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CT

‘딥시크 쇼크’로 흔들리는 美 AI 패권...주요국의 대응 전략은?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5. 2. 10.
728x90

= 딥시크 누리집

[이코리아] 중국산 가성비 AI '딥시크' 등장으로 글로벌 AI 업계가 요동치고 있다. 딥시크가 저가 반도체를 활용해 낮은 비용으로 주요 AI 모델의 성능을 따라잡으면서 AI업계의 판도를 바꾼 가운데, 한국을 포함해 세계 각국의 규제당국과 기업에서 딥시크 사용을 금지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딥시크가 저렴한 비용과 높은 접근성으로 기존 빅테크가 독점하던 AI 산업에 불러온 후폭풍은 멈추지 않고 있다.

딥시크는 이제 챗봇 서비스를 넘어 로봇, 전기차, 교육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기 시작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의 보도에 따르면 최근 여러 중국 기업들이 딥시크의 비용과 오픈소스 방식에 주목해 딥시크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레노버는 자사의 샤오텐 AI 어시스턴트와 딥시크 AI 모델을 통합한다고 밝혔으며, 중국 최대의 휴머노이드 로봇 제조업체 UB테크는 딥시크 모델을 자사 로봇에 탑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외에도 게임사 넷이즈, 교육회사 유다오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딥시크 도입에 나선 상황이다.

= 오픈AI X 갈무리

반면 주요 경쟁기업들은 딥시크 견제를 위해 각종 카드를 뽑아들고 있다. 특히 빠른 대응에 나선 대표적인 기업은 오픈 AI다. 샘 올트만 오픈 AI CEO는 딥시크 쇼크가 닥쳐온 직후 경우 세계 각국을 방문해 카카오, 소프트뱅크 등 다양한 기업과의 협력을 발표했으며, 각종 새로운 기능을 빠르게 내놓으며 딥시크 견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올트만 CEO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딥시크 R1은 가격대비 성능을 고려했을 때 인상적인 모델이다."라며 "우리는 분명 훨씬 더 나은 모델을 제공할 것이고 새로운 경쟁자가 생겨서 기쁘다."라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오픈AI는 딥시크가 공개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AI 에이전트 기능 '딥 리서치'를 공개했다. 딥 리서치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빠르게 내놓는 기존의 AI 챗봇과는 달리, 5분에서 30분까지 긴 시간을 들여 인터넷상의 다양한 자료를 스스로 분석해 이에 대해 전문가 수준의 보고서를 내놓을 수 있다.

또 이와 함께 비용을 대폭 낮춘 추론 모델 o3-미니를 출시했다. o3-미니는 딥시크의 R1보다 높은 성능을 지녔으며, 출시와 동시에 무료 사용자에게도 개방되며 주목받았다. 오픈AI는 o3-미니의 강점은 과학과 수학, 코딩 분야이며 기존의 o1-미니 모델보다 낮은 비용, 단축된 대기 시간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오픈 AI는 7일 자사의 최신 모델 ‘o3-미니’의 일부 추론 과정을 공개한다고도 밝혔다. 답변만을 내놓는 기존의 방식 대신, 약간의 시간을 들여 모델이 어떤 과정을 거쳐 답변을 내놓았는지 추론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는 딥시크가 추론 과정을 사용자에게 그대로 보여주며 호평받은 것에 대한 대응으로 관측된다.

한편 딥시크가 미국이 독주하던 기존의 AI 경쟁 구도에 균열을 낸 만큼, 세계 각국은 딥시크 쇼크를 계기로 AI 전략을 재검토하고 공세 준비에 나서고 있다.

미국, 중국에 비해 AI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뒤쳐지던 유럽 역시 딥시크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유럽의 정책 싱크탱크 브뤼겔은 딥시크의 등장이 기존의 미국 중심의 AI 패권에 균열을 가져왔으며, 특히 AI 개발에 막대한 투자금이 필요하다는 기존 통념을 뒤흔들었다고 분석했다.

