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스오토는 산업부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화물운송 실증 진행 중(누적 91만km, ‘23.3~’25.2)이다. 자료=국토교통부
[이코리아] 앞으로 전국의 고속도로 전 구간에서 자율주행차 운행이 가능해진다. 기존 4개 노선 일부 구간에 한정됐던 자율주행차 시범운행지구가 44개 고속도로 노선 전체로 확대되면서, 화물차를 중심으로 한 자율주행 기술 상용화에 한층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5일 국토교통부는 자율주행차의 고속·장거리 운행을 지원하기 위해 기존 4개 노선에서만 운영되던 자율주행차 시범운행지구를 전국 44개 고속도로 노선(총 5,224㎞)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업계에서 제기된 운송노선 변경 및 신규 운송 수요 대응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조치다.
지난해 12월, 정부는 고속도로 4개 노선(332.3㎞)을 시범운행지구로 지정하여 자율주행 화물운송 서비스 기반을 조성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고정된 노선으로 인해 변화하는 물류 환경에 신속히 대응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4일 열린 ‘자율주행자동차 시범운행지구 위원회’에서 전국 고속도로를 시범운행지구로 지정하는 방안이 심의·의결됐다.
고속도로는 일반 도로와 달리 보행자와 신호등이 없고, 주행 환경이 비교적 일정하여 자율주행 실증 테스트에 유리하다. 한국도로공사의 안전 관리 역량을 고려할 때, 전국 고속도로 확대 시행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도 반영됐다.
이번 조치로 자율주행차를 활용한 화물 유상운송 서비스도 본격적으로 운영될 전망이다. 국토부는 지난 2월 업계 의견을 반영해 ‘자율주행자동차 유상 화물운송 허가 기준’을 개정했다. 기존에는 60일간의 화물 적재량을 사전 실적 자료로 제출해야 했으나, 이번 개정으로 산업부 규제샌드박스를 활용한 60일 이상의 운행기간을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 또한, 택배 등 불특정 화물은 적재량을 측정하기 어려운 점을 감안해 유형별 허가기준도 달리 적용된다.
국토부는 허가 신청 기업을 대상으로 여주시험도로(7.7㎞)에서 고속 주행 테스트를 거쳐 신속히 허가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다.
국토교통부 김홍목 모빌리티자동차국장은 “현재 세계 각국에서 자율주행 기술을 활용한 물류산업 혁신을 시도 중인 상황에서, 화물운송분야에 자율주행 도입은 과속이나 피로감 없는 안전한 운송환경을 조성하고, 연비 개선으로 운송비용 절감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우리나라 자율주행 기업들이 글로벌 화물운송 자율주행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고속도로 시범운행지구 내 연구·실증 등을 적극 지원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자율주행 기술은 물류산업뿐만 아니라 모빌리티 혁신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산업연구원이 지난달 발표한 '모빌리티 혁신에 따른 자동차산업 구조 변화와 지속발전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자동차 산업을 모빌리티 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IT, 에너지, 교통 인프라를 연계한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데이터 공유 플랫폼 구축 및 신뢰 시스템 정비를 통해 미래차 관련 공급망을 안정화해야 하며, 자율주행 기반 서비스가 B2C(개인 소비자 대상)에서 B2B(기업 간 거래) 모델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또 공공 운송서비스와 연계를 통해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고속도로 자율주행자동차 시범운행지구 노선도. 자료=국토교통부
다만 업계가 기대하는 완전 자율주행 기술 상용화는 여전히 시간이 필요하다. 현재 자율주행차는 다양한 도로 변수에 완벽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자율주행 기술이 미국이나 중국에 비해 4~5년 정도 뒤처져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대차는 지난 2023년 국회 방문객 주차장과 연결되는 3.1㎞ 구간을 운행하는 ‘로보셔틀’을 선보이며 레벨 4 수준의 핵심 기술을 공개했다. 레벨 4 자율주행차는 운전자 개입 없이 스스로 주행 환경을 인식하고 판단할 수 있지만, 일부 예외적인 상황에서는 여전히 운전자의 개입이 필요하다.
현대차와 모셔널(Motional)이 협력해 개발한 아이오닉 5 기반 로보택시는 라이다(LiDAR) 기술을 탑재하여 다양한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그러나 법적·제도적 장치가 미비하고, 일반 도로에서의 테스트가 어려워 상용화까지는 추가적인 과제가 남아 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5일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자율주행은 미래 먹거리 중에서 폭발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확대할 수 있는 중요한 기술이기 때문에 이렇게 확대가 되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고속도로는 보행자나 신호등, 이륜차 등이 없어 자율주행차의 학습 데이터를 다양하게 수집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어 “우리나라는 자율주행 기술 개발이 (자율주행 선진국 대비) 상대적으로 느리며, 특히 실제 도로에서의 테스트 기회가 부족해 발전 속도가 더딘 상황”이라며, “기술 개발 이후에는 일반 도로에서 실증을 통해 알고리즘을 고도화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또 “개인용 자율주행차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면서도, “이번 전국 확대 조치는 규제 중심에서 벗어나 포지티브 정책으로 나아가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윤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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