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리아] 한국투자증권이 국내 증권사 중 처음으로 자기자본 10조원을 돌파하게 됐다. 꾸준한 자본확충으로 몸집을 불린 한국투자증권이 곧 종합투자계좌(IMA) 1호 타이틀을 획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6일 7000억원 규모의 무보증 사모채권형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납입 예정일은 오는 28일로 한국투자증권 지분 100%를 보유한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전액 인수할 예정이다.
이번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한국투자증권의 자기자본 규모는 1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은 지난해 말 기준 9조3182억원으로. 이번에 발행하는 신종자본증권은 자기자본의 약 7.5% 규모에 해당한다. 국내 증권사 중 자기자본이 10조원을 돌파하는 것은 한국투자증권이 처음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이번 신종자본증권을 통해 한국투자증권의 영업용순자본 규모가 확대됨에 따라 순자본비율이 지난해 말 2515.2%에서 3034.0%로, 조정순자본비율은 같은 기간 166.8%에서 179.3%로 상승하는 등 자본적정성 지표가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나신평은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한 자본확충으로 재무지표의 개선이 일부 이루어지나, 브릿지론을 포함한 높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익스포져, 높은 발행어음 비중 등 부담요인이 존재하고 있다”며 “이번 신종자본증권 발행은 자본적정성 제고, 시장지위 개선 등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판단하나,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국내 최초의 자본 10조원대 증권사가 된 한국투자증권이 사업영역 확장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투자증권은 이전에도 꾸준한 자본확충을 통해 체급을 키우는 데 공을 들여왔다. 특히,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022년 자회사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과 모회사 한국투자금융지주로부터 카카오뱅크 지분 27.18%를 전량 매입하는 과정에서 자본을 크게 늘렸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과 한국투자금융지주가 매각이익 대부분을 배당금과 유상증자의 형태로 한국투자증권에 돌려줬기 때문. 실제 2022년 9월 말 기준 6.2조원 수준이었던 한국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은 이듬해 8조원 이상으로 불어났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12월에도 유상증자를 통해 모회사로부터 3000억의 자금을 조달한 바 있다. 이처럼 꾸준한 자본확충으로 국내 최초의 자본 10조원대 증권사가 된 만큼 사업영역 확장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아직 국내 사업자가 나오지 않은 종합투자계좌(IMA) 인가 도전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다. IMA는 증권사가 원금보장 의무를 지고 개인 고객에게 예탁받은 자금을 운용해 그 수익을 고객에게 지급하는 상품이다. IMA는 기존 종합자산관리계좌(CMA),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등과 달리 기업대출이나 회사채 등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원금 비보장 상품에도 투자할 수 있다.
IMA 제도는 이미 지난 2016년 도입했지만, 그동안 관련 규정 마련이 미뤄지면서 아직 1호 사업자가 나오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최근 금융당국이 세부 지침 마련에 나서면서 올해 IMA 인가 획득에 도전하는 증권사가 나타날 가능성도 커졌다. 현재 IMA 인가 신청 요건인 ‘자기자본 8조원 이상’을 충족하는 곳은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 둘뿐이다.
일각에서는 두 증권사 중 한국투자증권이 IMA 인가 획득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한국투자증권은 현재 국내에서 발행어음 업무를 하는 초대형 IB 4곳(한국투자증권·KB증권·미래에셋증권·NH투자증권) 중 가장 적극적으로 발행어음을 발행하고 있다. 나신평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조달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17.3조원으로 발행한도(자기자본 9.3조원의 2배)의 90%를 넘긴 상태다. 이번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발행한도가 20조원까지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여유 있는 상황은 아닌 셈이다.
IMA는 일정 비율 이상을 기업금융에 투자해 모험자본을 공급하는 조건이면 한도 없이 자금을 모집할 수 있어, 자기자본의 200%로 한도가 정해진 발행어음과 차이가 있다. 다른 증권사에 비해 기업금융에 적극적인 한국투자증권이 IMA 도전에 먼저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자기자본을 IMA 인가 신청 요건에 비해 여유 있는 수준까지 늘린 것도 인가 획득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IMA 인가 신청 요건은 자기자본 8조원 이상이지만 제도를 도입한 2016년에 비해 현재는 시간이 많이 지난 만큼 금융당국이 세부 지침 논의 과정에서 기준을 상향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
다만, 한국투자증권이 IMA 사업에 진출할 경우 건전성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IMA는 원금을 보장하면서도 은행 금리 이상의 수익을 제공해야 하는 상품으로, 손실리스크가 포함된 다른 금융투자상품과 차이가 있다. 자금조달을 위해 무리하게 IMA를 발행하다가 자칫 건전성이 크게 나빠질 위험도 있다는 것.
이미 한국투자증권은 한도에 가까운 발행어음 발행으로 인해 건전성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사고 있다. 발행어음은 조달한 자금의 50%를 기업금융 관련 자산에 의무적으로 투자해야 하는 만큼 많이 발행할수록 위험도 커질 수밖에 없다.
나신평은 “발행어음 대부분이 개인 고객으로부터의 조달인 점, 예금자 보호대상이 아닌 점, 수시입출금형 발행어음이 기간물(1년물 등)보다 더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위기 발생 시 대규모 환매 요청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시장 유동성이 위축되는 위기 상황을 가정할 때, 자산·부채 만기 불일치가 심화되고, 유동성 관리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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