브뤼겔은 "딥시크는 저비용 AI 모델을 통해 미국 기술 기업들의 고평가된 시장 가치를 조정하는 계기가 되었다"며, "유럽연합(EU)도 자체적인 AI 플랫폼을 구축할 가능성이 열렸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딥시크가 기존 모델을 최적화하는 방식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독자적인 AI 모델 개발을 주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딥시크가 중국의 국가 안보 규정을 준수해야 하는 만큼, AI 검열 및 데이터 보호 문제로 인해 유럽 내 도입이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이탈리아는 1월 30일, 데이터 이전 문제를 이유로 딥시크 차단을 결정했으며, 벨기에와 아일랜드도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영국의 싱크탱크 채텀하우스는 딥시크의 등장과 이에 따른 글로벌 AI 경쟁 심화가 미국의 기술 거버넌스를 더욱 불확실하게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채텀하우스는 "딥시크가 미국의 AI 주도권에 도전장을 내밀면서, AI 규제 및 정책 방향이 급변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발표한 5000억 달러 규모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언급하며, 이는 AI 인프라 확충을 위한 사상 초유의 민간 중심 투자 프로젝트로서, 딥시크의 위협에 대한 미국의 대응책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의 '자국 우선주의' 기조로 인해 글로벌 AI 안전 협력은 약화될 가능성이 높으며, EU와 영국이 AI 안전성 및 규제 분야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인도 정부는 최근 3~5년 내 자체 GPU 개발과 10개월 내 인도산 대형 AI 모델 출시 계획을 발표하며, 딥시크와 같은 저비용 고효율 AI 모델 개발에 주목하고 있다. 애쉬위니 바이쉬나우(Ashwini Vaishnaw) 인도 전자정보기술부 장관은 "우리는 오픈소스 기반 칩셋을 활용해 자체 GPU를 개발할 계획이며, 인도 내 AI 생태계를 독립적으로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정부 주도 AI 연구 강화도 본격화되고 있다. 인도 정부는 18,000개의 고성능 GPU를 조달해 국내 연구기관과 스타트업에 제공하며,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AI 애플리케이션과 기초 모델 연구를 지원할 방침이다. 또한 인공지능 교육 강화를 위한 AI 교육센터(CoE) 신설과 함께, AI 연구자 유출 방지 및 인재 육성을 위한 정책도 논의되고 있다.

그동안 AI 분야에서 주목받지 못하던 러시아도 딥시크를 계기로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며 AI 기술 도약을 노리고 있다. 영국의 토터스 미디어(Tortoise Media) AI 글로벌 지수에서 러시아의 AI 경쟁력은 31위를 기록하는 등 인공지능 연구 및 투자 측면에서 인도, 브라질보다도 낮은 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서방의 기술 제재로 인해 최신 반도체와 컴퓨팅 인프라 확보가 어려운 러시아는 딥시크처럼 저비용, 고효율의 AI 모델 개발에 주목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최근 스베르방크에 중국 및 BRICS 국가들과의 AI 협력을 확대할 것을 지시했으며, 러시아 내 AI 연구 활성화를 위해 대규모 국책 프로젝트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딥시크가 미국의 첨단 반도체 규제를 우회하며 자체적인 AI 생태계를 구축한 사례는 러시아에도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싱가포르사회과학대학(SUSS) 유 촨만(You Chuanman) 교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뛰어난 AI 인재를 보유하고 있지만, 서방의 기술 제재가 중국보다 훨씬 강력하다"며 "딥시크 같은 저비용 AI 모델이 러시아의 AI 기술 발전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내의 경우 과기정통부는 지난 6일 딥시크 쇼크에 대응하기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과기정통부는 국내 인공지능 기업들과의 의견수렴을 통해 인공지능 혁신생태계를 구축하고, 대한민국이 세계 인공지능 3대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조성하기 위해 간담회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이에 앞서 지난 4일에는 AI 컴퓨팅 인프라 확보를 위해 2030년까지로 예정된 GPU 3만장 확보 목표를 상향해 2027년 초까지 앞당기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간담회에서는 예산과 전력, 공간 등의 문제로 현행 계획에는 한계가 있으며, 국가적인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미국에서 700조 규모로 AI 데이터센터 구축 계획인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진행중인 만큼, 한국 역시 조 단위의 투자를 진행해 선진국을 따라잡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외에도 다수의 기업에 예산을 배분하던 기존의 방식에서 역량을 지닌 소수의 기업을 중심으로 투자하도록 방식을 변경하고, 해당 기업에는 규제를 대거 풀어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두현 건국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오픈AI나 딥시크 급으로 국가적 기술을 상승시킬 가시적인 '추격조'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주장했으며 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는 "3~5년 안에 닥쳐올 범용인공지능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AI 기술을 국가 전략으로 삼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과기정통부 강도현 제2차관은 "이날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이 인공지능 분야 세계 3대 강국으로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정책적 역량을 집중하겠다.”라며 국가 인공지능(AI) 컴퓨팅센터 구축에 속도를 내고, 이달 중 개최될 ‘국가인공지능(AI)위원회’에서 인공지능 세계 3대 강국 도약을 위한 세부 전략들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기호 기자

저작권자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 많은 기사는 '이코리아'(http://www.ekore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