천했다. 다만 예산이 조금 부족한 경우에는 닛산이나 혼다를 추천했고, 경제성을 우선시하면 현대차를 구매하라고 권했다. 다만 돈이 남아돌면 독일차를 사되 미국차를 추천하지 않았다.

10년전만 해도 세계시장에서 중국차를 찾아볼 수 없었고 중남미의 페루나 아프리카에 가야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런데 시장조사기관 알릭스파트너스에 따르면 작년 중국차의 시장점유율은 21%를 넘었고, 2030년에는 33%까지 확대된다고 한다.

전기차만 본다면 중국 비야디(BYD)는 이미 테슬라의 2배인 22%를 차지한 이 분야의 선구자이다. 반면 전통적인 자동차 강자 도요타의 전기차 점유율은 1%가 되지 않는다. 도요타는 우븐시티 등의 새로운 솔루션에서 전기차부진을 만회하고자 노력하는 듯하다.

필자는 지난달 중국 산동성을 연태와 샤먼을 방문했는데 연태에서 마주친 차량의 대부분은 엔진소음이 없는 전기차였다. 통계를 살펴보니 중국에서 판매되는 차량의 50% 이상이 전기차라고 한다. 작년에 방문했던 선전의 전기차 충전소 일부는 한국 주유소의 2~3배나 되는 규모였다.

비야디의 전기차 세단 씰의 외부.자료=여정현 필자 제공.

비야디와 테슬라가 중국의 전기차 시장에 선전하고 있는데 후발 주자들의 추격도 매섭다. 니오(NIO)는 중국의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인데 젊은층에서 인기를 얻고 있고 샤오펑(Xpeng)은 자율주행기술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리오토(Li Auto)는 하이브리드 전기차를 선보이는데 충전 인프라가 부족한 곳에서 크게 인기를 얻고 있다.

필자는 현재 다양한 자동차의 LCD대쉬보드를 수리하고 있는데 중국차의 인터페이스 화면은 한국보다 큰 것이 특징이며, 감각적인 인테리어도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중국산 니토 자동차의 내부. 자료=여정현 필자 제공.

서방진영은 중국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지만 중국은 일본 및 독일 기업의 인수와 기술의 자체 개발, 멕시코에 우회공장 건설로 그 장벽을 매우 손쉽게 뛰어넘고 있다. 중국의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 SMIC만 보아도 네덜란드 EUV노광 기술을 활용하지 않으면서도 이미 7나노 AP를 자체 생산하며 한국과 대만기업을 바짝 뒤쫓고 있다.

이러한 중국차 성장의 여파는 독일차에 가장 먼저 영향을 미쳤다. 폴크스바건은 지난 10월 높은 생산비용과 환경규제, 전기차 대응지연으로 공장 3곳폐쇄와 임금10% 삭감을 추진했다. 하지만 노사합의로 2030년까지 12만명의 임직원을 30% 정도 줄이기로 변경했다. 모든 노동자의 임금의 5%를 공용기금으로 전환하여 조기퇴직하는 사람들에게 이 기금을 지급하는 수준에서 타협한 것이다.

혼다 자동차판매점. 출처=픽사베이.

일본차는 그동안 연비가 좋고 공간활용이 효율적이라 세계적으로 인기가 많았다. 하지만, 전기자동차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하여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닛산은 이미 1999년부터 경영난을 겪었고 프랑스 르노와의 제휴를 해결책으로 선택했다. 브라질 사람 카흘루스 곤 회장의 주도로 과감한 구조조정으로 닛산은 반등에 성공했지만, 곤 회장은 2018년 일본에서 금융상품거래법 위반과 특별배임혐의로 체포되었다.

그는 2019년 보석을 허락받았고 악기가방과 자가용제트기,용병을 활용하여 영화와 같이 일본을 떠났다. 르노는 그 후 43%였던 닛산의 지분을 15%까지 낮추었다. 남은 15%의 지분중 일부인 4.2%는 프랑스 신탁은행이 가지고 있으며 최근 누구에게나 매각이 가능한 상태였다.

그 와중,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을 훌쩍 뛰어넘은 대만은 TSMC가 가진 세계적인 반도체기술 및 폭스콘이 보유한 전자제조기술을 동원하여 세계 자동차 시장에 새롭게 도전하겠다는 야심을 키워왔다.

