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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은행 분쟁조정 폭증... 고객 신뢰 회복 시급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5. 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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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2024년 5대 은행 분쟁조정 신청건수. 자료=은행연합회

[이코리아] 지난해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사태로 인해 금융감독원에 제기된 은행권 분쟁조정 신청건수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당대출 및 대형 금융사고까지 겹쳐 금융소비자 신뢰가 하락하고 있는 만큼, 신뢰 회복을 위해 은행권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금감원에 제기된 은행 분쟁조정 신청건수는 총 8771건으로 전년(1809건) 대비 384.9% 증가했다. 중복·반복 신청된 사례를 제외해도 5578건으로 전년(1332건) 대비 318.8% 늘어났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만 보면, 같은 기간 1569건에서 7810건으로 397.8% 늘어나 증가율이 조금 더 높았다. 중·반복 제외 신청건수는 5092건으로 전년(1169건) 대비 335.6% 늘어났다.

지난해 은행 분쟁조정 신청이 폭증한 것은 연초 발생한 홍콩 ELS 손실 사태 때문으로 보인다. 은행을 통해 홍콩 ELS에 투자했던 금융소비자들이 대거 분쟁조정을 신청하면서 상반기 분쟁조정 건수가 급격하게 늘어난 것. 실제 지난해 상반기 은행 분쟁조정 신청건수는 7476건으로 연간 신청건수의 85.2%를 차지했다. 중·반복 제외 신청건수로 보면 상반기 비중은 94.1%까지 늘어난다.

분쟁조정 폭증 원인이 홍콩 ELS 손실 사태였던 만큼, 홍콩 ELS 판매 비중이 높았던 은행이 증가폭도 컸다. 실제 지난해 분쟁조정 신청건수가 가장 많았던 은행은 국민은행으로 전년(641건) 대비 2141건(334%) 늘어난 2782건의 분쟁조정이 신청됐다. 국민은행의 홍콩 ELS 판매잔액은 8조1972억원 은행권 판매잔액의 절반을 차지한다.

2위는 NH농협은행으로 지난해 총 2496건(전년 대비 410.4%)의 분쟁조정이 신청됐다. 신한은행은 1911건으로 3위였지만, 2023년 신청건수(272건)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만큼 증가율(602.6%)은 가장 높았다. 두 은행 모두 홍콩 ELS 판매잔액이 각각 2조1310억원, 2조3701억원으로 2조원을 넘었다.

마찬가지로 홍콩 ELS 판매잔액이 2조원 이상이었던 하나은행(2조1183억원)도 분쟁조정 신청건수가 2023년 107건에서 지난해 528건으로 393.5% 증가했으나, 다른 은행에 비해서는 신청건수가 적었다. 홍콩 ELS 판매잔액이 413억원으로 5대 은행 중 가장 작았던 우리은행의 분쟁조정 신청건수는 같은 기간 60건에서 93건으로 55% 늘어나는데 그쳤다.

한편, 홍콩 ELS 불완전판매 논란으로 분쟁조정까지 급증하면서 은행권에 대한 금융소비자 신뢰가 더욱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금감원은 지난해 홍콩 ELS 사태 관련 은행에 대한 조사를 마친 뒤 과도한 실적경쟁과 고객 투자성향 파악 소홀, 영업점 단위의 불완전판매를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한 바 있다.

당시 금감원 발표 내용에 따르면, 홍콩 ELS 판매 은행들은 홍콩 H지수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음에도 영업목표를 상황하고 ELS 판매를 독려하는 등 실적경쟁 과열 분위기를 조장했다. 또한 위험상품 투자에 적합하지 않은 고객에게도 해당 상품을 팔 수 있도록 판매 기준을 임의 조정하거나 투자자 성향 분석 시 필수 확인 항목을 누락한 경우도 적발됐다.

일부 영업점에서는 안정적 성향의 투자자에게 투자성향을 상향하도록 유도하거나, 청력이 약한 고령 투자자에게 “상품내용을 이해했다”라고 답하도록 요청하기도 했다. 영업점 방문이 어려운 투자자 대신 투자성향 진단 설문지, 상품가입 신청서 등을 대리 작성·서명한 사례도 확인됐다.

지난해 각종 금융사고와 부당대출 의혹 등으로 은행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분쟁조정까지 급증한 만큼, 금융소비자 신뢰 회복을 위한 은행권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홍콩 ELS 주요 판매은행들은 금융당국의 분쟁조정안을 수용한 뒤 배상작업을 추진해 피해 계좌 중 약 90%에 대한 배상을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또한 비슷한 사태가 재발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이달 중 관련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홍콩 ELS와 같은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의 은행 판매를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으나, 금융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한다는 지적도 있는 만큼 은행 지역별 거점점포에서만 판매하도록 허용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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