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제

여성 등기임원 없는 금융사 26곳...'유리천장' 여전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5. 3. 12.
728x90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대표적 남초 산업으로 꼽히는 금융권에도 성 평등한 조직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노력이 확산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금융회사에는 여성 등기임원이 전혀 없거나 한두 명인 수준으로 밝혀져, 여전히 ‘유리천장’이 공고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우리금융그룹은 지난 10일 서울 중구 본사에서 세계 여성의 날(3월 8일)을 기념해 그룹 내 여성 리더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그룹 여성 리더 네트워킹 데이’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조직 내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화를 확산시키고 글로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준에 부합하는 경영 전략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됐으며, 우리금융 전 그룹사 여성 임원 및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등 60여명이 참석했다.

우리금융은 오는 2030년까지 경영진 내 여성 비율을 15%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성 평등한 조직문화 육성에 나서고 있다. 실제 우리금융은 올해에만 6명의 여성 임원을 신규 선임했으며, 임 회장 취임 전 7명에 불과했던 여성 임원 수는 현재 18명으로 2배 이상 늘어났다.

여성 인재 육성에 나서고 있는 곳은 우리금융뿐만이 아니다. 신한금융은 지난 7일 서울 중구 본사에서 ‘2025년 신한 쉬어로즈(SHeroes) 컨퍼런스’를 열고 쉬어로즈 8기로 선발된 60여명의 여성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쉬어로즈는 신한금융이 지난 2018년 도입한 여성 리더 육성 프로그램으로 지난해까지 총 330명의 그룹 내 여성 리더를 선발해 멘토링과 코칭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KB금융 또한 지난달 국민은행 일산연수원에서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과 신임 여성 부점장 94명 등이 참석한 가운데 ‘위 스타(WE STAR) 멘토링 프로그램’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했다. 위 스타 멘토링은 신임 여성 부점장의 리더십 강화와 올바른 역할 모델 확립을 위해 선배 임원을 멘토로 배정하고 그룹을 이끌어나갈 노하우를 전수하는 프로그램이다.

하나금융 또한 여성 인재 육성을 위한 ‘하나 웨이브스(Waves)’를 운영 중이다. 지난 2021년 시작된 하나 웨이브스는 “Women's Actions, Voices, Emotions”의 약자로 여성의 행동과 목소리, 감성이 혁신의 파도를 일으킨다는 뜻을 담고 있다. 하나금융은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4차례에 걸쳐 총 120명을 선발해 다양한 전문 분야의 교육을 제공하며 여성 임직원의 리더십·역량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금융지주사들은 내부 여성 인재 육성뿐만 아니라 외부 여성 인재 영입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지난 2022년 자산 2조원 이상의 상장법인 이사회가 특정 성별로만 구성되는 것을 금지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시행된 이후 금융지주사들은 전문성 있는 여성 사외이사 영입에 공을 들여왔다.

신한금융은 올해 임기가 만료될 예정인 사외이사 2명을 대체하기 위해 양인집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어니컴 회장과 전묘상 일본 공인회계사를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이 가운데 전 후보는 일본 현지 회계법인에서 여러 금융사의 감사 업무를 오랜 기간 담당했고 일본 정책투자 은행의 회계자문역으로 파견되는 등 현장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회계·재무 전문가로 꼽힌다. 전 후보를 새 사외이사로 선임하면서 신한금융의 사외이사 중 여성 비중은 업계 최고 수준인 44.4%(9명 중 4명)까지 오르게 됐다.

KB금융 또한 7명의 사외이사 중 3명(42.8%)이 여성으로 신한금융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최근까지 KB금융 이사회 의장을 맡아 온 권선주 전 IBK기업은행장은 국내 최초의 여성 은행장이자 최초의 여성 이사회 의장이다. 임기 5년을 모두 채운 권 전 행장이 물러난 다음 최연장자인 조화준 이사가 뒤를 잇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경우 두 번 연속으로 여성이 KB금융 이사회를 이끌게 된다.

이처럼 금융권이 공고한 ‘유리천장’을 깨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은 지난 7일 자산총액 2조원 이상 금융사의 여성 등기임원 재직 현황을 조사해 발표했다. 사무금융노조에 따르면, 증권·보험·카드·은행 등 총 83개 금융사의 여성 등기임원은 72명(13.8%)으로 금융사 한 곳당 평균 1명에도 미치지 못했다.

업권별로 보면 손해보험이 8개사 10명(16.7%)으로 여성 등기임원 비율이 가장 높았으며, 그 뒤는 카드 8개사 60명 중 10명(14.3%), 은행 20개사 152명 중 21명(13.8%), 생명보험 8개사 130명 중 15명(11.5%), 증권 27개사 163명 중 18명(11.0%) 등의 순이었다.

여성 등기임원이 단 한 명도 없는 금융사도 26개나 됐다. 업권별로는 증권사가 가장 많았는데, KB·유안타·교보·신영·IBK투자·유진투자·LS·BNK투자·DB금융투자·iM증권 및 골드만삭스 등 11개사가 여성 등기임원을 두지 않고 있었다.

카드사 중에서는 현대·우리카드 등 2개, 은행 중에서는 부산·전북·광주·수협·산업은행 및 케이뱅크 등 6개, 생보사 중에서는 DB·농협·iM라이프, 하나·IBK연금보험·KDB·흥국생명 등 7개사에서 여성 등기임원을 찾아볼 수 없었다. 손해보험의 경우 주권상장법인이 아닌 KB손해보험과 자본 2조원 미만인 롯데·MG손보 및 흥국화재에 여성 등기임원이 없었다.

오희정 사무금융노조 여성위원장은 “금융회사에서 여성들의 승진이 차별받는 유리천장이 여전히 깨지지 않고 있다”며 “자본시장법에서 이사회의 성별 구성에 관한 특례 기준을 자산총액 1조원 이상으로 개정하고, 노르웨이·프랑스·벨기에·독일 등에서 실시하고 있는 여성할당제 등 차별을 시정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해원 기자

저작권자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 많은 기사는 '이코리아'(http://www.ekoreanews.co.kr/)