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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사업체 규모별 정규직 대졸초임, 출처-한국경영자총연합회]
[이코리아] 중소기업과 대기업 신입사원의 임금 격차가 일본보다도 월등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시장 내 불안정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주요국에선 임금투명성제도를 도입해 이러한 격차를 줄여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2일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대학교를 졸업한 정규직 신입 근로자의 초임은 평균 3675만 원(초과급여 제외한 연 임금 총액)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2023년 기준 고용노동부 고용 형태별 근로실태조사를 분석한 ‘우리나라 대졸 초임 분석 및 한‧일 대졸 초임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300인 이상 사업체 정규직 대졸 초임이 평균 5001만원(초과급여 제외 연 임금총액)인 것에 반해 5인 미만 사업체 정규직 대졸 초임은 2731만원으로 300인 이상 사업체의 54.6%에 불과했다.
한국과 일본 간 대졸 초임을 비교에서도 기업의 규모가 클수록 임금의 차이도 더욱 확대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한국 대기업(500인 이상 사업체)의 대졸 초임은 구매력평가(PPP) 환율 기준 5만7568달러(한화 약 8471만 원)로 일본 대기업(1,000인 이상 기업체)의 3만6466달러(한화 약 5365만 원)보다 57.9% 높았다. 대졸 초임을 1인당 국내총생산(GDP)과 비교한 분석에서도 한국(78.2%)이 일본(69.4%)보다 높았다.
경총에서는 이러한 현실이 일자리에 대한 조건이 구인 기업과 구직자 사이에 일치하지 않아 생기는 ‘일자리 미스매치’ 현상을 심화시키고, 지속 가능한 임금 체계를 구축하는 데 방해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총 하상우 경제조사본부장은 “우리가 일본보다 대·중소기업 간 대졸 초임 격차가 훨씬 큰 이유는 우리 대기업 초임이 일본보다 지나치게 높기 때문”이라며 “생산성에 비해 과도한 고임금은 지속가능할 수 없으므로, 고임금 대기업은 과도한 대졸 초임 인상을 자제할 필요가 있으며, 결국 일의 가치와 성과에 따른 합리적인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는 임금체계로 바꾸는 것이 시급하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임금격차에 대한 문제가 노동시장의 ‘임금 불투명성’에 기인한 것이라고 말한다. 기업 리뷰와 연봉 등을 공개하는 미국의 취업사이트 ‘글래스도어’의 수석 경제학자인 대니얼 자오는 “급여 정보의 접근성이 낮은 것은 기업들이 이익을 보기 위해서다. 기업들은 인플레이션으로 경제가 흔들리거나 노동시장에서 인재들의 몸값이 치솟아도 그에 맞는 보상을 재빨리 지급하지 않아도 됐다.”라며 “채용 과정 시 급여 수준을 공개하면 정보 비대칭성에 따른 문제가 해소되어 고용주 및 구직자의 구인 구직 활동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라고 말한다.
우리나라는 구인자가 채용광고 시 임금 수준을 공개할 의무가 없어 구직자들은 본인이 입사를 희망하는 회사의 임금 수준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입사 지원을 하게 된다. 반면 주요국에선 임금투명성제도를 의무화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선 기업의 급여 정보 공시를 의무화하는 법률이 통과되어 2023년부터 시행됐다. 성별 및 여러 차별 요소로 인한 임금 격차를 줄이고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미국 뉴욕시는 채용광고에 해당 채용 직급의 임금 범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하도록 하는 행정규칙을 시행하였고, 이에 앞서 콜로라도주에서도 임금 공개 규정을 마련하여 시행하였다.
캘리포니아주의 노동법에 따르면 15명 이상 규모의 사업장에선 채용 공고에 반드시 임금 범위를 공개해야 한다. 또한 100명 이상 규모의 사업장은 직원의 인종, 출신 민족, 성별 간 임금의 중간값 및 평균값을 주 정부에 제공해야 한다.
미국은 임금 투명성 법안을 통해 임금 차별의 심각성에 대해 기업들이 책임감을 느끼게 한다. 2022년 기준 미국에서 정규직 여성의 소득은 정규직 남성의 83%밖에 되지 않으며, 최근 몇 년간 이러한 차이는 쉽게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이는 흑인이나 히스패닉계, 장애인 등에 대한 임금 차별로 이어진다.
임금 투명성 법안을 지지하는 자들은 채용 공고에 임금 수준을 공개하면 근로자 집단별 임금 상승률이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불균형은 없는지 등을 살펴볼 수 있는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덴마크는 임금 투명성 제고의 장점을 보여주는 명확한 사례다. 덴마크 정부는 2006년부터 35명 이상 규모의 기업에 성별 임금 격차를 공시하도록 요구하고 있는데, 그 결과 공시 대상 기업 내에선 성별 임금 격차가 좁혀졌으며, 기업의 수익성은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정부는 남녀간의 임금 격차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보이고 있다. 2022년 7월부터 종업원 301명 이상 기업에 남녀 임금 격차 공시를 의무화했고, 이를 101명 이상 기업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도 임금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노동고용부는 지난 3월 100인 이상의 법인으로 하여금 '임금투명성 및 보수 기준 투명성에 관한 보고서'를 법인 자체의 전자웹사이트, 소셜 네트워크 기타 이와 유사한 도구에 공개하도록 요구했다. 이에 따라 다수의 기업들은 임금 평등 관련 실태 및 불합리한 불평등 완화 대책을 포함한 보고서를 공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성별임금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임금 투명성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남성과 여성의 연령대별 임금 현황 및 격차’ 자료를 발표하며 “사회진입 후 최초 일자리에서의 임금 격차가 92%(20~24세 92.5%, 25~29세 92%) 수준을 고려할 때, 출산 이후 무급돌봄 노동으로 인해 임금 격차가 발생하는 현상으로 추정된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성별 임금 격차는 여성의 경제적 지위와 UNDP 여성권한척도를 나타내는 중요지표인 만큼 영국의 성별 임금 격차 보고제도나 캐나다의 임금 투명성 정책과 같은 적극적인 ‘임금 투명성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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