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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현대카드, 호실적 내고도 신용판매 수익성은 제자리걸음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5. 3.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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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리아] 현대카드가 지난해 실적과 건전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앞서 지난 5일 현대카드는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3164억원으로 전년 대비 19.4% 증가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매출은 3조9638억원으로 22.9%, 영업이익은 4061억원으로 16.0% 늘어났다.

현대카드는 “상품경쟁력 강화에 따른 회원 수 및 신용판매 취급액 증가로 영업수익과 당기순이익이 모두 상승했다”며 지난해 호실적의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 현대카드의 회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1225만명으로 전년 대비 52만명(4.2%) 늘어났다. 신용판매액(개인+법인) 규모는 총 166조2687억원으로 신한카드(166조340억원)를 제치고 전업카드사 중 1위를 차지했다. 현대카드가 신용판매 이용실적 1위를 차지한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현대카드가 본업인 신용판매 부문에서 다른 카드사보다 높은 경쟁력을 유지하는 이유로는 지속적인 상품개발 및 결제 편의성 제고 노력이 꼽힌다. 실제 현대카드는 지난 2015년 국내 최초로 상업자표시신용카드(PLCC)인 ‘이마트 e카드’를 출시한 이후 금융·IT·항공·유통·여행 등 여러 분야의 기업과 협업을 통해 다양한 PLCC를 선보이며 지속적으로 신규 고객을 유입시켰다.

또한 현대카드는 지난 2023년 국내 카드사 중 처음으로 애플페이를 도입해 독점 효과를 톡톡히 봤다. 현대카드 회원 수는 애플페이를 도입한 2023년 2월 1112만명에서 지난해 말 1225만 명으로 약 2년 만에 113만명이나(10.8%) 불어났다. 이 기간 회원 수 증가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한 곳은 현대카드와 비씨카드 두 곳뿐이다.

고금리와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지만, 신한카드(1.45%→1.51%), KB국민카드(1.03%→1.31%) 등 경쟁사 연체율 또한 상승세임을 고려하면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현대카드의 연체율은 지난해 말 기준 1.08%로 전년 대비 0.11%포인트 높아졌는데, 비록 0%대 연체율을 유지하지는 못했지만 삼성카드(1.08%)와 함께 업계 최저 수준이다.

건전성을 유지하며 순이익 성장을 이뤘지만, 신용판매 부문에서의 선전에 비해 수익성이 부족하다는 아쉬움도 남는다. 현대카드의 지난해 신용판매 이용실적은 업계 1위지만 당기순이익은 삼성카드(6646억원), 신한카드(5721억원), 국민카드(4027억원)에 이어 4위에 머물렀다. 3위 국민카드와의 순이익 격차도 2023년 860억원, 2024년 863억원으로 거의 동일하게 유지됐다.

높은 신용판매 실적에도 순이익 순위가 제자리인 것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우선 현대카드는 다른 카드사에 비해 기업구매전용카드 실적 비중이 높은 편이다. 구매전용 카드는 주로 같은 그룹 계열사 간 거래에 사용되는 카드로 수수료가 낮아 수익성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구매전용 실적을 제외하면 현대카드의 지난해 신용판매액은 148조7455억원으로 신한카드(159조2490억원)보다 10조원 이상 낮아진다.

신용판매 부문 자체의 수익성이 전반적으로 낮아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지난 2012년 적격비용 제도 도입 후 올해까지 5차례에 걸쳐 가맹점 수수료율이 인하되면서 신용카드 결제를 통해 카드사가 얻는 수익이 크게 줄어든 것. 실제 이 기간 연 매출 3억원 이하 영세가맹점의 수수료율은 1.5%에서 0.4%까지 낮아졌다.

고금리에 따른 이자비용 부담도 늘어나고 있다. 현대카드가 지난해 지출한 이자비용은 7166억원으로 전년 대비 26.1%나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기준금리가 0%대로 내려갔던 2020년(2634억원)과 비교하면 세 배 가까이 불어난 것.

카드론 증가로 인해 대손비용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현대카드의 카드론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5조7874억원으로 전년 말(4조7761억원) 대비 1조112억원(21.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삼성·신한·국민카드의 카드론 증가율이 한 자릿수에 머무른 것과 달리 증가세가 매우 가파르다.

카드론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현대카드가 벌어들인 이자수익도 2023년 1조2498억원에서 지난해 1조5023억원으로 20.2%나 증가했다. 카드수익 증가율이 7.5%였던 점을 고려하면 지난해 실적 성장의 핵심 동력은 오히려 신용판매가 아닌 카드론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카드론 잔액이 늘어나면서 대손비용 또한 함께 상승했다. 현대카드의 지난해 대손비용은 4299억원으로 전년(3696억원) 대비 16.3% 늘어났다. 금융자산 성장에 따라 충당금 적립이 증가하면서 수익성에 부담으로 작용한 것.

신용판매 실적 1위에 걸맞은 순이익 성장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올해 현대카드가 직면할 도전과제도 만만치 않다. 우선 그동안 현대카드 신용판매 실적 성장을 이끈 애플페이 독점 효과가 올해는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신한·국민카드 등 경쟁사가 올해 애플페이를 도입할 예정인 만큼 신용판매 실적 1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차별화를 위한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카드론 확대를 통한 성장 전략이 올해부터는 먹히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 은행권 대출규제에 따른 풍선효과로 카드론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금융당국이 전업카드사에 올해 카드론 관리 목표치를 제출하라고 요청했기 때문. 대부분의 카드사가 3~5% 수준의 목표치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지난해 만큼의 이자수익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게 됐다.

한편, 현대카드 관계자는 “실수요자 중심의 금융 취급 및 선제적 리스크 관리로 건전성 중심의 경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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