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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재용 무죄... 항소심 판결에 언론 평가 엇갈려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5. 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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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기일을 마친 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일부 매체는 검찰의 무리한 기소를 비판하며 상고를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법원이 과거 국정농단 사건 판결 등과 다른 판단을 내렸다며 재벌의 경제범죄에 지나치게 관대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앞서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백강진)는 지난 3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회장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최소 비용으로 경영권을 승계하고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각종 부정행위를 저질렀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날 검찰이 내놓은 증거들의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23개 공소사실에 대해 모두 무죄 판결을 내렸다.

◇ 언론, 이재용 항소심 무죄이 “사법리스크 해소, ‘뉴삼성’ 경영 기대”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 빅데이터 분석시스템 ‘빅카인즈’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검색하자, 지난 3일부터 7일까지 닷새 동안 1110건의 기사가 보도된 것으로 집계됐다. 날짜별로 보면 항소심이 열린 3일과 다음 날인 4일 각각 340건, 332건으로 가장 많은 기사가 보도됐으며, 이후 기사량이 점차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 회장 항소심 관련 기사에 가장 자주 등장한 연관키워드는 혐의 내용인 ‘부당합병’과 ‘회계부정’이었으며, 그 뒤는 ‘제일모직’, ‘항소심’ 등의 순이었다.

‘사법리스크’도 이 회장 관련 보도에서 빈번하게 언급된 키워드였다. 아직 검찰이 상고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상태지만, 언론은 이번 항소심 무죄 판결로 이 회장이 사실상 사법리스크 부담을 완전히 벗어나게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실제 국민일보는 4일 기사에서 “검찰이 상고할 경우 상고심이 진행되지만 1, 2심 모두 ‘검찰 측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한 만큼 유죄로 뒤집힐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이 회장은 2016년 12월 개시된 국정농단 사건 수사까지 포함하면 8년여 만에 사법리스크 족쇄를 벗게 됐다”고 전했다.

한국일보 또한 3일 기사에서 “항소심에서 뒤집기에 나섰던 검찰은 사실상 완패했다”라며 “그간 이 회장의 발목을 잡았던 사법리스크가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법리스크 부담을 내려놓은 이 회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하는 만큼 삼성전자의 향후 행보에 대한 기대감도 엿보인다. 중앙일보는 4일 기사에서 “‘국정농단’ 사건 이후 2017년 2월 구속 기소된 시점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이 회장은 8년에 걸쳐 사법리스크에 발이 묶였다”라며 “사법리스크 부담을 덜어낸 만큼, 총수로서 경영 능력을 보여줄 시간이 왔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또한 3일 기사에서 “검찰이 상고를 안하고 이대로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면 이 회장의 경영 복귀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라며 “재계 안팎에서는 이번 무죄 선고로 이 회장이 ‘뉴삼성’ 전략을 본격 가동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전했다.

매일경제는 이어 “이 회장이 법정을 드나드는 시기, 삼성전자의 위기는 가속화됐다. 특히 핵심 사업인 반도체 부문의 부진이 뼈아픈 상황”이라며 “이 회장이 가석방으로 풀려난 직후인 2021년 8월 향후 3년간 240조원을 투자하는 내용의 초대형 투자 계획을 발표한 점 등을 감안하면 대형 투자 계획이 또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3~7일 보도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관련 기사의 연관키워드. 자료=빅카인즈

◇ 언론, “檢, 무리한 기소 강행... 상고 포기하라”

이 회장이 항소심에서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검찰이 무리한 기소를 강행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조선일보는 4일 사설에서 지난 2020년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검찰 수사심의위가 이 회장에 대한 불기소 및 수사 중단을 권고했음에도 검찰이 기소를 강행했다고 지적하며 “(검찰이) 죄가 아니라 사람을 표적으로 해 잡는 이른바 한국식 ‘특수 수사’ 방식으로 이 회장을 수사했다”라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무리한 기소를 하더니 19개 혐의 전부가 무죄가 됐는데도 이 검사들 누구도 사과 한마디 하지 않고 있다”라며 “4차 산업혁명, AI 혁명이 현실화하고 세계 초일류 기업이 혁신 경쟁을 벌이는 중대한 글로벌 격변기에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그룹과 총수 이재용 회장은 10년 가까이 사법 리스크에 묶여 있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검찰이 상고를 포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동아일보는 6일 사설에서 “사실심 단계인 1, 2심에서 모두 무죄가 난 이상 수사와 기소를 담당한 검찰은 상응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세계 첨단을 달리던 한국의 대표 기업을 9년간 옭아매 끄집어 내려놓고 상고심으로 또 괴롭히는 것만은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또한 4일 사설에서 “애당초 기소하지 말라는 검찰 자문기구의 권고를 무시하고 이 회장을 법정에 세운 검찰은 공소권을 남발하지 않았는지 반성해야 한다”며 “재벌총수라고 해서 사법 심사의 잣대가 달라져선 안 되지만 증거가 없다면 기소를 자제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는 이어 “검찰은 ‘추측으로 형사처벌할 수 없다’는 항소심 재판부의 판시를 새겨들어야 한다”며 “1, 2심 모두 완패한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상고를 포기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 같은 사건에 달라진 사법부 판단? “이해하기 어렵다” 비판도...

반면, 이번 무죄 판결이 기존 사법부 판단과 어긋난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겨레는 3일 사설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미래전략실의 조율·협력에 의해 합병이 결정됐고, 두 회사의 의사와 관련 없이 합병이 결정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번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에 대해 “2019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국정농단 사건 판결에서 두 회사 합병이 각 회사의 경영상 판단이 아니라 ‘승계 작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현안’이라고 판단한 것과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이어 “지난해 서울행정법원은 합병 당시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기업가치를 부풀리는 분식회계가 이뤄졌다고 판결한 반면, 이번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며 “형사재판에서는 더 엄격한 증명이 요구되는 게 맞지만, 같은 사안을 두고 법원 간 판단이 엇갈리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경향신문 또한 항소심 재판부와 지난해 서울행정법원의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판단이 다른 것을 지적하며 “행정재판과 형사재판이 다르다고 하지만, 일반인의 법 상식으론 같은 사건에 서로 다른 법원 판단이 나오는 것을 수긍하기 어렵다”고 평했다.

경향신문은 “이 회장은 두 회사의 합병을 도와 달라고 최순실씨 모녀에게 말을 사준 것 등이 문제가 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공여죄로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회장에게 ‘대통령의 부당한 영향력 행사 유도’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며 “법원이 재벌 총수의 경제 범죄에 지나치게 관대한 것 아닌지 묻게 된다”고 말했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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