폭스콘을 보유한 홍하이 그룹은 먼저 베트남 전기차 '빈패스트'와 협력을 모색했으나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그러나, 홍하이의 계속되는 야심은 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의 수석부사장이었던 세키 준을 영입하면서 표면적으로 드러났다. 결국 닛산의 합병 뒷배경에는 프랑스 르노 지분이 대만의 홍하이에 넘어가지 못하도록 막으려는 일본 정부의 구출작전이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닛산의 이름자체가 일본산(日産)이란 뜻이라서 일본정부가 주요 산업의 한축을 대만의 아이폰 OEM사에 넘기는 굴욕적인 상황을 좌시하지 않았다고 추측할 수 있다.

닛산과 혼다의 합병으로 과연 시너지효과가 날 것인가에는 벌써부터 궁금증이 더해지고 있다. 닛산은 전기차와 SUV에 강점이 있고 멕시코 공장을 활용할 수 있다. 반면 혼다는 소형차와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나름대로 강점을 가지고 있다.

양당사자는 이제 소프트웨어로 정의되는 새로운 자동차의 개념, 전기차생산과 부품공통화에서 벌써부터 협력을 구체화하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 산업에서 과거의 합병 성공사례는 드물다. 이탈리아 피아트와 크라이슬러, 푸조와 시트로엥이 결합한 4위 그룹 스텔란티스는 최근 부진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까흘루스 곤 전 닛산 회장은 "양사가 비교적 유사한 장점과 단점을 각각 가지고 있으므로 보완관계가 적어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불운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일본의 NEC메모리와 히타치메모리는 1999년 일찌감치 합병하여 '엘피다 메모리'가 출범시켰지만 3년 후인 2012년 파산하고 말았다. 그 후 엘피다는 크루셜 브랜드로 유명한 미국의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에 인수되었다. 또 다른 일본의 반도체 합작회사인 르네사스도 40나노에서 반도체 개발을 중단했고 일본 정부의 구출작전은 다시 좌절을 겪었다.

다만 일본의 새로운 공동투자카드인 라피더스는 아직까지 순항하고 있는데 이 회사는 TSMC의 일본 공장 유치를 성공시켰고, 2027년까지 2나노급 반도체 양산을 추진하고 있다.

닛산과 혼다의 합병으로 일본차들은 규모의 경제를 적극 활용하여 생산단가를 낮출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반면 한국자동차 업계에는 새로운 장애물이 등장했다. 한국자동차업계에는 트럼프 정부의 10% 관세나 전기차보조금지급 폐지와 같은 새로운 악재도 도사리고 있다.

하지만 한국업계들은 새로운 분야인 전기차(EV)와 수소연료전지차(FCEV)에서 리더쉽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차가 화재 안정성이 강화된 전고체 배터리 시제품 라인을 경기도 의왕연구소에 설립하고 있는 것은 크게 반길 만하다. 한국업계는 자율주행, 차량내 소프트웨어, 커넥티드카와 같은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지속적으로 세계적인 입지를 굳히고 있다.

테슬라의 전기차충전소. 출처=픽사베이 제공.

대기업뿐만 아니라 자동차 분야에서 한국 중견, 중소기업들의 연구도 활발하다. 에이스웍스는 최근 아이나비시스템즈, 롯데이노베이트, 케이스랩, 아이티텔레콤 등과 공동으로 '한국형 차량간통신(V2V) 자율주행차' 개발을 완료했다.

V2V기술이 보편화되면 차량과 차량이 교신하면서 보다 원활한 자율주행이 가능해지며 교통사고도 줄어든다.

중국의 전기차 점유율 확대에 대항하는 한국내 움직임도 강화되고 있다. 르노삼성의 부산공장은 스웨덴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의 일부 차종을 생산하는 전기차 기지로 이미 탈바꿈되고 있다.

일본의 새로운 총리 이시바 시게로는 다행히 한일관계에 개선에 전향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일 관계는 사도광산 추도식 사건으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으며 쉽게 개선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반도체 굴기 전략에 이은 자동차 굴기전략은 한국 산업계에의 목을 새롭게 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국기업들은, 전기차, 자율주행 등의 분야에서 지속적인 미래 기술 개발로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것이다.

 

 

 

 

여정현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대우그룹 회장비서실에서 근무했으며,

안양대 평생교육원 강사, 국회사무처 비서관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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