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 전세사기 관련 은행별 금융사고액.(단위: 만 원) 자료=각 사
[이코리아] 지난해 대형 금융사고로 비판을 받았던 은행권에서 올해 또 수십억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이번 사고가 전세사기와 관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은행권의 느슨한 대출 행태가 피해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지난 7일 외부인에 의한 사기 사고를 공시했다. 지난 2023년 5월 12일부터 지난해 11월 1일까지 발생한 이번 금융사고로 22억2140만원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사고 공시를 낸 것은 국민은행뿐만이 아니다. 신한은행도 이날 2021년 4월 22일부터 지난해 4월 30일까지 외부인에 의한 사기 사고로 19억9800만원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SC제일은행은 2023년 10월 23일부터 2024년 10월 2일까지 14억6790만원, NH농협은행은 2022년 5월9일부터 지난해 8월9일까지 16억5762만원의 사기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4개 은행에서 발생한 금융사고 규모는 총 73억4492만원에 달한다.
이들 은행에서 발생한 금융사고는 최근 세종 지역에서 발생한 전세사기 사건과 관련된 것으로 파악됐다. 피의자 A씨는 주변인에게 부동산 투자를 권유하며 신분증과 위임장 등을 받은 뒤, 이를 도용해 은행에서 전세·신용대출을 낸 뒤 자금을 가로챘다. A씨는 현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사문서위조 등의 혐의로 검찰에 넘겨진 상태다.
전세사기 피해가 재차 발생한 가운데 은행권의 책임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은행권의 안일한 대출관행이 명의 도용을 통한 불법대출을 걸러내지 못해 피해가 발생했다는 것. 실제 금융사고를 공시한 은행들이 이번 사건을 인지한 것은 피해자들의 민원 제기 때문이다. A씨가 사기를 통해 대출받은 자금으로 돌려막기를 하다 이자를 내지 못하게 되면서, 피해자들에게 대출 연체 지급 명령이 전달돼 사기 정황이 드러난 것.
과거 수원·인천 등에서 발생한 전세사기 사건에서도 은행권의 부실한 대출심사가 사건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 바 있다.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사건 재판에 출석한 한 피해자는 선순위 근저당권이 설정돼있음에도 은행이 아무런 내용도 말해주지 않고 전세대출을 내줘 안심하고 전세계약을 했다가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수원 전세사기 사건에서는 피의자가 여러 개의 부동산 법인을 세워 임대사업을 하면서 부채비율이 98.1%에 달했지만 은행에서 손쉽게 대출을 받아 사업을 계속 확장해 피해가 커졌다.
이번 금융사고의 경우 은행이 대출 심사 과정에서 엄격한 본인확인 절차를 진행해 피의자의 명의도용 사실을 제대로 확인했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전세사기 사건에서는 은행의 대출심사 부실 책임을 강하게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 금융기관이 본인 확인을 소홀히 해 명의 도용을 당한 이에게 대출을 해줬다면, 피해자에게 상환을 요구할 수 없다는 법원의 판단도 있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2023년 한 캐피탈사가 명의 도용 피해자를 상대로 낸 대여금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해당 캐피탈사는 피해자의 명의를 도용한 사기범에게 16회에 걸쳐 34억원을 대출해준 뒤 피해자에게 대출금 상환을 요구했는데, 법원은 해당 캐피탈사가 금융기관으로서 준수해야 할 주의의무를 게을리했다며 피해자에게 변제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한편, 세종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금융감독원에 금융기관의 본인확인 절차 미준수 등으로 인한 피해구제를 신청한 상태다. 허술한 대출 심사로 전세사기 피해가 재발한다는 비판이 계속되는 만큼, 반복된 금융사고로 실추된 은행권의 신뢰가 회복되기까지는 좀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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