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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미국 상무부 질의에 늑장 대응한 LS전선 등 5개사 AFA 지정 '국익 저해' 우려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5. 3.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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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수출 컨테이너가 쌓인 부산항 모습.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미국 정부가 한국산 알루미늄 연선·케이블(AWC)에 86%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관세 폭탄’ 우려가 현실화했다. 특히 이번 조치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한국을 대상으로 한 첫 번째 무역 제재로, LS전선 등 국내 기업들의 미흡한 대응이 원인으로 지목되며 충격을 주고 있다.

6일 정부당국 및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지난 1월 27일 한국산 ‘1㎸(킬로볼트) 이하 알루미늄 절연케이블’에 반덤핑 관세 52.79%와 상계관세 33.44%를 합한 총 86%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이 조치는 2023년 10월 조사 개시 이후 수출된 제품에 소급 적용되며, LS전선, 가온전선, 대원전선, 태화, 티엠씨 등 5개 기업이 대상으로 지정됐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LS전선과 LS전선의 자회사인 가온전선은 미국 상무부의 해명 요구에 제대로 응하지 않아 ‘불리한 가용정보(AFA)’를 적용받았다. AFA는 조사 과정에서 기업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 제소 기업에 유리한 정보를 바탕으로 제재 수준을 상향 조정하는 제도로, 해당 기업은 향후 중국산 원자재 사용 여부를 증명할 기회조차 박탈당했다.

미국 상무부는 2023년 10월 한국, 베트남, 캄보디아 등 3개국이 중국산 알루미늄 제품의 우회 수출 통로로 의심되며 직권 조사를 시작했다. 이후 한국의 11개 전선 업체에 중국산 원자재 사용 여부 등을 묻는 질의서를 보냈으나, LS전선은 아예 답변을 하지 않았고, 가온전선은 답변 기한을 6개월이나 넘긴 뒤 “수신인 미기재로 우편물이 지하 창고에 있었다”는 해명을 늦게 제출했다.

이에 반해 대한전선, 원일전선 등은 답변 기한 연장을 요청하며 적극적으로 협조해 관세 부과를 피했다. 캄보디아와 베트남 기업들도 기한 내 답변을 완료해 AFA 적용을 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6일 <이코리아>와 한 통화에서 “해당 업체 5곳은 알루미늄 와이어를 수출하지 않아 실질적 피해는 없다”고 밝혔다.

정부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에서 알루미늄 와이어 케이블을 수출하는 기업은 2개사로 대한전선과 부산케이블엔지니어링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그 외 기업은 향후 미국에 동 제품을 수출하고자 하면 중국산 소재를 쓰지 않았음을 입증할 시 미국에 반덤핑·상계관세 없이 수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거는 미국 정부의 판정이고 결정이다. 기업의 향후 운영에 있어서도 민감한 부분이라 향후 다른 분야로의 AFA 지정 추가 확대에 대해서 저희가 어떨 것이다,라고 말씀드릴 부분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또 “그간 철강회사 등 대기업 위주로 이걸 대응해봤지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중소·중견 기업들이 이런 미국의 수입규제 관련해 실제로 대응을 안 해봤을 것”이라며 “이런 기회로 중소·중견 기업을 대상으로 계속 관련 교육 및 설명회를 열고, 또 컨설팅 지원사업도 확대시킬 계획이다. 미국의 수입 규제에 대해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한편, LS전선은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일부 보도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LS전선 관계자는 “우편물 수신 미기재로 인해 답신이 늦어졌다”며 “중국산 원자재를 사용한 적도 없고, 또 관세 폭탄에 해당하는 제품을 미국으로 수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수신인이 없었다고 하는 LS전선 측의 주장에는 의문이 간다.

정부·업계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한국의 11개 전선 업체에 국제우편(페덱스)으로 공문을 보내 ‘2020년 1월부터 2023년 9월까지의 중국산 거래분에 대한 Q&V(수출량 및 수출액) 답변서를 2024년 1월 3일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요구서는 1회만 보냈으며, 받는 이에 구체적인 담당자 이름을 제외한 회사 명칭과 해당 부서 직함은 명시되어 있었다.

이번 조치는 중국산 제품의 우회 수출을 막기 위한 미국의 광범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보인다. 상무부는 중국에서 제조된 AWC 투입물을 사용해 한국에서 완성된 제품이 중국산 AWC에 대한 기존 관세를 우회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AFA는 조사 대상 기업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거나 협조하지 않을 경우, 제소 기업에 유리한 정보를 바탕으로 제재 수준을 상향 조정하는 조치다. 이는 해당 기업뿐만 아니라 국가 전체의 무역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번 사태는 해외 사례에서도 교훈을 찾을 수 있다. 2018년 미국은 인도산 강관에 대해 반덤핑 및 상계관세를 부과하며 AFA를 적용했다. 인도 기업들은 조사 과정에서 협조하지 않아 관세 부과를 피하지 못했고, 이는 인도 철강 산업 전반에 걸쳐 추가 조사로 이어졌다.

베트남의 경우 지난 2020년 베트남 기업들이 중국산 타일을 우회 수출한 혐의로 미국의 반덤핑 조사 대상이 됐다. 일부 기업이 기한 내 답변을 하지 않아 AFA 적용을 받았고, 이에 따라 최고 수준의 반덤핑 관세(100% 이상)가 부과됐다. 이후 해당 기업들은 미국 시장에서 완전히 퇴출되는 결과를 초래한 사례가 있으며, 이에 베트남이 이번 알루미늄 AFA에서 배제된 것도 기한 내 회신 및 적극적인 대응의 결과로 해석된다.

LS전선은 기존 전기전력 소재 중심의 사업을 넘어 신성장 동력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구자은 LS회장은 2년 연속 인터배터리 전시회에 참석하며, CFE(탄소 배출 없는 전력) 및 배·전·반(배터리·전기차·반도체) 관련 사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현재 관세 부과 대상 품목을 미국에 수출하지 않아 즉각적인 피해는 없지만, 향후 미국 시장을 겨냥한 신사업 추진에 불리한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해당품목의 수출을 안 하니까 실질적인 어떤 피해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이러한 기록이 남는다면, 추후 다른 조사에서 사례 또는 판정의 기준으로 적용될 우려는 있다.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향후 유사한 조사가 발생할 경우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기업들이 미국의 무역 규제에 대한 대응 전략을 보다 정교하게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무역 정책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할 경우, 한국의 주요 수출 품목에도 연쇄적인 제재가 가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윤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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