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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터뷰] 추혜인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살림의원 원장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5. 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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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돌봄이 필요한 초고령사회, 의료돌봄 통합을 실천하다

[사진- 방문진료 중인 추혜인 원장, 제공-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이코리아]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지금, 돌봄과 의료의 결합은 시대적 과제다. 통계청은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향후 계속 증가하여 2050년에는 4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해 12월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인 가구 수가 역대 최대치로 780만 가구를 넘어섰다.

혼자 사는 고령자는 도움받을 이도 기회도 쉬이 주저지지 얺는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돌봄이다.

추혜인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살림의원 원장은 돌봄에 진심인 의사다. 추 원장은 2012년 살림 의원을 개원하고 현재까지 4600여 명의 조합원과 함께 의원, 치과, 건강센터, 돌봄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여성주의적 건강관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수많은 무료 진료를 펼쳤다. 최근엔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포스코청암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이코리아>는 13일 살림의원에서 추혜인 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 의사가 되게 된 계기가 봉사활동을 통해서라고 들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으셨습니까?

처음부터 사회문제에 대해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처음엔 공대를 입학했는데, 제가 입학할 당시 공대에 여자 화장실이 없을 정도로, 여학우에 대한 배려가 없었습니다. 이후 겨울방학에 학생 인턴으로 나갔던 성폭력상담소에서 ‘증언을 해주고 증거를 채취할 수 없는 의사가 부족하다’라는 말을 듣고 이러한 문제를 도울 수 있는 의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의대 입학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 ‘의료협동조합’을 만드는 것에 대해 주변의 반응은 어땠는지 알고 싶습니다.

처음에 의대에 들어왔을 때 저는 시민사회 활동에 관심이 있어서 의대에 들어왔는데, 저와 같은 의대생들이 많지 않다보니 관심사가 좁다고 느끼고 좀 답답하다란 느낌이 많이 들었어요. 부모님께선 이러다 ‘졸업을 할 수 있을까’라고 걱정도 하셨는데 의료협동조합을 만드는 것에 대해 적 찬성해주셨고 지금은 자랑스러워하시는 것 같아요

의료협동조합 모델에 대해선 학부 때부터 이미 알고 있어서, 기존 의료협동조합에 실습을 신청하기도 했습니다. 한국 외에도 일본의 경우, 70~80년 된 오래된 의료협동조합이 있는데 연수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워올 수 있었습니다. 지금 살림 치과에서 일하고 있는 치과 선생님도 학생 때 자원활동에서 만나 함께 하게 된 동료로, 이러한 동료들과 함께 시작할 수 있어서 수월하게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진-살림의원, 제공-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 ‘살림’ 의원으로 이름을 짓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살림’으로 이름을 짓게 된 것은 몇 가지 의미가 있는데요. 먼저 우리의 살림살이, 즉 의료적인 것만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건강과 관련된 여러 가지 살림살이의 문제들을 같이 해결해 보자라는 의미가 있었구요. 두 번째는 보통 살림살이는 여자들의 일로 치부되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로 취급되는 데 ‘우리 건강에 있어서 살림살이를 잘 챙기는 것만큼 중요한 게 없다’라는 의미를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희가 의료협동조합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의탁하고 있었던 곳이 ‘살림이재단’이었는데요. 한국여성재단을 만드신 고 박영숙 선생님께서 여성단체나 여성의 사회적 기업이 쓸 공간을 무료로 후원해 주셨는데 저희도 거기서 도움을 받고 성장해왔기 때문에 선생님께 드리는 감사의 마음을 담아 ‘살림’의원이라고 정하게 되었습니다.

◇ 의원을 운영하면서 가장 뜻깊었던 순간은 무엇이었나요?

사실 의사로서 환자분들이 좋아졌다고 말씀하시는 모든 순간이 뜻깊습니다. 그런데 의료협동조합을 이끌면서 특별히 의미 있었다고 느낀 순간이 있는데요. 그것은 학생 때 이곳에 실습을 나왔던 분들이 나중에 실제 의사나 간호사가 되어 살림에 일을 하겠다고 찾아왔을 때입니다. 그분들을 보면서 ‘한 사람의 꿈이 아니라 세대를 거듭해서 살림이 추구하는 가치를 이어가려는 사람이 나오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뜻깊게 느끼고 있습니다.

[사진-재택의료센터, 제공-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 살림 의원이 돌봄이란 시대적 가치에 중점을 두고 실천하고 있는데 구체적인 활동 내용이 궁금합니다.

