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줄기세포 배양액. 자료=여정현 필자 제공.
[이코리아] 첨단재생의료란 재활이나 질병치료를 위하여 인체세포를 이용하는 세포치료와 유전자치료, 조직공학 치료를 말한다. 그동안 관련 치료는 중증질환이나 희귀 난치질환에만 제한적으로 활용될 수 있었으나 이번 주 21일부터는 모든 질환에 줄기세포 관련 기술을 폭넓게 적용할 수 있게 된다.
2006년 발생한 '황우석 사태'는 첨단재생의료의 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줄기세포연구에 대한 신뢰는 떨어졌고, 오히려 규제와 감독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반면 일본은 2013년 재생의료 등의 안전성 확보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고, 미국은 2016년 21세기 치료법(21st Century Cures Act)를 제정했다. 미국의 관련 법은 줄기세포를 활용한 첨단재생의약치료제(RMAT)에 대해 우선심사, 신속승인 및 조건부 승인 등의 혜택을 제공했다.
그동안 한국에서 첨단재생의료를 제공받을 수 있는 의원급 기관은 30여곳에 불과했는데 머지 않아 100여개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 줄기세포 치료는 저렴한 경우 한 번에 30만원에서 1,000만원 정도의 비용을 수반했는데 관련 금액은 크게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첨단재생의료 분야 임상은 대략 세포치료가 약50%이고, 유전자치료는 약25%, 유전자변형세포치료는 25% 정도이다. 가장 간단한 세포치료는 건강한 세포를 인체에 이식하는 것인데 비교적 안전하고 부작용이 적으나 간혹 면역거부 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 유전자치료는 정상 유전자를 세포 내로 강제로 주입하거나 질병을 야기하는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는 치료이다. 한편 유전자 변형세포치료는 채취한 세포의 유전자를 조작하여 이식하는 치료법이다.
최근 특정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T세포를 이식하는 방법(CAR-T)등이 각광을 받고 있다. 이로 인하여 전체 줄기세포 치료에서 유전자 변형세포치료 빈도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 기법은 특정 질병에 대한 맞춤형 치료가 용이한 장점이 있다.
하지만 만약 편집도구가 의도한 유전자 외의 다른 유전자를 편집할 경우 돌연변이가 유발될 위험이 존재한다. 이로 인하여 새로운 질병이 발생하거나 예측불가능한 건강문제가 야기될 수도 있다. 또한 유전자 편집이 일부에서만 일어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줄기세포를 보관하는 액체질소용기. 자료=여정현 필자 제공.
한국에서 줄기세포 치료가 가장 활발한 분야는 손상된 무릎연골의 재생이나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과 같은 퇴행성질환의 치료이다. 하지만, 당뇨병이나 화상, 척수손상의 극복을 위한 줄기세포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비교적 보편적인 무릎 연골의 치료는 환자의 지방이나 골수에서 체취된 줄기세포로 진행된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 기증받은 동종줄기세포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치료에 충분한 줄기세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산화탄소 농도가 조절되는 배양기 등이 사용되는데, 대개 2주에서 4주간 배양이 필요하다. 배양에 사용된 줄기세포를 보관하기 위해서는 -196℃의 초저온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액체질소탱크가 사용된다.
일단 배양된 줄기세포는 정맥에 주입되지만 손상된 관절이나 척수강에 직접 주입되기도 한다. 주입된 줄기세포는 인체에 주입된 후 1개월 정도 성장해야 충분한 치료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한국에서 첨생법은 기존에 허가받았던 제품도 추가적인 품목허가를 받도록 하여 일부 국내 기업들의 부담을 가중시켰다. 식약처의 품목허가를 다시 진행하기 위해서는 적게는 수 천만원, 많게는 수 억원의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관련 법규의 개정으로 앞으로 심의위원회의 승인을 받으면 임상시험 단계의 다양한 치료제의 사용이 가능하다.
필자는 그동안 일본 등 전 세계 여러 국가의 세포처리시설(CPC)에 첨단재생의료 관련 설비나 장비를 공급해왔다. 그런데, 새로이 도입되는 고가의 첨단재생의료 기술은 소득 수준에 따라 접근이 상당히 제한되며 이는 심각한 의료불평등을 야기할 수 있다.
그동안 한국 환자들은 첨생법 개정의 지연으로 일본이나 대만을 자주 방문했다. 필자도 1회 치료로 회당 7천만원~1억원의 비용을 지불하는 환자를 자주 만날 수 있었다. 그런데, 만약 고가의 첨단재생의료가 실패한다면 궁핍한 환자들에게 관련 비용은 상당한 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작년 12월 미국 뉴욕맨태튼에서는 건강보험사 유나이티드헬스 그룹의 브라이언 톰슨 CEO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 배경에는 32%에 달하는 이 회사의 높은 건강보험 지급거부율이 지적되었다. 그런데, 절박한 심정을 느낀 사람들은 살인용의자 루이지 만조니를 위하여 3억원이 넘는 지원금을 모아주었다. 의료보험의 적용여부는 한국의 첨단재생의료 활성화에서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한국에서 의료보험과 관련한 흥미로운 사례는 노바티스가 그동안 20억원에 판매하던 척수성근육위측증 치료제 '졸겐스마'이다. 이 약을 제조하기 위하여 먼저 결함이 있는 SMN1유전자를 정상적인 사본으로 대체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결코 쉽지 않다.
