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리아] 메리츠증권이 지난해 영업이익 1조 클럽에 재입성했다. 사업 전 부문에서 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리테일 시장에서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지난 19일 열린 경영실적 기업설명회(IR)에서 자회사인 메리츠증권이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 1조549억원, 당기순이익 696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각각 전년 대비 19.7%, 18.0% 증가한 것이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2022년 1조925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1조 클럽에 입성했으나, 이듬해 부동산 시장 침체 등의 영향으로 기업금융(IB) 부문이 부진에 빠지면서 영업이익이 8813억으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다시 실적 반등에 성공하며 2년 만에 1조 클럽에 재입성했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양질의 빅딜들을 진행하며 기업금융 실적이 개선됐다”며 “금리하락에 따른 채권 운용수익 증가로 전년 대비 큰 폭의 실적 개선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실제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MBK파트너스와 1.3조원 규모의 홈플러스 리파이낸싱(재융자) 계약을 맺는 등 빅딜을 성공시키며 기업금융 수익을 크게 늘렸다. 지난해 메리츠증권의 기업금융 수익(별도 기준)은 3794억원으로 전년(2375억원) 대비 60% 증가했다. 자산운용 수익 또한 같은 기간 3528억원에서 5091억원으로 44% 증가했다.
메리츠증권의 선전에 힘입어 메리츠금융지주 또한 2년 연속 순이익 ‘2조 클럽’ 진입에 성공했다. 메리츠금융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조3334억원으로 전년 대비 9.8% 증가했다. 메리츠화재(1조7105억원, 9.2%)와 메리츠증권(6960억원, 18.0%) 등 두 핵심 계열사의 뚜렷한 성장세가 그룹 전체의 성장을 견인한 셈이다.
다만 ‘1조 클럽’ 재입성을 축하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2022~2023년 연속으로 증권업계 영업이익 1위에 올랐지만, 지난해는 순위가 5위로 내려갔다. 한국투자증권(1조2387억원, 93.3%), 미래에셋증권(1조1589억원, 122%), 삼성증권(1조2058억원, 62.7%), 키움증권(1조982억원, 94.5%) 등 경쟁사들이 메리츠증권 대비 높은 성장률을 보이며 호실적을 냈기 때문.
지난해 하반기 증시 침체에도 국내 증권사의 실적이 크게 성장한 가장 큰 이유로는 ‘서학개미’가 꼽힌다. 해외주식 투자 열풍이 확산하면서 위탁매매(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 외화증권 수탁수수료 1위인 미래에셋증권의 지난해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은 7049억원으로 전년(5518억원) 대비 28%나 증가했다.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이 미래에셋증권 총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40%로 직전 해보다 16%포인트나 높아졌다.
지난해 영업이익 1위를 차지한 한국투자증권도 마찬가지다. 한국투자증권의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은 4361억원으로 전년(3665억원) 대비 19% 늘어났다. 국내 주식 수수료(3023억원) 증가율은 6.2%에 그친 반면, 해외 주식 수수료(1338억원)는 같은 기간 63.4%나 증가해 서학개미 열풍을 실감케 했다.
반면 메리츠증권의 리테일 부문은 아직 경쟁사 대비 규모가 작은 편이다. 메리츠증권의 위탁매매 수익은 652억원으로 전년(635억원) 대비 3% 증가하는데 그쳤다. 전체 수익에서 위탁매매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도 4.3%에 불과하다. 메리츠증권이 경쟁사의 성장 속도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리테일 부문에서의 성장이 필수적이다.
이 때문에 메리츠증권도 리테일 강화를 위해 지난해부터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고 있다. 실제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11월 종합투자계좌인 ‘슈퍼(Super)365 계좌’ 보유 고객을 대상으로 오는 2026년 말까지 국내·미국 주식 거래 수수료 및 달러 환전 수수료를 전면 무료화한다고 밝힌 바 있다. ‘수수료 전면 무료화’는 증권업계에서도 처음일 정도로 파격적인 이벤트인 셈이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수수료 무료 이벤트 이후 1조원 수준에 불과했던 디지털 관리자산은 3개월 만에 5조원을 넘어섰고 고객 수도 12만명을 돌파했다. 경쟁사 틈바구니에서 입지를 다지기 위해 추진한 수수료 무료 이벤트가 뚜렷한 성과를 낸 셈이다.
다만 메리츠증권도 이 과정에서 성장통을 피해 가지는 못했다. 앞서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12월 19일 발생한 전산장애로 투자자들의 원성을 산 바 있다. 오후 6시경 모바일 앱에서 전산장애가 발생해 약 4시간 동안 미국주식 프리마켓 거래가 중단된 것.
지난 20일에는 글로벌 회사 간 합병 비율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주식 거래를 진행했다가 투자자 혼란을 초래하기도 했다. 이날 나스닥시장에서는 하이드마마리타임홀딩스(이하 하이드마)가 거래되기 시작했는데, 하이드마는 기존 나스닥 상장사인 MGO글로벌(MGOL)과의 합병을 통해 증시에 입성했다.
합병 비율은 30대 1로 MGO글로벌 주식을 30주 보유한 기존 주주는 새로 상장된 하이드마 주식을 1주 받는 식이었다. 이처럼 기존 주주 권리가 변경될 때는 혼선을 예방하기 위해 일정 기간 기존 주주의 주식 거래를 제한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 증권사들도 이날 MGO글로벌 주주들의 거래를 제한했다.
하지만 메리츠증권은 별다른 제한 없이 기존 주주의 거래를 허용했다. 게다가 합병비율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 MGO글로벌 주주 중 일부에게 기존 주식 1주당 하이드마 주식 1주를 지급했다. 이 상황은 나스닥 프리마켓에서 한국 시간으로 오후 6시부터 약 1시간 반 동안 벌어졌으며, 메리츠증권은 오후 7시 30분경 사태를 인지하고 1시간 반 동안 체결된 매수·매도 거래를 모두 취소했다.
투자자들은 메리츠증권의 착오로 시장에 하이드마 주식이 과도하게 풀리면서 주식 가치가 희석돼 손해를 봤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피해를 입은 고객에게 개별 보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메리츠증권이 적극적인 리테일 강화 전략을 추진 중인 만큼,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게 만들 수 있는 사고는 규모가 작더라도 치명적일 수 있다. 전산장애 등 각종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지속적인 투자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장원재 메리츠증권 대표는 19일 기업설명회에서 “리테일 부문 확대에 전사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궁극적인 목표는 그동안 기업금융과 세일즈앤트레이딩(S&T)에서 쌓아온 업계 최고의 역량을 바탕으로 메리츠만의 차별화된 서비스를 다양한 계층의 리테일 고객에게도 제공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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