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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게임업계 AI 기술 도입 급물살, 인력감축 등 게임산업 판도 변화 예고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5. 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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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크로소프트 누리집

[이코리아] 게임 산업에서 AI 기술 도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xAI등 대형 기술기업들이 AI를 활용한 게임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AI가 게임 제작 방식과 플레이 방식까지 변화시킬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IT 시장 조사 기업 테크나비오는 14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2025년부터 2029년까지 게임 AI 시장이 274억 7천만 달러(약 36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연평균 성장률(CAGR)은 42.3%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AI가 증강현실(AR) 및 가상현실(VR) 게임에서의 적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테크나비오는 보고서에서 "AI는 플레이어의 입력을 기반으로 동적으로 변화하는 게임 환경을 조성하고, 더욱 사실적인 3D 캐릭터와 환경을 생성함으로써 AR 및 VR 게임의 몰입도를 극대화하고 있다"며, "이러한 혁신이 AI 기반 게임 개발을 주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19일, AI를 활용해 게임 플레이 아이디어를 생성하는 새로운 생성형 AI 모델 ‘뮤즈(Muse)’를 공개했다. 뮤즈는 게임 세계와 플레이어의 행동을 학습해 새로운 게임 비주얼을 생성하거나 컨트롤러 입력을 예측하는 기능을 제공하며, 게임 개발자들이 이를 창작 도구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뮤즈의 특징은 인간 플레이어의 행동 데이터를 학습해 보다 현실적인 게임 전개를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플레이어의 피드백을 반영하여 특정한 캐릭터 움직임이나 전투 패턴을 조정할 수도 있어, 게임 개발 과정에서 AI가 창작자와 협업하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이 모델은 마이크로소프트 리서치 팀과 엑스박스 게임 스튜디오 ‘닌자 시어리’가 공동 개발했으며, 연구 논문은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되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뮤즈의 연구 데이터를 오픈소스로 공개해 개발자들이 AI 모델을 실험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 엔비디아 유튜브 갈무리

한편 엔비디아 역시 AI로 구동되는 NPC 기술을 바탕으로 게임 개발사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지난 1월 CES에서 AI 기반 NPC를 개발하는 ACE(Avatar Cloud Engine) 기술을 소개했다. AI 기반의 NPC는 기존의 스크립트 기반 NPC와 달리 자율적으로 사고하고 이용자에 반응하는 것이 특징이다.

대표적인 협력 사례로는 크래프톤의 신작 ‘inZOI'가 있다.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이라는 장르의 특성 상, inZOI의 CPC는 이용자가 다양한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고 AI 캐릭터와 교류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엔비디아는 크래프톤과 협력해 ACE 기반 AI 캐릭터 'Smart Zoi'를 구현했으며, 이 캐릭터는 플레이어의 행동을 학습해 보다 자연스러운 상호작용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위메이드는 ACE를 바탕으로 '미르 5'에 플레이어의 전술에 적응하는 AI 기반 보스를 투입했으며, 넷이즈의 '나라카: 블레이드포인트'에는 AI 팀원을 도입하는 등 여러 글로벌 게임사들이 엔비디아와 협력해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한편 지난해 말 AI 스타트업 xAI를 통해 AI 기반 게임 개발 스튜디오를 설립하겠다고 발표한 일론 머스크는 17일 자신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게임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Make Games Great Again)”라고 계획이 추진 중임을 재확인했다.

