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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대거 물갈이중...거수기 오명 쇄신하나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5. 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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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지난해 잇따른 금융사고로 홍역을 치른 금융지주사들이 사외이사 교체에 나서고 있다. 이사회 개편을 통해 내부통제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NH농협금융 등 5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39명 중 69.2%에 해당하는 27명의 임기가 다음 달 만료된다. 금융지주 사외이사는 첫 선임 시 2년의 임기를 보장받으며, 이후 1년마다 연임이 가능하고 최장 임기는 6년(KB금융은 5년)으로 제한된다.

그동안 금융지주 사외이사는 별다른 결격 사유가 없는 경우 최대 임기를 채우는 것이 관행이었지만, 올해는 다수의 사외이사가 교체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금융권이 각종 금융사고와 불완전판매 논란 등으로 곤욕을 치른 만큼, 이사회 개편을 통해 내부통제 강화에 나설 필요가 커졌기 때문.

우선 지난해 전임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사고로 논란을 빚은 우리금융지주는 7명의 사외이사 중 5명의 임기가 다음 달 만료된다. 이 가운데 임기 6년을 채운 것은 정찬형 이사회 의장뿐이지만, 우리금융은 정 이사를 포함해 총 4명을 교체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또한 우리금융은 새 사외이사 후보 중 최소 1명은 다른 곳에서 준법감시·윤리경영 등을 맡아본 내부통제 전문가를 추천할 방침이다.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사태로 지난해 초 곤욕을 치른 KB금융지주도 2명의 사외이사를 교체할 예정이다. KB금융 사외이사 7명 중 임기 만료를 앞둔 것은 6명인데, 이 가운데 5년 임기를 모두 채운 것은 권선주 전 IBK기업은행장과 오규택 중앙대 교수 등 2명이다. KB금융은 이들의 후임으로 최근 차은영 이화여대 교수와 김선엽 이정회계법인 대표를 새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신한금융은 사외이사 9명 중 7명의 임기가 만료되지만 최장 임기를 채운 이사가 없어 교체 폭이 상대적으로 작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금융은 사외이사 9명 중 5명의 임기가 끝나는데, 이 가운데 이정원 이사회 의장이 6년의 임기를 채워 자리에서 물러날 예정이다.

NH농협금융은 6명의 사외이사 중 4명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데, 지난해 강호동 농협중앙회장 취임 이후 금융계열사 최고경영자(CEO)가 대거 교체된 만큼 이사회 구성도 바뀔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금융지주사가 이처럼 사외이사 교체에 나서는 것은 지난해부터 지적받아온 내부통제 부실 문제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금융당국은 이사회가 견제·감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을 지난해 대형 금융사고가 연달아 발생한 원인 중 하나로 꼽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4일 우리·KB·농협금융에 대한 검사 결과를 발표하며 “은행권의 낙후된 지배구조와 대규모 금융사고 등 심각한 내부통제 부실이 재차 확인됐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 원장은 이어 “지주회장 중심의 의사결정 체계가 공고하고 상명하복의 순응적 조직문화가 만연해 내부통제 등 견제장치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웠다”며 “이사회는 M&A 등 중요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제대로 제공받지 못하는 등 본연의 경영진 견제・감시 기능이 제한됐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지난 19일 은행장 간담회에서도 “최근의 CEO 선임과정 논란과 이사회 견제기능 미흡사례 등을 볼 때 실제 운영 과정에서의 아쉬움이 남는다”며 “은행들이 각 특성에 맞는 건전하고 선진적인 지배구조 정착에 더욱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금융지주는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기존 이사회를 개편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사외이사 역량 강화를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앞서 금융지주들은 지난 13일 금감원, 은행연합회 등과 ‘사외이사 양성 및 역량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금융지주들은 금감원과 금융연수원이 마련한 맞춤형 사외이사 프로그램을 통해 이사회의 내부통제 역량을 강화할 예정이다.

다만 이사회의 독립성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는다면 사외이사가 대거 교체되더라도 기대한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금융지주 사외이사는 여전히 ‘거수기’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5대 금융지주는 지난 2023년 68번의 이사회에서 162개의 안건을 논의했지만, 이 가운데 사외이사가 반대표를 던진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지난해 상반기에도 32차례의 이사회가 열렸지만, 반대표가 나온 경우는 단 한 번뿐이었다. 견제와 감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사외이사를 물갈이하고 각종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더라도 내부통제 강화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한편, 이 원장은 13일 업무협약식에서 “이사회의 전문성 함양은 단순히 사외이사 개인의 역량개발을 넘어 금융회사 차원의 균형감 있고 투명한 의사결정을 이루는데 중요한 토대가 되어줄 것”이라며 “이사회의 전략적 통찰과 전문성을 제고해 지배구조 선진화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뜻깊은 시작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새로운 얼굴들이 대거 투입될 금융지주 이사회가 올해는 견제와 감시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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