제약사는 먼저 인간세포를 죽이고 싶어하는 아데노 바이러스9(AAV9)의 DNA 중 일부를 의도적으로 제거하여 먼저 운반체로 개조해야 한다. 개조된 바이러스는 정맥주사를 통하여 주입된 후 척수운동신경세포에 도달하여 유전체의 사본을 주입하고, 그 후 수정된 세포는 건강한 사람과 같이 SMN 단백질을 생성하게 된다.
그런데, 위와 같은 과정의 제조비용은 10억원에서 20억원 정도가 소모되기 때문에 제약사의 일방적인 희생만을 강요할 수 없다. 다행히 졸겐스마는 2023년 8월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되어 환자는 소득에 따라 83만원에서 598만원만을 부담한다. 이 놀라운 생물학 제재로 인하여 영국에서는 매년 80명의 어린이가 사망에서 성공적으로 구제되고 있고, 개발도상국에서는 제약사의 추첨을 받아서 극히 일부만 생명을 연장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그동안 이엔셀, 지씨셀, 차바이오텍, 에스바이오메딕스 등 다양한 기업들이 세포유전자 치료제(CGT)를 개발하거나 출시하고 있는데 첨생법 개정안 시행으로 관련 사업의 진행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첨생법의 개정으로 국제적인 위탁개발생산업체들(CDMO)는 한국기업에 위탁개발을 의뢰하는 사례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전세계적인 CDMO기업으로는 미국의 써모 피셔 사이언티픽, 스위스에 본사를 둔 론자(Lonza),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이 유명하다. 그런데, 최근 글로벌 CDMO에는 때아닌 인수합병 바람이 불고 있다.
비교적 큰 규모의 CDMO사인 카탈란트(Catalent)등은 약 50개의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는데 노바홀딩스는 165억달러 (약24조원)에 이를 인수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중국계인 우시앱텍(Wuxi AppTec)은 미국과 영국 등 5군데의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미국 사모펀드 알타리스(Altaris)는 관련 사업부문을 거액에 인수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우시앱텍은 미국을 주요 시장으로 공략하고 있지만 트럼프 정부는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될 경우 언제든지 중국기업과의 거래를 제한할 수 있으므로 매각을 서둘렀다는 분위기이다.

줄기세포치료가 진행되는 수술실.자료=여정현 필자 제공.
첨단재생의료가 난치병 치료에 분명히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지만 기대와 함께 고려해야 할 위험성도 분명히 존재한다. 관련 기술은 아직 연구단계에 있으므로 장기적인 효과와 안정성에 대한 충분한 검증이 필요하다. 또한 동일한 치료법도 개인별 유전요인, 질병상태, 생활습관에 따라 각각 다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치료 기관이 밝히는 것처럼 이식 후 일시적인 통증이나 염증이 발생할 수도 있다.
또한 자가세포를 이용하지 않는 경우 기증받은 세포에 대한 면역거부 반응이 나타날 수도 있고, 드물게 환자의 면역체계가 여러 정상세포들을 공격할 수도 있다. 미분화된 줄기세포가 종양을 형성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첨단재생의료제품은 복잡한 제조과정을 거치는데 엄격한 보관 및 운송조건은 필수적이다. 따라서 환자에게 전달되기 전의 마지막 단계를 관리하는 라스트마일(LastMile)업계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극히 일부 허위광고나 과장광고는 환자들에게 잘못된 기대를 심어주는 문제가 제기되었다. 시판되는 특정 화장품은 줄기세포 화장품으로 광고되지만 정작 화장품에 사용되는 것은 살아있는 세포가 아니고 죽인 세포이거나 줄기세포 배양액 성분인 경우가 많다.
첨생법의 개정은 줄기세포 치료를 분명히 활성화하겠지만,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는 윤리적인 논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유전자 편집 기술을 활용하여 외모와 지능, 운동능력을 향상시킨 아기를 만든다면 인간은 머지않아 공장에서 만드는 상품처럼 취급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인간의 생명은 수정란에서 시작되지만 수정란에 조작을 가한다면 인간을 세포덩어리로 보는 시각이 확대될 수도 있다.
첨생법의 개정은 기업의 부담을 줄이고 환자에게는 기회를 제공하지만, 안전성 확보, 윤리적 문제 해결, 의료 불평등 해소 등 다양한 과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의료계와 산업계는 이러한 과제들을 슬기롭게 해결할 것이며, 관련 기술을 발전시켜 인류 건강 증진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여정현 필자
저작권자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 많은 기사는 '이코리아'(http://www.ekoreanews.co.kr/)
'사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교사평가제도, 한국과 미국의 차이는? (0) | 2025.02.17 |
---|---|
초등생 피살사건 보도, "정신질환 편견 가중" 우려 확산 (0) | 2025.02.17 |
韓기업의 RE100 '녹색프리미엄', 국제 기준 미달 논란 (0) | 2025.02.17 |
교사들의 정신 건강 챙기는 선진국, 제2의 하늘이 예방 (0) | 2025.02.17 |
자연에 인격을 부여하는 나라들, 그들은 왜? (0) | 2025.02.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