돌봄은 저희 협동조합의 소명이자 생명선과 같습니다. 현재 살림의료협동조합은 아주 넓은 범위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의원뿐만 아니라 방문 진료를 전담하는 재택 의료센터도 있고, 치과, 한의원 그리고 어르신들의 주간 보호와 방문 요양까지 하고 있습니다. 또한 체력이 약하시거나 노쇠한 노인분들을 저희 조합원들이 찾아가 돌보는 일을 합니다.

아쉬운 점은 현재 노인장기요양보험과 건강보험이 나뉘어 있다 보니 정보가 통합되지 않아 의료에서 돌봄 서비스를 적절하게 연결하지 못하는 경우들을 흔히 찾아볼 수 있습니다.

[사진-센터에서 실시 중인 노인근력강화운동, 제공-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저는 지역 통합돌봄을 어떻게 하면 성과를 낼 수 있을까 늘 고민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르신들 주간 보호에 우리 치과 선생님들이 한 달에 한 번씩 방문을 나가시고 있지만, 실제 수가는 없습니다. 아무 돈도 받지 못하지만 어르신들 구강 관리가 구강 내 청결뿐 아니라 영양 상태, 인지 능력 쪽에도 도움이 되는 것을 확인하면서 치과뿐 아니라 의원에서도 한 달에 한 번씩 주간 보호센터 안에서 재활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평가도 하고, 다른 문제들은 없는지 교류도 하며 약을 적절하게 처방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가고 있다.

◇ 현재 중점적으로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저는 의료와 돌봄을 통합해 나가는 과정을 가장 많이 신경 쓰고 있습니다. 의료 돌봄 통합에 있어 코디네이터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코디네이터에 대해서는 현재 아무 수가도 없고 역할에 대한 부분도 정해진 게 없어서 돌봄을 원하고, 의료를 원하는 당사자가 직접 찾지 못하면 도움을 받지 못해 공백 상태가 생기게 됩니다.

장기 요양보험에서 제공하는 비스, 지자체에서 하는 사업, 보건소에서 하는 사업, 서울시에서 하는 사업 등 도움이 필요하신 환자분께 필요한 자원을 연결하는 과정이 시간이 오래 걸리고 복잡하기까지 해 개인이 하기엔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이러한 어려움을 줄이기 위해 케어매니저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케어매니저는 돌봄을 원하는 당사자를 위해 계획을 세워줍니다. 이를테면 장기 요양 등급을 받으면 시설에 가는 게 좋을지 아니면 집에 계시면서 방문 요양은 일주일에 5번, 방문 간호는 일주일에 한 번 받으시고 방문 목욕은 한 달에 두 번 이런 계획들을 케어매니저가 세우고 계획에 맞춰 각각의 서비스를 줄 수 있는 사업소들을 연결해줍니다. 케어매니저는 어르신들을 한 30명 정도만 담당해 케어를 총괄적으로 책임지고 매달 방문해서 서비스가 잘 연결되어 있는지, 상황에 따라 간호 횟수를 늘리고 목욕 횟수를 줄이는 등 서비스를 조정해 나가는 역할을 합니다.

살림 의원에서는 간호사 선생님과 사회복지사 선생님이 주로 함께 도와드리지만, 독거노인분의 경우 제도와 연결을 해드리려 해도 잘 안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얼마 전엔 독거 할머니 한 분을 장기 요양등급을 받게 해드리려고 신과 서류 등을 다 준비하고 공단 측에서 할머니와의 전화 통화만 남겨두고 있었는데, 할머니께서 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셔서 3차례나 다시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결국엔 공단 직원한테 직접 연결해 드려서 성사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혼자 사는 노인이라도 서비스를 원활하게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합니다.

◇ 원장님께서 포스코청암상 봉사상을 수상하셨는데요.

너무 큰 상이고 우리 조합이 다 같이 한 일이기에 제 이름으로 받는 게 맞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또 제가 학생 때부터 실습을 나갔던 선배 의료협동조합들의 여러 가지 업적도 있는데 나이가 어린 제가 벌써 너무 큰상을 받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부담도 듭니다. 다른 한편으론 ‘우리가 가고 있는 길을 인정해 주고 있구나’라고 느껴져 뿌듯하고 감사한 느낌입니다. 앞으로도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의사라는 직업이 저는 참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종일 일해도 누군가를 매일매일 도울 수 있는 의미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또 살림협동조합을 찾아 일하길 원하는 사람이 늘어가는 것을 보면서 돌봄의 의미를 새삼스럽게 깨닫게 됩니다. 앞으로도 돌봄이 필요한 많은 분들에게 저희 조합이 함께 하고 싶습니다.

 

 

 

 

유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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