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리온 본사. 사진=오리온
[이코리아] 오리온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영업이익이 5000억 원을 돌파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오리온이 2024년 연결기준 매출액 3조1043억 원, 영업이익 5436억 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고 지난 11일 밝혔다.
호실적에 따른 안정적인 현금창출능력은 재무적 안정성을 더욱더 견고히 했다.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그룹의 순현금 보유액은 1조6000억 원에 달한다.
역대 최대 실적 경신의 요인은 해외 법인의 실적 호조다.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중국, 베트남, 러시아 등 해외 법인의 실적 호조에 따라 매출액은 전년 대비 6.6%, 영업이익은 10.4% 증가했다고 오리온은 설명했다.
법인별로 살펴보면, 지난해 한국 법인은 매출액이 전년 대비 2.6% 증가한 1조976억 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은 5.7% 성장한 1785억 원으로 집계됐다. 중국과 베트남 법인으로부터 받은 해외배당 수익 2378억 원이 반영되며 법인세차감전 순이익은 4024억 원을 기록했다.
중국 법인은 간식점과 벌크 시장 등 성장 채널의 판매가 확대되면서 매출액이 7.7% 증가한 1조2701억 원, 영업이익은 10.4% 성장한 2439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간접영업체제를 마무리한 중국 법인은 올해 경쟁력 높은 신제품 출시 및 기존 제품의 제품력 강화를 통해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베트남 법인은 신제품 출시와 선물용 파이, 쌀과자 안(An) 등 기존 제품의 판매 증가로 매출액이 8.2% 성장한 5145억 원, 영업이익은 14.4% 증가한 1001억 원을 달성했다. 올해는 파이, 생감자스낵에 이어 쌀과자 시장에서 마켓셰어 1위를 목표로 시장 지배력을 한층 더 강화하는 한편, 베이커리 제품군도 확대해 시장 내 1위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상반기 내 하노이 옌퐁 공장의 신·증축을 완료하고 쌀과자 생산라인을 증설하며, 포장라인 및 물류센터가 포함된 제3공장 착공에도 돌입할 예정이다.
러시아 법인은 생산량 증대와 거래처 확대를 통해 매출액이 15.1% 성장한 2305억 원, 영업이익은 15% 증가한 369억 원을 기록했다. 루블화 기준으로는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20.7%, 20.4% 증가하며 6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을 달성했다. 올해는 현지 소비자 맞춤형 신제품 출시 및 다제품군 체제 정착을 통해 고성장세를 이어나갈 방침이다. 또,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트베리에 공장동 추가 신축을 추진할 예정이다.
인도 법인은 북동부 지역의 전통 소매점을 중심으로 제품 공급을 확대하고, 20루피 가격대의 신제품을 출시하는 등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선다.
무엇보다 해외법인의 호실적의 배경으로 시장 통찰력을 기반으로 맛부터 원료, 마케팅까지 철저하게 ‘현지화’한 오리온 전략이 큰 몫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오리온 관계자는 13일 <이코리아>와 한 통화에서 “해외진출의 역사도 길고, 또 워낙 현지화를 잘 해왔다. 한국제품이 그대로 현지시장에 진출한 것들도 있지만 현지에서 판매하는 제품도 적극적으로 개발 중이며, 특히 현지인들이 좋아하는 맛을 다양하게 (자체) 생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 해외 매출 비중이 65%에 달하는 오리온은 ▲제품 ▲마케팅 ▲유통 ▲인력 ▲사회공헌 등을 철저히 현지화하며 시장을 개척해왔다. 지난 1993년 중국 북경 현지사무소 개설로 해외시장에 첫 발을 내딛은 이후 현재 한국, 중국, 베트남, 러시아 등 5개국에 18개의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다. 해외만 놓고 봐도 중국, 베트남, 러시아, 인도에 총 11개의 생산 공장을 가동하고 있으며, 초코파이 이외 80개 이상의 현지화 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중국과 베트남에서 국민 간식으로 자리 잡은 오리온 초코파이 역시 현지화 전략이 성공의 핵심이었다.
중국시장은 2011년 이후 브랜드 파워 1위, 법인 매출 1조 원을 돌파했으며, 초코파이 외에도 오!감자·예감 등 다양한 제품을 현지화했다. 베트남의 경우 파이 시장 점유율이 60%를 넘겼으며, 초코파이 외 생감자칩·쌀과자 등 로컬 맞춤형 제품 출시와 더불어 현지 감자 계약 재배를 확대했다.
러시아는 차 문화에 맞춰 베리류 잼 초코파이 출시 등 14종의 초코파이를 생산·판매 중이다. 인도는 채식주의 맞춤 초코파이 및 향신료 강한 꼬북칩을 판매하고 있으며, 지난해부터 한류 열풍이 불면서 현지에서 김치맛, 불닭맛 등의 K-스낵 신제품도 출시했다.
또한, 중국 ‘하오리요우’(좋은 친구), 베트남 ‘Tinh’(한국의 '정'과 유사한 개념) 마케팅처럼 각국 문화에 맞춘 브랜드 전략, 지역 유통망 확보, 사회공헌 활동 등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 중이다. 2023년 기준 초코파이는 60개국에서 5000억 원 이상 매출을 기록했다.

자료=오리온
오리온은 올해도 환율 강세와 경기 침체 등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 신제품 출시와 채널별 틈새시장 개발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기능성, 프리미엄 등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을 통해 성장 기회를 지속적으로 모색한다.
또 K-푸드 열풍을 활용해 미국, 중국, 호주, 유럽 등 글로벌 시장으로의 수출을 확대한다. 이를 위해 충청북도 진천에 위치한 진천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 내 약 5만6000평 부지에 생산·포장·물류 통합센터 구축을 시작하며, 이를 글로벌 공급망 확대의 전진기지로 활용할 방침이다.
이와 더불어 올해 오리온의 행보에서 주목할 만 한 점은 바이오사업 확대다. 오리온 측은 지속가능한 미래 동력으로 제과사업과 더불어 바이오사업을 두 개의 큰 축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오리온은 지난해 3월 글로벌 제약기업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를 인수하며 장기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 인수 첫해 리가켐은 일본 오노약품공업과 1조 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하는 등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 올해는 새로운 파이프라인 개발을 가속화하고, 기술수출 및 글로벌 임상 역량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특히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ADC(항체약물접합체) 분야에서 차별화된 기술력을 확보하여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한편, 오리온은 2월 11일 이사회 의결을 통해 사업회사 오리온의 주당 배당금을 기존 1250원에서 2500원으로 2배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연결 지배지분 당기순이익(일회성 비경상손익 제외)의 26% 수준이다. 지난해 4월, 오리온은 배당성향을 향후 3년간 연결 지배지분 당기순이익의 20% 이상으로 유지하는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오리온의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은 5332억 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리가켐 인수 계약 체결 시 발생한 주식가치 평가차익(비경상이익) 1437억 원이 포함된 결과다.
지주사인 오리온홀딩스도 배당금을 기존 750원에서 800원으로 인상했다. 시가배당률은 약 5% 수준으로, 시중 금리를 상회하는 배당률을 유지했다. 오리온 및 오리온홀딩스의 배당기준일은 2025년 2월 28일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도 차별화된 제품력과 가격경쟁력, 현지에 특화된 영업력을 기반으로 성장세를 이어가는 한편, 해외 사업을 통해 창출되는 탄탄한 현금흐름을 기반으로 식품사업 확대 등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도 주력해 건강한 성장을 지속해갈 것”이라고 밝혔다.
윤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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