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플러스가 4일 기업회생절차를 개시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한 홈플러스 모습.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를 개시하면서 금융권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메리츠금융의 익스포저(위험노출액)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서는 만큼 건전성 악화를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4일 홈플러스가 신청한 기업회생절차에 대해 개시 결정을 내렸다. 홈플러스는 “신용등급이 낮아져 자금 관련 이슈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단기자금 상환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이날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하게 됐다”며 “이번 회생절차 신청은 사전예방적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법원이 ‘사업계속을 위한 포괄허가결정’도 함께 발령해 홈플러스의 서비스 운영 및 매장영업, 배송 등은 정상적으로 운영된다.
기업회생절차는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 대해 채권자, 주주 및 지분권자 등 여러 이해관계인의 법률관계를 조정해 기업의 회생을 도모하는 제도다.
홈플러스는 오랫동안 실적 부진을 겪으며 재무건전성이 꾸준히 악화돼왔다. 실제 한국신용평가는 지난달 28일 ▲영업실적 부진 장기화 ▲과중한 재무부담 ▲낮은 영업실적·재무구조 개선 가능성 등을 이유로 홈플러스의 기업어음 및 전자단기사채 신용등급을 A3에서 A3-로 하향한 바 있다.
한신평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지난해 11월 말 기준 총차입금은 전년 동월 대비 1806억원 늘어난 5조4620억원으로 차입금의존도가 60.3%에 달한다. 일반적으로 차입금의존도가 60%를 초과한 기업은 재무안전성이 위험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게다가 1년 내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차입금만 1조1448억원에 달한다. 홈플러스는 이러한 단기 상환 부담에 대응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선제적으로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한 것으로 보인다.
한신평은 “경기침체에 따른 내수 부진, 소비 트랜드 변화 및 채널시프트로 인한 오프라인 집객력 약화, 이커머스 침투율 상승에 따른 경쟁심화 등으로 인해 영업실적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다”며 “저조한 잉여현금창출능력과 과중한 레버리지로 인한 높은 금융비용 부담으로 인하여 중단기 내 재무구조 개선 여력이 크지 않을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 홈플러스 익스포저 1.2조원... 메리츠금융 건전성 지표 하락 우려
한편,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금융권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체 금융권의 홈플러스 익스포저(대출·지급보증 등 위험노출액)는 1조4461억5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메리츠금융그룹은 금융권 총 익스포저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앞서 메리츠금융은 지난해 5월 홈플러스와 1조3000억원 규모의 대출약정을 체결한 바 있다. 이 가운데 메리츠증권이 7000억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캐피탈도 각각 3000억원의 대출을 실행했다.
한신평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대출잔액은 총 1조2167억원(메리츠증권 6551억원, 메리츠화재 2808억원, 메리츠캐피탈 2808억원)으로 집계됐다. 만기는 오는 2027년 5월이지만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만큼 한신평은 ‘기한의이익상실사유’가 발생한 것으로 판단했다.
1조2000억원 규모의 대출 상환이 불확실해진 만큼 이번 사태가 메리츠금융의 건전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메리츠증권의 경우 지난해 홈플러스 리파이낸싱 등 ‘빅딜’에 성공하며 기업금융 수익(3794억원)을 전년 대비 60%나 성장시켰다. 하지만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를 개시하며 빅딜에 따른 수익은 고스란히 재무 부담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게 됐다.
반면, 이번 사태가 메리츠금융에 심각한 위기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한신평은 “메리츠금융그룹의 홈플러스에 대한 대출은 홈플러스가 보유하고 있는 약 62개 점포 및 이에 부수하는 권리에 대하여 부동산담보신탁의 우선수익권 형태로 담보권을 확보하고 있고, 해당 담보자산들의 감정가액을 고려한 담보인정비율(LTV) 또한 매우 우수하다”며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개시에도 불구하고, 메리츠금융그룹의 신용도 상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메리츠금융이 담보로 확보한 홈플러스 합정점 등 62개 점포의 감정가액은 총 4조8000억원으로 대출잔액에 대한 LTV는 약 25% 수준이다. 회수 시기에 대한 불확실성은 남아있지만, LTV 비율이 양호한 만큼 메리츠금융이 최종적으로 손실을 볼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
다만, 메리츠금융의 건전성 지표 하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신평은 “홈플러스에 대한 대출은 요주의이하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으며, 담보자산의 환가 과정에서 그룹의 유동성에 부담이 가중될 수도 있다”며 “그룹 내 위험자산익스포져가 높은 점을 감안하면 투자자산에 대한 주의 깊은 집행 및 관리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메리츠금융은 지난 4일 입장문을 내고 “홈플러스에 대한 담보채권(신탁) 1조2000억원을 보유 중이나, 신탁사의 담보가치가 약 5조로 평가받는 만큼 자금회수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메리츠금융이 홈플러스 사태로 인한 재무 부담을 어떻게 관리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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