머스크는 현재 게임 업계가 지나치게 대기업이 보유한 IP에 의존하고 있으며, 개발자들이 특정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그는 "AI를 이용해 게임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라고 선언하며 게임 시장을 주도해 나갈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특히 xAI에서 최근 공개한 AI 모델 '그록 3'의 우수한 성능을 바탕으로 게임 개발에 이를 적극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반면 머스크의 구상에 회의적인 반응도 나온다. 포브스는 "머스크가 AI 게임 스튜디오를 만들겠다고 선언했지만,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AI를 활용할지에 대한 명확한 로드맵은 없는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또 포브스는 구글 역시 과거 자체 게임 스튜디오를 운영하려 했지만, 실패했던 전적이 있다며 단순 자금력만으로 게임 분야에서 성공하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AI가 게임 산업에서 창작 도구로 활용될 가능성이 커지면서도, 일자리 감소 우려 역시 커지고 있다. 지난해 7월 와이어드는 AI 도입이 게임 업계의 대규모 해고 사태를 촉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액티비전 블리자드와 같은 대형 게임사가 AI를 활용해 컨셉 아트 제작을 자동화하면서 기존 아티스트들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와이어드는 2023년 게임 업계에서 10,500명, 2024년 들어서만 11,000명이 해고되었다고 분석했으며, 마이크로소프트와 액티비전 블리자드가 AI 기반 아트 제작 도구를 도입하면서 2D 아티스트들의 해고가 집중적으로 이뤄졌다고 전했다. 또한, 해고된 직원 중 일부는 AI 이미지 클린업(clean-up) 업무로 재배치된 후 다시 해고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와이어드는 90% 이상의 게임사가 이미 생성형 AI를 일부 도입했다는 설문 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향후 5~10년 내에 게임 개발 프로세스의 절반 이상이 AI를 통해 수행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실제로 미국 배우 조합인 SAG-AFTRA(미국 영화·TV·게임 배우 노동조합)는 지난해 7월부터 AI 기술을 활용한 성우 대체 및 모션 캡처 사용 문제를 두고 파업을 벌이고 있다. 노조 측은 게임사들이 AI를 이용해 성우와 모션 캡처 배우들의 기존 연기를 학습해 '디지털 복제(digital replica)'를 만들고있다고 항의했으며, 이에 대해 사전 동의 없이 AI로 생성된 연기에 대해 배우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지급할 것을 요구하는 중이다.

현재까지 160개 이상의 게임 프로젝트가 SAG-AFTRA의 AI 보호 조항을 수용하고 개별 협약을 체결했지만, 액티비전 블리자드, 디즈니, 워너브라더스, EA 등 주요 게임 퍼블리셔들은 여전히 AI 활용 방안을 두고 노조와 대립 중이다. 특히 일부 게임사는 모션 캡처 연기를 '데이터(data)'로 간주하여, 기존 배우들의 연기까지 AI 학습에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내 게입업계 역시 주요 게임사들이 AI 도입에 적극적인 만큼, AI로 인한 인력 감축이 현실화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아트, 코딩, 번역 등 여러 분야에 AI가 인력을 대체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12월 진행한 2024년 콘텐츠산업 결산 발표에 따르면, 게임 산업에서 생성형 AI 기술 활용률은 2024년 기준 30.5%로, 다른 콘텐츠 산업 부문에 비해 높은 비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대비 10.5% 증가한 수치로, 게임 업계가 생성형 AI 기술 도입에 더 적극적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콘진원에 따르면 콘텐츠산업 전반에서 생성형 AI의 활용률은 13.2%로, 작년 7.8%에서 약 두 배 증가했으며, AI를 도입한 기업 중 과반 이상이 "앞으로도 AI를 지속적으로 활용하겠다"고 답변하며 AI 기술이 콘텐츠 제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칸수 칸카 교수 = 노스이스턴대 누리집

AI 도입이 가속화되면서 윤리적인 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노스이스턴 대학 연구진은 최근 연구에서 게임 업계가 '책임 있는 AI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구를 공동 집필한 칸수 칸카(Cansu Canca) 교수는 “게임업계는 AI의 발전 속도에 비해 윤리적 고려가 뒤처져 있다”며, AI 도입 과정에서 데이터 프라이버시, 알고리즘 편향, 그리고 과도한 게임 중독 유발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AI 윤리 가이드라인 도입이 필요하며, AI를 게임 내 어디에서 어떻게 활용했는지 투명하게 공개하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AI의 데이터 사용 방식과 유저 프라이버시 보호에 대한 명확한 원칙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현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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